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을 향한 산들바람이 불어올 즈음 온 들판을 하
얀 빛으로 물들여
보는 이의 가슴을 터질 듯 하게 만드는 메밀꽃.
무더운 여름을 지나 9월초까지 꽃을 피우는 메밀밭
을 보기 위해
9월어느 햇살 따뜻한 오후에 이효석의 고향 봉평으
로 향했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여 가니 봉평
에 다다랐다. 톨케이트를
지나 한적한 국도를 달리면서 드문드문 피어난 가
을 코스모스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이 있을까 하는 행복
감에 젖어들게 되고,
역시 드라이브의 묘미는 국도를 달리는데 있다는 생
각을 들게했다.
봉평의 입구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스며온
다. 웬지 TV 전원일기에
나오는 시골마을처럼 조그마한 현수막이 걸려있고,
거기엔 마을체육대회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금방이라도 "봉평마을 여러
분~~~" 하며 스피커를
통해 동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았다.
첨단무기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뽑아왔기에 순서대
로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곳엔 공원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작은 "가산공
원"과 이효석 동상이
있었다.
이어 조그마한 다리 하나 건너니 "메밀꽃 필 무렵"
에서 허서방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눈 방앗간
이 보였다.
얼마전에 복원된 듯한 모습.
관광지화 하기위한 조금은 인공적인 모습을 띄고있었
기 때문인지
좀 옛스런 느낌이 적었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앗 !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메밀꽃이 시들었어.......................
소금가루 같다는 메밀꽃밭은 이미 붉은 빛으로 변해
있었고 여행전날 내린 비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
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온 김에 이효석
생가라도 봐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길을 나아
갔다.
물레방앗간에서 효석 생가까지는 비포장도로라 차로
가면 바퀴가 무사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효석 생가는 현재 다른 사람이 살고있고, 예전의 모
습은 별로 찾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찾
아
이제는 메밀수제비와 메밀전, 막걸리를 파는 주막으
로 변신... 그곳에서 나도 메밀칼국수와 메밀묵을 먹
었다.
봉평의 여행은 약 4시간이면 충분하여 우린 가까운
곳에 위치한 허브농장을 들렀다. 1차선의 좁은 길을
굽이
굽이 따라가면 길 옆으로 무성한 옥수수와 고구마밭
을 볼 수 있고,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만날
수
있다. 아마 설악산의 계곡물보다 더 시원하고 맑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도착한 허브농장의 이름은 "허브나라".
마치 어느 동화나라에 찾아온 듯한 느낌. 계곡물이
있고, 허브향속의 따뜻한 오두막과 카페도 있다.
언젠가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와서 하루밤 묵어가
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도 수 있을 것 같은데..
해가 기울어져 우린 다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
다.
우연히 찾아온 봉평. 생각만큼 아름다운 메밀꽃밭을
보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본 정감어린 깨끗한 시골
정경은 도심의 스트레스를 잊게해주는데 충분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