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범 '정승필실종사건'

[장가방]

웃음이 실종된 썰렁한 코믹수사극

[정승필실종사건] 너무 점잖아서 재미를 놓친 영화

▲ 9월 28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정승필실종사건' 언론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웃음과 재미가 실종된 코믹영화'라는 볼멘소리가 많았습니다.

■기회를 놓치다
올해는 코믹영화가 몇 편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과속스캔들’ ‘7급공무원’ 정도가 선전했죠. 예년에 비하면 저조한 편입니다. 추석을 겨냥해 다양한 코믹영화가 개봉되던 예년에 비해 올해는 양상이 다릅니다. 트렌드가 바뀌어서라기보다는 제작자들이 타이밍을 놓친 듯합니다.

이 같은 코믹영화 빈타 속에 그것도 추석명절을 일주일 넘긴 10월 8일 개봉일을 잡은 ‘정승필실종사건’은 좀 의외의 영화입니다. 코믹 영화치고는 웃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9월 28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묘했습니다.

이렇다 할 추석 대작도 없고, 특히 추석에 잘 팔리는 코믹영화도 없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에 ‘정승필실종사건’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습니다.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말이죠.

■강석범 감독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나

▲ '정승필실종사건' 포스터.

‘정승필실종사건’을 연출한 강석범 감독은 ‘해바라기’(2006),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을 통해 역량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게다가 2006년에는 ‘투사부일체’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코믹 영화에 대한 감도 떨어지지 않는데 ‘정승필실종사건’은 의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강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강 감독의 이름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대개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주도하거나 최소한 각색에 참여하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죠.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억지로 만든 영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강 감독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코믹 영화에 대한 오해
좋은 코믹배우가 좋은 코믹영화를 만든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이건 오해입니다. 코믹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영화 틀이 잡히지 않으면 실패하는 겁니다. 이범수는 좋은 배우입니다. 코믹·멜로·액션 모든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조연시절부터 코믹에 능했기 때문에 코믹영화의 주연을 자주 맡죠.

그런데 ‘정승필실종사건’은 코믹영화로서 틀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배우가 신나게 연기할 수 있는 틀이 없다는 겁니다. 결혼을 앞둔 500억대 자산관리사가 실종됐습니다. 납치를 당하거나 길을 잃은 게 아니라 갇혔습니다. 갇힌 이범수는 탈출을 시도합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형사, 약혼자)은 납치, 치정, 금전문제로 몰고 갑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갇힌 겁니다. 시간이 흘러 건물을 철거하기 직전 이범수를 구출합니다. 내용만 봐서는 코믹할 게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범수의 코믹연기가 빛을 내지 못했습니다. 조연들의 어설픈 코믹연기도 흥미를 못 끌었습니다. 이한위만 빼고. 이것이 ‘정승필실종사건’의 문제입니다.

▲ 요가 선생님 역할을 연기한 고 장자연.

■고 장자연의 유작
이 영화는 고 장자연의 유작입니다. 극중 요가 선생님으로 나오죠. 처음엔 장자연인 줄 몰랐습니다. 날씬한 배우로 알았는데, 극중에선 제법 볼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몰라 봤나봅니다.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폭발력은 작았지만, 고 장자연의 유작이라는 것도 영화 홍보에 기여할 수 있었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기운이 빠지다보니 역부족입니다. 그러나 비중이 적은 배역이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흥행 예상 성적표는?
관객이 많이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봉시기도 추석을 넘겼으니 대목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겠고요. 아... 심난합니다. 10월 8일 개봉하고요,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00분입니다. 별점은 두 개(★★)입니다.

[장가방]

관객동원 33만명 입니다. 개봉 전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겁니다. 아무튼 여러가지 악조건을 뚫고 만든 영화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