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다는 것’과 ‘존재 자체’라는 말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존재’에 대해서는 위대하다는 철학자 하이데거가
‘존재’와 ‘현존재’와 같은 식으로 낱말을 복잡하게 만들어
오히려 철학적 개념이 단순한 의미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간단하게 명사적 의미로서의 ‘존재’와
그 존재가 자신의 ‘유지-존속해 가는’ ‘존재함’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그 ‘존재와 존재함’을 물으며 살아온 시간이 제법 짧지 않은데
‘물질에서 생명으로’라는 말도 그것을 담으려고 한 그릇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 엄청난 내용을 다 담기에는
여러 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한 내 생각입니다.
‘물질’이라고 하는 ‘바로 그 존재’를 말하기 위해서는
모든 존재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학과 물리학은 말할 것도 없고
우주물리학까지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엄청난 주제를 일련의 강좌로 기획하고
여러 명의 생명과학 분야의 학자들이 한 분야씩 맡아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보니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자신들의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까지 고려되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논점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실제로 그런 점이 곳곳에서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엉성하거나 거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생명과학 차원에서의 존재의 진실’에 대한 접근과
그 존재가 하나의 생명 단위로 뛰어오르면서
독특한 ‘존재함의 차원’을 엮어내기 시작한 일들을 일러주는
꼼꼼하면서도 자상한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아기자기했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정리를 하는 동안 선명해지는 것을 알아차리며 내 무지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고
‘존재의 진실을 향해 가는 동안 만난 소중한 길벗’이라고 말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없지 않았는데
내가 ‘소중한 길벗이거나 좋은 선생’이라고 말한 이 책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가기에는 여러 모로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점,
그렇지만 조금만 참을성을 갖고 읽어나간다면
누구라도 내가 얻은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길잡이라는 말은 할 수 있는데
물질이 생명이 되던 일에 대한 자연과학적 상상력으로부터
그것을 실험하면서 가능성을 엿본 소중한 연구들,
그리고 생명현상이라고 하는 아무리 보아도 놀랍기만 한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다시 한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또 다시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고
앞으로 그것을 더욱 다듬고 손질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야겠다는 다짐까지 한 것이
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 동안 얻은 것들,
그 모든 것이 내게는 또 울림 긴 기쁨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이 책 한 권의 가치는
내 안에서 엄청난 무게를 지니게 되었다는 말까지 하면서
읽고 나서 그야말로 ‘엉성하게 정리한’ 것을 꺼내 놓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