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지역, 특히 창평면은 예로부터 농사짓기 좋은 곡창지대였다. 이곳이 풍요로운 고장임을 보여주는 것은 지금 남아 있는 옛 가옥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 곳에서 물길이 모인다는 뜻의 '삼지내 마을', 창평의 작은 마을에 모여 있는 고택들은 넉넉한 크기의 곳간을 갖고 있다. 곳간에는 쌀이 가득했고 겨울이면 쌀을 이용해 한과를 만들고 엿을 만들어 먹었다. 곳간이 가득 차니 인심도 후하고 문화도 발달했다.
이 마을의 춘강 고정주 고택은 창평 지역 근대교육의 효시인 영학숙과 창흥의숙의 모태가 되기도 했고, 한말 민족운동의 근원지로 현대사적 의미도 갖고 있다. 마을의 남쪽에는 월봉산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크지도 높지도 않은 완만한 산세를 갖고 있다. 이 산에는 상월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곳은 고려 경종 1년(916년)에 창건된 대자암의 절터다. 추제 김자수가 벼슬을 사임하고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상월정을 창건했고 손자사위 성풍 이씨 덕봉, 이경이 사위 학봉 고인후에게 양도해주면서 김, 이, 고씨의 3개 성씨가 이곳에서 연을 맺게 된다. 바로 여기서 창흥의숙을 연 춘강 고정주, 신학문을 배운 고하 송진우, 가인 김병로, 인촌 김성수, 취봉 고재호, 심강 고재욱 그리고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한기, 고재필 선생이 공부를 한 곳이다. 월봉산에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하니 문화의 고장으로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