도둑은 소인배이지만 지혜는 군자를 능가한다 / 종광 스님
임제록에서 말하는 도둑은
부처님 심인 얻은 사람 뜻해
수행자에게는 최고의 칭찬
임제 지혜가 황벽 능가한 것
師在堂中睡어늘 黃檗이 下來見하고 以拄杖으로 打版頭一下라
師擧頭하야 見是黃檗하고 却睡하니 黃檗이 又打版頭一下하다
却往上間하야 見首座坐禪하고 乃云, 下間後生은 却坐禪이어늘
汝這裏妄想作什麽오 首座云, 這老漢이 作什麽오 黃檗打版頭一下하고 便出去하니라
해석) 임제 스님이 참선하는 방에서 졸고 있었다.
황벽 스님이 내려 와서 보시고 주장자로 선상을 한번 쳤다.
임제 스님이 고개를 들어 황벽 스님인 것을 보고서 다시 졸았다(?).
황벽 스님이 다시 선상을 한번 쳤다.
그리고 윗자리로 가서 수좌 스님이 좌선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래 자리의 후배는 좌선을 하는데 윗자리의 그대는
여기서 무슨 망상을 피우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러자 수좌 스님이 말했다. “이 늙은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러자 황벽 스님은 선상을 한번 치고 나가버렸다.
강의) 선원에서 잠을 자고 있는 임제 스님을 보고 황벽 스님이 선상을 칩니다.
임제 스님이 당연히 눈을 떴겠지요.
그런데 임제 스님은 스승인 황벽 스님을 보고는 다시 자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참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황벽 스님은 꾸지람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윗자리에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수좌 스님에게 꾸중을 합니다.
잠자고 있는 임제 스님에게는 열심히 수행한다고 칭찬하면서
수좌에게는 오히려 망상만 피우고 있다고 핀잔을 줍니다.
보이는 모습대로 설명하자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좌 스님도 근기가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황벽 스님의 말에 바로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이 아닐수 없습니다.
아마도 황벽 스님은 임제 스님의 깨달음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니 임제 스님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무위진인(無位眞人)의 작용이라고 봤을 겁니다.
그렇다면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座臥語默動靜)이 모두 좌선이었겠지요.
그러나 수좌 스님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후배는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데 너는 망상이나 피우고 있느냐고 타박하고 있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좌 스님도 보통은 아닙니다.
스승이 던진 말에 걸려 분별의 늪으로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승이 던진 그물을 단칼에 잘라내 버립니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스스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黃檗이 入僧堂意作麽生고
仰山이 云, 兩彩一賽이니다
해석)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황벽 스님이 선방에 들어간 의미가 무얼까?”
앙산 스님이 대답했다. “한 개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오는 두 가지 모습입니다.”
강의) 양채일새(兩彩一賽)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입니다.
한번 승부에 두 번 이겼다고 하기도 하고 한 개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아래에 가려진 것과 위에 드러난 것 두 가지 모습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황벽 스님이 임제 스님과 수좌 스님에게 모두 그물을 던졌으나
결론적으로 두 사람 다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같지 않습니다.
이를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타나는 모습, 즉 위에 드러나는 것과
밑에 숨겨져 있는 두 가지 모습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황벽 스님은 두 사람을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는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황벽 스님이 두 스님의 선상을 각각 때린 것으로 봐서
훌륭하게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一日普請次에 師在後行이러니 黃檗이 回頭하야 見師空手하고
乃問, 钁頭는 在什麽處오 師云, 有一人將去了也니다
黃檗이 云, 近前來하라 共汝商量箇事하리라 師便近前한대
黃檗이 竪起钁頭云, 祇這箇는 天下人이 拈掇不起로다
師就手掣得하야 竪起云, 爲什麽햐야 却在某甲手裏닛고
黃檗이 云, 今日에 大有人이 普請이라하고 便歸院하니라
해석)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임제 스님이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황벽 스님이 고개를 돌려보니 임제 스님이 빈손으로 오고 있었다.
이에 황벽 스님이 물었다. “괭이는 어디 있느냐?”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가져갔습니다.” 황벽 스님이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그대와 이 일을 의논해 보자.”
임제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오자 황벽 스님이 괭이를 일으켜 세우며 말씀하였다.
“다만 이것은 천하 사람들이 잡아 세우려 해도 일으키지 못한다.”
임제 스님이 손을 뻗쳐 낚아채서 잡아 세우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제 손안에 있습니까?”
이에 황벽 스님이 대답했다. “오늘은 대단한 사람이 운력을 하는구나.”
그리고는 절로 돌아가 버렸다.
