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극단 청년극장 ‘택시 드리벌’포스터
청주의 극단 ‘청년극장’(대표 홍진웅)이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택시드리벌’을 선택했다. 영화감독 장진씨가 쓴 이 연극은 1997년 초연 때부터 화제를 모으며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작품. 최민식, 권해효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으며 청주에서도 한 차례 공연한 적이 있다. 19일부터 26일까지 청주 사직동 너름새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일상에 찌든 택시기사 장덕배(방근성)가 한 여자손님이 두고 내린 가방을 보면서 느끼는 하룻동안의 꿈과 환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시골 출신인 덕배의 눈에 비친 도시의 밤은 악몽 같지만, 젊은 날의 낭만을 되찾겠다는 순수함이 있다.
영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등 영화와 연극을 오가면서 재기를 보여준 장진씨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한다.
술에 취한 용기로 겨우 상사 욕을 해대는 샐러리맨들, 게임방에서 이틀을 꼬박 새워 게임 속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하는 청소년, 정치 얘기를 하다가 지역감정 싸움으로 악다구니를 해대는 경상도와 전라도 남자, 운전사를 두렵게 하는 정체불명의 건달.
너무도 리얼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택시 안 풍경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택시기사 장덕배를 통해 정치·사회를 풍자하고 나약한 소시민들의 애환을 빠른 템포로 전개한다.
이 연극에는 청주에서 활동하는 30대의 젊은 연극인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이채를 띤다.
주인공 장덕배역의 방근성씨나 전라도손님역의 김상규씨, 가락동 아줌마역의 임은옥씨, 여대생역의 권영옥씨, 잠실역손님 최영갑씨 등이 출연한다.
이밖에 주인공의 죽은 여자친구인 화이역에 김은아씨가 출연하고 정창석, 류지연, 문혜경, 이재성, 오순태, 한선미, 허민씨 등이 출연해 소극장 작품 치고는 대작에 가깝다.
그런 만큼 연출가의 의도가 작품 성향을 좌지우지하기 마련이다. 연출을 맡은 김상규씨는 최근 ‘두 남자 스토리’를 연출하며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작품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김상규씨는 “다원적인 구성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고민이었다”며 “점점 무감각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현대인이 다시 한번 따뜻한 인간미를 생각해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4시·7시. 충북좋은공연종합관람권 참가작. 문의=☏043-269-1188.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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