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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聖한하운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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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岩 鄭日相 스크랩 쉽사리 접근을 허용치 않는 영산(靈山)한라산
靑岩/鄭日相 추천 0 조회 23 14.05.28 10:3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4.4.26 오후 3시의 백록담 모습>

 

북소리·죽비소리·철부지소리(206)

 

 

쉽사리 접근을 허용치 않는 영산(靈山)한라산

 

 

제주의 사계절을 전부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찾아 오른 한라산 백록담. 계절에 따른 이곳 자연의 의미와 혜택에 청탁(淸濁)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날씨의 맑음과 흐림,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시간의 의식, 군자와 소인의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정(正)과 곡(曲)이 혼재한 뒤범벅의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거라고 까지 생각했던 그 정상에 내가서고 보니 나의 선입견이 완전히 빗나가 있었다. 이미 아열대 지방으로 변해 있는 제주의 한라산은 해발 0m에서 1950m에 이르는 높낮음의 계절을 혼자 머릿속에 계산해서 낮은 곳엔 초여름이 한창일 것이고 중간엔 봄이, 또 그 위엔 늦겨울의 잔설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내 그런 환상과 짐작은 한순간 빗나가고 말았다. 그 이유는 한라산의 낮은 곳에서는 기후의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모든 식물들이 철을 잊어버리고 봄꽃이 순서대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때 몰아 피는 형극으로 변해 이미 계절감각을 이 한라산도 잇고 말았으며 낮은 곳은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져버렸다고 전한다. 그래서 그 한라산의 나무 그늘에 있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어디 제 때 제구실을 하는 식물군이 없어져 버린 것이리라.

 

나는 언제나처럼 한라산의 모든 것을 예사로 보지 않고 하나하나 살펴보곤 했다. 그리고 자연을 살펴 응시하면서 초목의 생태를 살피는 버릇과 카메라에 담는 버릇은 이곳에서도 변함이 없었고 처음 오르는 한라산의 많은 것을 더욱 더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 겨울이기에 겨우살이가 많이 눈에 띈다. 한겨울에 푸르름을 자랑하며 참나무나 서어나무와 기타나무 등에 반 기생하는 식물로서 나뭇가지 꼭대기에 마치 새둥지모양으로 자라며 매 달려 살아가는 이 겨우살이가 한라산의 앙상한 나목에 대롱거리며 달린 식물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계곡을 타고 흘러야 할 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속사정은 계곡따라 흘러야 할 물줄기기 중간 중간 자연배수 되고 있는 건천(乾川)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한편 내가 담아 온 한라산의 모습은 마치 혼돈의 사회 같은 느낌이었다. 이른 봄 시커먼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눈뜨는 연두 빛 새싹들의 가녀린 숨결소리를 듣고 싶었고, 얼마지 않아 두견이 서럽도록 흐느끼는 5월을 기다려 정열을 토해내는 진달래와 마치 드레스로 눈부시게 단장한 제주의 왕 벚꽃들의 합참을 듣고 보고 싶었으나 그 오름길엔 그런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곳이었다. 아쉬웠지만 어쩌랴. 또한 한라산의 깊은 계곡을 타고 달리는 맑은 바람과 골 안을 휘돌아 능선으로 치닫는 바다의 물안개, 파란 잎들의 향연을 상상하고 바랐으나 그런 느낌은 전혀 다가오지 않았고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 오르니 활엽수들은 나목인 채 앙상한 가지들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니 자연의 향연을 보는 즐거움은 뒷전으로 하고 화산으로 성성이 구멍 난 돌들을 밟고 산을 올랐다.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 해발 1.800m고지의 구상나무 군락지대를 약 1신간 쯤 오르는데 여기는 급경사지대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 이를 오르니 숨이 차올라 몇 번이고 쉬고 하며 오르기를 반복했다.

 

이 산을 오르며 마음이 아팠던 현상이 눈에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이 한라산 중턱으로부터 시작해 정상에 이르는 길섶은 말할 나이 없고 한라산이 군데군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많은 나무들이 뿌리가 뽑힌 채 뿌리는 하늘을 향해 드러누워 몸뚱이와 나뭇가지들은 말라 죽어 있었다. 이는 장마로 뿌리 채 뽑혀 계곡을 가로질러 누워있던 아름드리나무들이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내가 넘어지고 뿌리 채 뽑힌 것은 태풍 때문이 아니라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이라고. 그렇다. 튼튼한 뿌리를 내려 지탱하지 못한 원인이 있었다고 하는 그 동인이야말로 내게 삶의 철학을 가르치고 질타하는 비유로 내게 깊은 사념(思念)으로 다가왔다.

