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나 그 이전이나 노비는 존재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노예냐 노비나 농노냐 그리고 어느정도 대우를 받는가의 정도에 따른 차이는 있었을 뿐 기본적으로 돈으로 사고 파는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었죠. 기록이 많은 조선시대인 만큼 이 노비에 대한 기록 또한 많은데 노비 한 사람의 값은 면포 200필 정도, 물론 이정도 가격은 젊고
튼튼한 남자 노비의 값이었습니다. 물론 조선왕조 500년 동안 노비의 값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는데 면포 200필 정도는 성종 7년의
가격이었습니다.

태종때의 노비 값은 중급 품질의 면포 (오승포) 150필 정도였는데 좋은 말의 경우 400~500포 정도 되었으니 말 한마리 값 보다
사람 하나 가격이 더 싼 편이었습니다. 물론 노동력을 봐도 말에 비할바는 아니었으니 경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지만 노비가
그야말로 물건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죠. 조선 중기 이후 국가가 안정화 되면 국가에서 노비 가격을 어느정도 선으로 올려두기도 하는데
젊은 노비의 경우 400필, 40세 이상의 늙은 노비는 300필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 소나 말 값은 더 오르겠지요)
허나 시장경제는 날카로와서 태평성대가 오래되어 노비가 늘어나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조선과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려시대에는 100필로도 노비를 구매할 수 있었고 전쟁등으로 인구가 확 줄어들어 노비가 줄어들면 좀 더 높은 가격, 심지어 500필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젊은 여자 노비는 얼마에 거래가 되었을까요? 의외로 여자 노비가 더 비쌉니다. 젊은 남자 노비가
면포 200필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때 여자 노비는 220~240필 정도로 남자보다 좀 더 비쌌죠. 당장 노동력으로 투입했을 때 더 힘센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비싼 이유는... 아시겠지만 새끼를 놓으면 그것도 재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새끼라 그러면 좀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사실 취급이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자 노비가 낳은 노비는 그
여자 노비의 주인 재산이 되기 때문에 여자 노비를 다른 집 노비에게 시집 보내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자기 집 안에서 돌고 도는거죠. 그래야
재산이 분할되지 않으니까요. 하여 여자 노비의 경우 일반적인 남자 노비들 보다 가격이 더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요즘도 소는 암소가 더
값이 높고 병아리도 암놈은 더 살지만 수컷은 나자마자 갈아져 사료로 변합니다.

<요 정도라면 면포 200필 짜리, 도망친 놈이니 성질이 나빠 더 싸게 거래될
수도>
자... 그렇다면 노비가 물건인 만큼 다른 상품처럼 매매규정도 있었을까요? 물론 있었습니다. 경국대전에 보면 토지를 매매할 경우 그
교환 반품은 구입 후 15일 이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정 부속 조항에 '노비의 경우도 이에 준한다' 라고 되어 있지요. 이를
매매한(買賣限)이라고 하는데 시기마다 기간의 차이가 조금씩 나기는 했지만 구입 후 매매가 완전히 끝나는 기간을 규정한 것에 노비도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노비도 상품인데 소나 말, 토지처럼 가격이 좀 있는 물건인지라 (가격이 싸다고하지만 소, 말, 토지처럼 그냥 식품가게에서 식품
사오듯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구입 후 백일 이내에 구청에 신고... 아니 관아에 신고해야 했습니다. 그럼 관아에서는 소유권 확인서를 발급해
주었지요. 그리고 관아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노비 대장을 만들어 관리했고 말입니다. (노비 민란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관아등에 이 노비대장을 불태우는 일이지요) 좀 딴 이야기지만 이런걸 보다보면 적어도 이 당시 소비자 보호법도 있는 것 같아 살짝 웃음도
납니다.

<관노비대장>


<위에 이미지는 낙서질 때문에 헷갈리는 고로 확실하게 보이는 노비 매매 문서를
하나 올립니다. 내용알면 불쌍해지는>
제가 예전에 쓴 글에 노비를 노예와 같아고 할 수 없다는 말도 했지만 이런 경우라면 그 말을 그대로 쓰기는 참 뭐 합니다. 아무리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있고, 그걸 물려줄 수 있는 외거노비 같은게 있다 하더라도,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양반보다 더 떵떵거리는 노비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몸 값은 정해져 주인의 재산에 속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다만 요즘도 몸값을 말하는 뉴스를 자주 보면서 과연 노비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