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큰 불만을 품었다.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어제까지 잘했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망상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 앉아서 이런 공부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시험이 너무 암기 위주라 이렇게 출제되는 시험을 봐야 하는지도 고민했다.
그러면서 난 한국 사회의 리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17년 전 사건이 터지면서 난 분노감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 됐고, 심하게 퇴행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과대망상도 커졌다.
난 분노하는 사건이 생기면서, 마침 그때 어떤 자유로운 작가의 글을 그동안 읽어 왔다. 그 글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리더로 키우는 내용이었다. 그 사이트의 비전도 리더를 양성하고, 사회를 이끄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과 비슷했다. 아무튼, 이런 내용의 글을 많이 읽어 내가 꼭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망상을 자주 하게 됐다.
오늘도 답답해서 공부하다가 집을 뛰쳐 나갔다. 그리고 동네 도심가를 배회하면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그러다 시각장애인 여자가 지하철에서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봤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천지인데, 난 너무 편한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옛날과 비교해서 얼마나 완벽한가? 지금 내 책상에는 노트북이 있고, 법정 스님 책 2권이 놓여 있고,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공기계 스마트폰이 있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과 접속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기계 스마트폰으로는 온갖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유튜브를 틀어놓으면 무수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좋은 환경에 놓여 있는데, 나의 마음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지나침에 그 원인이 있겠다. 법정 스님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지금 내 마음이 지나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다. 현대인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 완벽한 환경에서 산다. 그런데도 옛날과 비교해도 덜 행복하다.
남과의 비교가 우리를 불행으로 이끈다. 비교하지 않으면 우리는 얼마나 좋은 환경에 놓여 있는가? 나부터도 이제 불필요하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야겠다. 나의 경우에는 오피니언 리더를 부러워한다. 내가 꼭 유명 리더가 되어, 사회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충동을 자주 느꼈다.
내 집에는 온갖 양서가 꽂혀 있다. 내가 읽을 의지만 있다면 손만 가져다 대면 된다. 그런데 난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은 그만큼 의지가 약한 상태다. 얼마만큼 가져야 만족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충분히 가졌는데, 이것을 올바로 활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더 크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이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조금도 더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말할 수 없다. 현대의 지나침은 과거의 모자람에 비해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것을 깨달았으니 비우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법정 스님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느 인디언이 대략 말하길 ‘현대인은 너무 많은 물질 속에 놓여 있어서, 스스로 조용히 존재하고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라고 했다.
저 문구를 떠올리니 물질의 홍수 속에 놓여 있는 비만 상태를 느끼게 된다. 가난하게 살면서 충만함을 느끼는 사람을 볼 때, 법정 스님은 부끄럽게 여겨진다고 했다. 즉 자신보다 덜 가졌으면서도, 더 만족해하는 사람을 볼 때 스님은 부끄럽다고 했다. 나 또한 이제 욕심을 많이 버려야겠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정신적 비대함이 크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심리상담가와 작가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 자체에 만족해야겠다. 더 갖지 못하고, 다른 존재가 되지 못하는 불만족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이만하면 이생에서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난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