강의) 이번 대화에서 주제가 되고 있는 괭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괭이는 괭이 그 자체가 아닙니다. 불성이나 진리의 당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황벽 스님이 높이 치켜든 괭이를 임제 스님이 빼앗아 든 것은
황벽 스님의 법이 임제 스님에게로 전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운력을 하고 있다”는 임제 스님에 대한 황벽 스님의 칭찬을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钁頭在黃檗手裏어늘 爲什麽하야 却被臨濟奪却고
仰山이 云, 賊是小人이나 智過君子니다
해석) 뒷날 위산 스님이 앙산 스님에게 물었다.
“괭이가 황벽 스님의 손에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임제한테 빼앗겼느냐?”
앙산 스님이 대답하였다. “도둑은 소인배이지만 지혜는 군자를 능가합니다.”
강의) ‘임제록’에서 도둑은 나쁜 뜻이 아니라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얻은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니까 도둑은 수행자에게 있어 최상의 칭찬인 셈입니다.
앙산 스님은 임제 스님의 지혜가 황벽 스님을 능가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師爲黃檗하야 馳書去潙山하니 時에 仰山이 作知客이라 接得書하고 便問하되
這箇는 是黃檗底니 那箇是專使底오 師便掌한대 仰山이 約住云,
老兄아 知是般事어든 便休하라 同去見潙山하니
潙山이 便問 黃檗師兄이 多少衆고 師云, 七百衆이니다
潙山云, 什麽人이 爲導首오 師云, 適來에 已達書了也니다
師却問潙山호대 和尙此間은 多少衆이닛고 僞山이 云, 一千五百衆이니라
師云, 太多生이니다 潙山이 云, 黃檗師兄도 亦不少니라
해석) 임제 스님이 황벽 스님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위산 스님에게 갔었다.
당시 앙산 스님이 지객 소임을 맡고 있었는데 편지를 받고나서 물었다.
“이것은 황벽 스님의 것이요. 그대의 것은 어느 것입니까?”
그러자 임제 스님이 손으로 후려갈겼다. 앙산 스님이 임제 스님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노형이 이 일을 알고 계신다면 이제 그만 둡시다.”
그리고 둘이 함께 위산 스님을 친견했다. 위산 스님이 물었다.
“황벽 사형에게는 대중이 몇이나 되는가?”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700 대중입니다.”
위산 스님이 물었다. “지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조금 전에 편지를 전해 드렸지 않습니까.” 임제 스님이 이번에는 위산 스님에게 물었다.
“큰스님, 여기의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1500 대중이라네.”
임제 스님이 말했다. “참 많군요.” 위산 스님이 말했다. “황벽 사형의 문하도 적지는 않구나.”
강의) 황벽 스님과 위산 스님은 모두 백장 스님의 제자입니다.
이후 황벽 스님의 법을 이은 임제 스님은 임제종을 휘날리게 되고
위산 스님의 깨달음을 이은 앙산 스님은 위앙종의 선풍을 드날리게 됩니다.
그런 임제 스님과 앙산 스님이 드디어 만났습니다.
여기서 지객은 선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소임입니다.
앙산 스님이 임제 스님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이 가져온 편지는 황벽 스님의 것이고,
그대의 것은 어느 것인가.” 그러자 임제 스님이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후려칩니다.
아마도 앙산 스님은 그 순간 임제 스님의 경지를 바로 알아봤을 겁니다.
임제 스님이 황벽 스님의 편지나 전하는 심부름꾼은 아닌 것을 말입니다.
답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앙산 스님은 임제 스님을 인정하고, 바로 스승인 위산 스님에게 모셔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師辭潙山하니 仰山이 送出云, 汝向後北去하면 有箇住處리라 師云, 豈有與麽事리오
仰山이 云, 但去하라 已後에 有一人이 佐輔老兄在하리니
此人은 祇是有頭無尾며 有始無終이니라 師後到鎭州하니 普化已在彼中이라
師出世에 普化佐贊於師라가 師住未久에 普化全身脫去하니라
해석) 임제 스님이 위산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 하니, 앙산 스님이 배웅하며 말했다.
“스님이 뒷날 북쪽으로 가면 머무르실 곳이 있을 겁니다.”
임제 스님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앙산 스님이 말했다. “일단 가시면 한 사람이 있어 노형을 보좌해 드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으며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을 것입니다.”
임제 스님이 훗날 진주에 갔을 때 보화 스님이 이미 거기에 있었다.
임제 스님이 세상에 나와 활동을 시작하자 보화 스님이 도와드렸다.
임제 스님이 진주에 머무신 지 오래지 않아 몸 그대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강의) 앙산 스님이 임제 스님의 미래에 대해 예언을 한 것은 앞서도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훗날을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앙산 스님은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앙산 스님은 임제 스님이 진주에 가서 크게 선풍을 드날릴 것이며
거기에서 보화 스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이 예언이 실제로 맞았음은 앞서 감변에서 살펴보았습니다.
2013. 08. 29
법보 신문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