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벌의 주범은 학벌
경남도민일보
2011년 01월 14일 (금) 신종만 교사 webmaster@idomin.com
진보교육감의 등장으로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금지, 두발과 복장의 개성 존중 등 학생의 인권보장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보수언론들은 서울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가 교실붕괴의 원인이라도 되듯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 교육이 시장에 맡겨진 모순 속에서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다. 정작 20세기에 사라졌어야 할 해묵은 체벌의 논쟁이 21세기에 다시 교육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대개 체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체벌이 없다면 질서유지도 수업의 효율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필요악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체벌이 문제행동을 즉시 수정할 수 있고 옳고 그름의 변별학습을 촉진하며 다른 학생이 유사한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체벌의 근저에는 인간이 본래 악한 존재이기에 이 악을 제거하려면 물리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동주의에 기초하여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체벌로 훈육하고 교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 학생-교사 간 갈등
한편, 체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사랑의 매라는 핑계로 민주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학교현장에서 단호히 추방하여 학생의 자율성과 자주성, 인권존중을 강조하며 교육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문제행동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공포심을 조장하며 동기유발을 억압함으로써 학습과정을 왜곡하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마저 파괴하며 자기비판이나 자기지향의 발달이 억제되어 자기조절 능력을 신장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체벌 자체의 찬반을 넘어 체벌을 할 수밖에 없는 학교구조와 경쟁교육에 대하여 관심을 둬야 한다. 아직도 교육현장은 과밀학급과 각종 행정업무, 수업시수의 과다로 학생과 교사가 서로 크고 작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할 시간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권위적인 학교 문화와 왜곡된 승진구조 속에서 인권친화적인 학교풍토가 전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체벌의 진짜 주범은 치열한 입시경쟁의 학벌교육과 제로섬게임의 무한경쟁으로 학생 간, 교사 간, 학교 간에 줄을 세우는 데 있으며 이것은 학교폭력의 주범이기도 하다.
학생이 존재하지 않는 학교는 상상할 수 없다. 지금 각 나라는 청소년 인권보장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선언문이나 규약 등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민주시민의 기본을 배우는 학교에서 피교육자라는 이유만으로 각종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제약하고 있다. 학생을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보지 않고 효율적으로 학업만 시켜야 하는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에 그들의 주체성이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권은 대학에 가서 누리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로 교육 제자리 찾아야
헌법 37조 2항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허울뿐인 학교생활규정에 근거하여 학생들의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하면서 인식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규정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강요를 하면서 교사 간에는 지도방식을 둘러싸고 갈등도 심각하다.
이제 학생은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교사는 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줌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 협력, 민주주의 가치 속에서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학생과 교사가 연대하여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칙제정에 학생참여를 보장하고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학벌경쟁으로 체벌에 의지하여 교권을 지탱한다면 우리 교사의 전문성은 너무나 우스운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도 사람이다.
/신종만(남지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