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추천하는 알아두면 좋은 자동차 상식들.
필자가 자동차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지 수 년이 다 되어간다. 위장된 자동차를 몰고 전국을 다녔으며, 국내에는 없는 차종
을 비롯, 수 십 개 의 차종을 몰면서 각 차의 장단점도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적인 경험을 통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몰
랐던 몇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아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사실들, 이번 칼럼은
이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글/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차량상품성연구원)
(1) 타이어를 교체한다면 원래 것과 동일한 것으로 해라
통상적으로 자동차의 타이어를 교체할 때, 브랜드는 더 잘 알려진 회사의 것으로, 그리고 성능이 더 좋다는 것으로 바꾸고 싶은
혹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타이어 교체시기가 되면 유명 브랜드의 고가 타이어를 장착하면 차의 성능이 향상되지
않을까 물어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가 수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해서 자신의 차에 가장 적합하게 개발
한 최적의 타이어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바꿀 필요가 거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회사는 국내외 타이어 회사들과 함께 해당 차종에 맞는 타이어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안락감과 승
차감 등 수많은 요소들이 고려되며, 이들은 타이어에 들어가는 고무 컴파운드 등 각종 화학 성분에도 반영된다. 즉, 기존 타이
어들이야말로 해당 차종에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적합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게 되
면 예전과 똑 같은 것으로 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2) 서스펜션도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말아라
앞서 타이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스펜션도 자동차에 최적화되어서 나온 것이다. 만약 자동차의 서스펜션을 교체해야 직성
이 풀릴 정도로 마음에 안 든다면 차를 살 때 시승을 충분히 해보지 않은 것이다. 서스펜션을 여러 번 바꾸면서 자신만의 차를
만들고자 했던 열혈 매니아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원래의 서스펜션이라는 농담은 사실 뼈있는 농담이다.
(3) 가죽시트는 장착할 만 하다
보통 자동차 가격을 낮춘다고 가죽시트를 장착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가죽시트는 썬루프,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더불어 중고차의 값을 최대한 높이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이는 중고차를 찾는 구매자들이 많이 찾는 사양 중의 하나
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죽시트의 내구성은 매우 뛰어나서,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 웨스트는 모든 기내 좌석을 가죽으로
한다고 한다. 즉,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의자 수선비가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4) 비싸더라도 안전한 옵션을 고르자
ABS나 에어백을 필수 사양으로 여기는 요즘, 이들 외에 안전에 기여하는 옵션 중 전조등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가로등과 같
은 광원이 충분한 시내에서는 자동차의 전조등 성능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여타의 주행환경이나 악천후 속에
서 전조등의 성능은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제논 램프는 고급스러운 색상을 이유로 장착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함을 보장하므
로 가급적 장착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단, 제조사에서 옵션으로 주는 것이 아닌 애프터 마켓 용을 장착하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제조사에서 성능이나 안정성을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추천 옵션은 후방 주차 센서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주차 공간에서 좀 청각적인 경고음을 통해 더 안전한 주차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후방 주차를 위한 모니터보다 센서가 더 민감하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후방 모니터는 안개 속이나 우천 시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센서는 이와 관계없이 장애물을 감지하므로 좀 더 정확하다 하겠다.
가장 우수한 후방 주차 시스템은 BMW처럼 센서를 통한 감지 및 경고음 발생, 그리고 장애물이 감지되는 영역을 LCD에서 그
래프로 표시해줌으로써 청각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5) 네비게이션, IVNS 대 PND
요즘 향상된 성능과 저렴해진 가격으로 PND(Personal Navigation Device: 전면부 유리창에 장착하는 휴대용 내비게이션 기
기)의 인기가 매우 높다. 반면에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동차에 맞게 통합된 IVNS (In Vehicle Navigation System)를 소비자에
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개 모두 운전자에게 보다 정확한 주행경로와 주변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
지만 둘 다 장단점이 명확하여 주의를 요한다.
1. PND
아이나비, 미오 등과 같은 수십만원 대의 PND등은 IVNS보다 가격이 싸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시의 적절하게 반영해 최
신 지도와 내장형 하드디스크, DMB기능, PDA기능과 같은 각종 첨단 기능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자동차에서 탈
부착이 가능하여 휴대하고 다니면서 다른 차에서도 쓸 수 있는 호환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터널이나 지하주차장과 같이 인공위성(GPS)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길을 헤매는 경우가 빈번하며, 특히 성
능이 조악한 PND의 경우는 고층빌딩이 많아 신호의 난반사가 일어나는 도심에서도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전면 유리창에 스탠드를 부착해 고정하는 방식이 많은데, 차량 사고가 날 경우 이것이 승객에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더 나
아가 PND의 부가기능 중 DMB와 같은 경우 주행 중에도 시청이 가능하여 이는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최악의 요소로 작용할 수
도 있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전면 유리창에 아무것도 부착할 수 없도록 하고 있
어서 PND의 전면 유리창 장착이 어려운 상태이다.