 

이 정상쯤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찬 공기와 구름과 안개비를 동반한 초속 25m 쯤 될 것 같은 바람은 내 몸뚱이를 날릴 것만 같아 조심조심, 비스듬히 게발걸음으로 바람을 등에 받으며 한발 한발 올라 겨우 정상에 올랐다. 나 보다 한발 앞서 오른 회원이 기다려 ‘백록담’ 돌비 앞에 서며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내 카메라에 담는데 그 순간에도 억세게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나를 날려 버릴 것처럼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새 또 바람이 자지러지면서 조용해진다. 왜 이리 흐렸다 개었다 할까? 마치 이 세상의 혼탁한 세속을 닮은 닮은꼴이었다.

백록담에 올라선 시간이 오후 3시경이었다. 4월 말쯤이니 5월 달쯤 되면 날씨가 좀 풀려서 봄의 나른한 햇빛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추위가 물러가 봄이 아롱거릴 것이라 여긴 내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白鹿潭)은 너무 춥고 바람이 실비를 실어 나르면서 구름이 끊임없이 흘러 안개인지 구름인지를 구분 못할 정도이고 가만히 그 자리에서 서 잊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너무 세차 바람을 등에 지고 서서 잠시 발아래를 내려다 봤다. 내 발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산을 올랐던 산악회 회장과 옆 동료들도 흐릿하게 어스름이 보인다. 백록담을 내려다보려고 했지만 전혀 지형을 구분할 수도 없고 구름과 안개가 덮여 여기까지 올랐는데 영영 그 자태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조바심하며 우리일행은 잠시 머뭇거리고 서성이며 기다리는 순간 바람이 한차례 세차게 불더니 확 구름이 걷히고 산정상과 백록담의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순간 탄성을 지르며 ‘야! 구름이 걷혔다. 됐다. 보인다. 사진 찍고 갑시다’ 라 외치곤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았다. 잠시의 순간들이다. 쉽사리 정상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백록담과 한라산 정상, 아마도 이곳 산신이 애써 오른 우리를 보고선 잠시 자비를 베풀어 그 용안을 내 보인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면서 잠시의 응시와 마음에 풍광들을 담으며 하산 길에 들었다. 참으로 요행이라 할까 아니면 산신님의 자비의 발로로 치부해야할까? 하여간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에 희열이 솟는다.

 

처음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 할 땐 6~7시간은 걸어야 할 것으로 짐작하고 첫발을 내 디뎠으나 그 내 예측 또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날 한라산의 성판악 휴게소에서 관음사 쪽으로 종주하는 주행길이가 무려 19.2km로서 장장 9시간30분을 오르고 내려 여간 힘들지 않은 만만찮은 산길이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한라산의 산신은 쉽사리 인간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좀 뒤 처져 정상에 오른 우리 일행은 세찬 바람과 흐르는 구름과 안개비로 백록담이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아 그 모습을 못보고 내려가겠다고 하는 순간, 용케도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고 안개까지 걷혀 백록담의 얼굴을 내미는 순간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위안을 품고 평생의 인상에 남기며 하산 길을 서둘렀다.

 

