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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20
피그미하마
▲ 피그미하마는 일반 하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둥근 게 특징이에요. /위키피디아
태국 촌부리주의 동물원에서 지난 6월 태어난 피그미하마 '무뎅<아래 사진>'(탱탱한 돼지라는 뜻)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어요. 오동통한 몸에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입을 쩍 벌린 채 사육사와 장난치는 깜찍한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무뎅을 보러 동물원으로 향하면서 관람객이 네 배로 늘었대요. 덕분에 피그미하마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피그미는 아프리카에 사는 키가 작은 부족의 이름인데, 동물 앞에 붙이면 작다는 뜻이 돼요. 피그미하마는 다 자라면 길이는 최장 185㎝, 어깨높이는 최고 83㎝ 정도예요. 일반 하마가 갓 태어났을 때보다 조금 큰 정도랍니다. 몸무게는 최대 270㎏ 정도로 하마의 10분의 1 수준이죠. 피그미하마는 하마의 미니어처(축소 모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적지 않아요.
피그미하마는 하마보다 머리 모양이 더 둥글고, 목도 상대적으로 길답니다. 다리는 더 길고 늘씬하죠. 머리 위쪽에 눈이 있는 하마와 달리 피그미하마는 옆쪽에 있어요. 피그미하마의 생김새가 하마와 다른 건 서식 지역의 특성 때문이기도 해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면서 물풀을 뜯는 하마와 달리 피그미하마는 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잎과 풀줄기, 뿌리,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등을 주로 먹는답니다.
하마의 조상은 멧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고대 포유동물인데요. 과학자들은 400만 년 전쯤 진화 과정에서 하마와 피그미하마가 갈라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육지 생활에 맞게 적응한 피그미하마는 천적을 피해 도망치는 데 알맞도록 덩치도 작아지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몸도 진화했어요. 하마 발의 물갈퀴가 피그미하마에겐 없는 것도 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눈이 양옆에 나 있는 것 역시 뭍에서 지낼 때 천적이 숨어 있는지를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랍니다.
피그미하마는 야행성 동물인 데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습성이 있어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아요. 6~7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난 새끼는 몸무게가 고작 4~6㎏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가볍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빨라요. 다섯 달이 지나면 태어났을 때 몸무게의 열 배로 커진대요.
피그미하마는 주로 라이베리아·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의 우거진 숲과 늪지대에 산답니다. 이 나라들은 오랜 내전을 겪었어요. 전쟁이 한창일 때 숲이 파괴되고, 고기를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밀렵이 이뤄지면서 피그미하마 숫자도 급감했어요. 지금 야생에는 3000마리도 남아 있지 않대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 동물원에서 피그미하마의 새끼가 태어나면 소식을 알리고 있죠.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서도 얼마 전 피그미하마가 새끼를 낳아서 '해기스'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우리나라에도 피그미하마가 살고 있는데,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나몽'이랍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