2. IVNS
자동차 내부에 통합되는 IVNS는 자동차의 각종 기능 – 순간 연비, 타이어 공기압 등 –을 확인해 주는 기능도 포함하는 등 해당
차종의 상태를 확인해 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자동차 바퀴 (wheel disc)에 장착된 WSS (Wheel Speed Sensor) 및 자동차
에 내장된 자이로 (Gyroscope: 비행기에서 쓰이는 항법 장비의 하나)를 통해 자동차의 위치 및 주행방향, 속도 등의 측정을
최대한 정확히 해준다. 고로, GPS 신호를 못 받는 상황에서라도 WSS와 자이로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자동차의 대략적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음으로 PND에 비해 보다 정확한 경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DMB, 전화 기능 등도 합법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IVNS는 PND에 비해 최신 기술의 반영이 늦으며, 지도 데이터의 업데이트도 상대적으로 어렵고 비싸며, 자신의 차량을
팔 때 낙후된 기술을 지닌 시스템으로 취급 받아 중고차 가격 산정에 어려울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수년 전 아날로그 TV 수신
기능이 있는 차량들이 중고차시장에 이 기능으로 좀 더 가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로 안내에 있어서 PND나 IVNS 둘 다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위성신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후자가 탁월
능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가격적인 면이나 휴대성에서 PND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더 나아가 PND의 개발속도가 자
동차 개발 기간과 맞추어지는 IVNS에 비해 더 빠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향후 예상되는 내비게이션의 방향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PND가 더 가볍고 얇아지는 동시에 고성능화되어 결국
IVNS를 대체하거나, 내비게이션 회사가 자동차 회사와 제휴하여 만든 PND가 자동차 내의 port를 통하여 탈부착되고 자동차
내 정보들과 동기화되는 것 등이다.
(6) 사륜 구동이라고 해서 안 미끄러지지 않는다
4륜 구동 자동차를 샀다고 해서 눈이 오는 도로나 악천후 속에서 안 미끄러지지 않는다. 작년 겨울에 눈이 쌓여가는 고속도로
에서 일상 제한 속도인 100kph로 달리는 SUV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10분 뒤 그 차량이 중앙 분리대와 정면충돌한 상태에서
멈추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처럼 4륜 구동은 산악지대나 사막에서의 주행성을 높이기 위해 4개의 바퀴 모두에 힘을 전
달하는 것이 목적이지 눈이나 오는 상황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것까지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혼다의 SH-AWD나 Bosch
사의 EPS와 같은 시스템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만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또한 운전을 100% 안전하
게 해주지는 못한다.
(7) 자동차는 직접 보고 타기 전에 아무도 모른다
국내 언론의 자동차 시승기를 읽어보면 중구난방이다. 필자도 자주 자동차를 바꿔 타기 때문에 시승기에 동의할 때도 있고, 아
닐 때도 있다 – 참고로 필자는 고성능보다는 편리한 운전에 치중하는 편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모두 취향이 틀리므로 자동차
를 구매할 때에는 스스로 최대한 확인해 봐야만 한다. 더욱이 최근 자동차와 같이 일반인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계도 없고,
집 다음으로 사는 가장 비싼 소비재이므로 많은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수입차들이 증가하면서 수적으로 증가하는 국내외 차종들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확인해 봐야 한
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 회사도 차종마다 성격이 틀리고 뛰어난 차종도 있는 반면 실망스러운 차종도
있다. 그것은 BMW건 토요타건 똑같다. 그리고 국산차라고 해서 수입차보다 못한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시승도 시내와 시외, 주간과 야간 모두 해보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시내와 시외에서 충분히 운전해보도
록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야 자신의 취향을 점차적으로 발견하게 되고, 좀 더 만족스러운 자동차 소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
다.
참고로 아직 국내에서의 자동차 평가가 미흡한 면이 있으므로 인터넷으로 미국의 Edmunds.com이나 Kelley’s Blue Book, 그
리고 Consumer Reports 등과 같은 구매자 위주의 언론매체를 참고해보면 한국차들과 한국에서도 팔리는 수입차들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 물론 영어로 되어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무료로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8) 자동변속기도 수동만큼 활용하자
마지막으로 최근의 자동 변속기에는 수동 기능도 함께 들어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4단 자동이 많았던 옛날에는 3단으로
낮추는 추가 버튼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동 기능이 있는 자동 변속기의 경우 대부분 1단부터 최대 단수까지 기어를 넣을 수 있
다. 고로 고속도로에서 D 상태의 상태에서 추월해야 할 때, 그리고 언덕을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수동모드로 전환하여 적극적
으로 변속을 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경우 보통 수동으로 바꾸면 계기판에 현재의 단수를 보여주기
에 이보다 하나 아래 내리면 된다.
위 내용들 중 몇몇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이고 몇몇은 새로운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
음에서 자유롭게 풀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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