이 제주의 해발 0m에서 출발해 해발1950m애 오르는 산길은 험난하고 전부가 화산 돌밭이어서 힘들어 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선택해 신고 간 등산화는 바위를 타는 엷고 말랑말랑한 바닥이었기에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삐죽삐죽한 돌부리를 무려 5시간 정도 밟고 올랐으니 발바닥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다. 이런 곳의 산길엔 바닥이 딱딱하고 두꺼운 등산화라야 하는데 내 판단 미스로 등산화를 잘못 골라 신고 간 탓에 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엔 도리가 없지 않았던가. 그 바닥이 딱딱한 신발은 내 집 신발장에서 잠자고 있으면서 모처럼 한라산엘 동반할 찬스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 등반대장에게 이런 주문이야기를 해 줬다. “앞으로는 등반할 산을 예측하고 판단해서 신발은 바위 타는 산행코스와 돌밭의 산행엔 이런 신발을 신고 오르라는 예고를 해 두라고.”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산, 한라산(漢拏山). 그 높이가 1.950m로서 제주도 전역을 품고 우뚝 서 있는 산인데 그 정상에 신선(神仙)이 파놓았다는 전설이 깃든 분화구인 백록담(白鹿潭)을 한라산 머리위에 이고 서 있다. 사실 이 백록담은 두 차례의 큰 화산폭발로 생겨난 분화구로서 그곳은 못을 이루어 물이 고여 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제주도 전역을 지배하고 품고 있다. 한라산이라는 이름은 산이 높아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며, 예로부터 부악(釜嶽)·원산(圓山)·선산(仙山)·두무악(頭無嶽)·영주산(瀛州山)·부라산(浮羅山)·혈망봉(穴望峰)·여장군 등으로도 불려왔단다. 우리나라 전설상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다.〈동국여지승람〉에는 1002, 1007년에 분화했다는 기록과 1455, 1670년에 지진이 발생하여 큰 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라산 정상에는 지름이 약 500m에 이르는 화구호인 백록담이 있으며, 360여 개의 측화산, 해안지대의 폭포와 주상절리, 동굴과 같은 화산지형 등 다양한 지형경관이 발달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라산을 오른 다음날 해안가로 주상절리의 해변으로 가 구경하고 왔는데 그날은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해안가 주상절리를 신기한 듯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제주는 난대성기후의 희귀식물이 많고 해안에서 정상까지의 다양한 식생변화가 매우 특징적이고 경관이 수려하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느끼면서 구경을 하고 점심 먹으러 갔었다. 따끈한 국물과 제주흑돼지의 요리가 나와 성찬을 즐기고, 오후엔 ‘동춘 서커스’ 단의 민속 서커스를 관람했다.

 

1927년에 전남 목포에서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일제로부터 나라를 잃는 동포의 아픔을 건강한 민족의 해학으로 달래주며 끌어 오면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해방을 맞았고, 그 이후로도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근근이 끈을 이어왔으며 현재까지 88년 동안 이어온 동춘 서커스는 한국곡예의 자존심이 아니던가. 그동안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고통을 기쁨의 눈물로 승화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웃음과 감동을 안기며 위로하던 한국전통곡에단, 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둘째 날 비가 내려 올레 길을 탐방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서커스를 관람할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려 모두가 대리 만족을 했으니 꿀 맛 같은 행운이었다.

여기 덧붙여 한라산(漢拏山)과 그에 따른 여러 전설 등을 참고로 적어둔다.

한라산이라는 이름은 한(漢)은 은하수(銀河水)를 뜻하며, 라(拏)는 맞당길나(相牽引) 혹은 잡을나(捕)로서, 산이 높으므로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남쪽 하늘에 있는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 있었으며, 이 별을 본 사람은 장수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한라산을 진산이라고 불렀던 까닭도 있는데 한반도로 밀려오는 남태평양의 큰 바람을 한라산이 막아주어 한반도의 안녕을 지켜 주기 때문이라 하며, 진산이란 보통 도읍의 뒤에 위치하여 그 지방을 편안하게 지켜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두무악(頭無嶽)이란 머리가 없는 산을 의미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한 사냥꾼이 산에서 사냥을 하다가 잘못하여 활 끝으로 천제(天帝)의 배꼽을 건드렸는데, 이에 화가 난 천제가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멀리 던져 버렸다고 한다. 이 산정부가 던져진 곳은 지금의 산방산(山房山)이며, 뽑혀서 움푹 팬 곳은 백록담(白鹿潭)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원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중앙이 제일 높아 무지개 모양으로 둥글고, 사방 주위가 아래로 차차 낮아져 원뿔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붙여졌다. 맑은 날 해남이나 진도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산 전체가 완만한 원뿔로 보인다고 한다.

 

한편 부악(釜嶽)이란 말은 산정의 깊고 넓은 분화구가 연못으로 되어 있어 마치 솥(釜)에 물을 담아 놓은 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이 연못은 성록(聖鹿)인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곳이라 하여 백록담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세조실록≫에 의하면 1464년(세조 10) 2월에 제주에서 흰 사슴을 헌납하였다(濟州獻白鹿)고 기록되어 있다. 어쨌든 제주의 한라산은 영산(靈山)이다. 그 높고 억센 한라산과 백록담, 이곳에 내가 다녀왔다는 긍지를 느낀다.

                                                                                                    2014.4.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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