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을 위한 협주곡
김승희/민음사
읽기 2023.5.17~21
한 참 후에 독서록을 쓰려니 <왼손을 위한 협주곡> 책이
많은 책들 사이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김승희시인의 시를 찾아다녔고,
그중에 한 편을 데려왔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 시인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2007-
시의 문장들을 옮겨 적다 보니 아버지의 미소가 떠올랐다.
뇌경색이 짙어져 요양병원에 계실 때, 아버지를 병문안했을 때다.
그때 아버지가 나를 보고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으셨다.
나에게 간직된 아버지가 웃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아버지의 미소가 따뜻하게 웃는다.
2024.11.20. 오하마
#사랑 #아버지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