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Circle)"의 뜻은 '원'이죠.. 동그라미.
이건 아주 중요한 의미로 영화 전체에 복선을 깔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한 산부인과에서 시작합니다.
아들이기를 잔뜩 기대하는, 산부의 친정어머니로 보이는 한 노파에게
간호사는 딸이라고 말합니다.
노파는 너무나 슬픈 눈으로 병원밖으로 뛰쳐나갑니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어 세 명의 여인이 출옥을 하는장명을 보여줍니다.
어떤 죄명으로 감옥살이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화 전체의 느낌으로 볼 때, 아마도 말도 안되는(지극히 여성 차별적인) 죄명으로 옥살이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세 여인 중 한 명은, 곧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에(이 경찰들이 또 문젭니다. 지극히 억압된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잡혀가고,
남은 두 여인, '나르게스'와 '아레주'는 도망을 가죠.
나르게스는 순수한 소녀로 고향에만 돌아가면 모든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죠.
(나르게스는 아레주에게 고향이 그려진 그림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우리가 같이 갈 라질리그야. 정말 아름답지?")
사회의 근본적 모순을 깨닫지 못하는 나르게스...
그녀와 함께 했던 아레주는 2년만의 출옥인데도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자,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걸 깨닫습니다.
(아레주는 "시간이 필요해. 천국이 없다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어.."라고 하며 고향으로 가는 것을 포기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판 돈으로 나르게스가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해 주고는 어디론가 떠나버리죠..
카메라는 시선을 옮겨 '파리'라는 여자를 향합니다.
파리는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오빠들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낙태를 상의하지만,
어느곳에도 남자(친정 아버지나 남편)의 동의없이 낙태를 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를 묻는 친구에게 파리는 말합니다.
"그 사람은 처형됐어... 하룻밤 같이 있게 해 줬어..."
그리고 잠시 몇 가지 사건이 있은 후,
이 여인들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감옥에서....
처음 그 셋이 만났던 감옥.
그곳을 벗어난 여인들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기에, 결국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다시 감옥으로 돌아옵니다.
영화의 제목인 "써클"은 이런 상황을 암시하고 있죠.
끝이 없는 억압..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원과 같은 인생..
이 영화의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완성도 높은 영화를 제작하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영하는 이란 당국의 촬영협조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국의 방해공작까지 받아가며, 후반부는 비밀스레 촬영했을 정도로 이란 내에서는 문제작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상영금지가 돼 있구요..
이슬람 문화의 기형적인 여성인권 억압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너무 많이 얘기해 버린건가?? ㅡㅡㆀ
그래도 직접 보시면 훨씬 많은걸 느끼실 수 있는 작품 같네요.
장소는 씨네큐브.
광화문역 6번 출구로 나와서 200여 미터 정도 걸어가시면 찾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