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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조상묘를 이장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선영을 다녀 온 강환웅(72) 박사(대한풍수지리학회 이사장)는 기자에게 이 전 총재의 정치 재개(대선출마 포함) 가능성을 귀띔한 적이 있다. 새롭게 선영으로 이장한 묘 터가 97년과 2002년 대선 출마 때보다 월등히 나아 대권 3수를 욕심 낼 만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1월 7일, 실제로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무심코 들었던 강 박사의 예언이 놀랍게도 적중한 셈이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에 앞서 지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충남 예산군에 있던 직계 조상묘를 인근 선영으로 대거 옮겼고 2004년에는 부친의 묘를 같은 선영으로 이장했다.
이들 묘자리가 풍수가들 사이에 ‘군왕지지(君王之地)’로 알려지면서 이 전 총재의 대권 도전이 지난 여름 조상묘 이장과 밀접히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로 대권과 풍수의 상관관계가 화제거리가 되면서 12월 대선의 향배와 유력 대선 후보의 풍수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환웅 박사는 “우리 조상들이 나라의 제왕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는 것이라고 했는데 풍수를 보면 대권의 주인을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 박사는 풍수에 근거해 97년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2002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크게 앞서던 상황에서 “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언, 그 결과가 적중해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강 박사는 국내 풍수계에서는 드물게 일본에서 수학(와세다대학 지리역사학과 졸업)하고 세종대 대학원에서 ‘조선초기의 풍수지지사상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유일의 풍수학 박사다.
현재 한경대와 서울사이버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로 사단법인 대한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을 겸하면서 수많은 풍수 관련 논문과 저서를 갖고 있다.
강 박사는 우리 고유의 전통풍수(중국풍수 및 지관과 구분된다) 학자다. 그는 풍수를 ‘생산의 터’‘생활의 터’‘영생(永生)의 터’로 규정, 주거(생가, 생산의 터+생활의 터)와 묘지(영생의 터)가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입장이다.
주거(생가)와 묘지의 영향력은 각각 절반에 해당하며 묘지의 경우 출생시 바로 직전에 사망한 인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는 게 강 박사의 독특한 풍수론이다.
강 박사의 풍수론에 따른다면 대선을 30여일 앞둔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있는 이명박ㆍ이회창ㆍ정동영 후보 중 누가 대권의 주인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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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출생시 부모와 조부모가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조부모 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증조부모 묘의 영향력이 50이라면 조부모 묘는 30, 부모 묘는 20에 해당한다는 게 강 박사의 주장이다.
이명박 후보의 증조부모 묘와 조부모 묘는 포항시 신광면 만석2리에 있다.
강 박사는 “증조부 묘와 조부모 묘는 평가할만하지 않으나 증조모 묘가 특히 좋다”고 했다. 주산을 중심으로 용맥을 갖췄고 내룡(內龍)에 해당하는 좌청룡이 묘를 깊숙이 감아주고 우백호와 능선도 훌륭하다는 것. 이 후보가 대기업 CEO, 서울시장, 대선후보가 된 데는 풍수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증조모 묘의 음덕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조부모 묘의 형상이 미흡하고, 특히 경기도 이천시 영일목장 안에 자리한 부모 묘는 용맥이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습해 명당과는 거리가 먼 게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풍수의 다른 한 축인 이 후보의 생가는 일본 오사카에 있다. 강 박사는 현지 교민과 와세다대 동문들을 통해 출생시 목장 부근이었던 생가 지역을 찾았으나 재개발로 인해 정확한 생가 터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생가는 인물의 후천성, 즉 후천적 노력에 의해 운명에 영향을 주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후보와 그의 형제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과정을 미뤄 짐작해 보면 오사카의 생가는 길지(吉地)로 추정된다는 게 강 박사의 설명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급부상한 이회창 전 총재는 1935년 황해도 서흥에서 출생했다. 당시 부모, 조부모가 생존해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증조부모 묘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 전 총재의 조상묘는 충남 예산군 예산읍 신양면 녹문리 산13의 1번지 선영에 있다.
녹문리 선영에 있는 증조부모 묘는 용맥이 있고 내룡이 감싸안는 명당이라는 게 강 박사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기도 포천의 사지에 있던 부모 묘를 용인의 생지로 옮겼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지에서 생지로 이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풍수의 덕을 본다는 것이다. 조부모 묘, 부모 묘가 명당인 녹문리 선영에 있는 점도 이 전 총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석한다.
단, 이 전 총재의 조상묘가 선영에 몰려 있어 집묘(集墓) 형태를 이룬 것은 지기(地氣)를 충분하게 받지 못하게 하는 흠이 있다고 강 박사는 말한다. 이명박 후보의 선영처럼 조상묘가 흩어져 있는 것이 후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의 생가는 북한에 있어 풍수적 판단을 할 수 없으나 이 전 총재를 비롯한 형제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실에 비쳐볼 때 훌륭한 터일 것이라는 게 강 박사의 추론이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1953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출생 전 조부모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정 후보의 조부모 묘는 순창군 구림면 통안리 선산에 있다. 풍수적으로 명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통 수준은 넘는 것으로 강 박사는 보고 있다. 그(조부모 묘)보다는 잘 관리한 정 후보의 부모 묘가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용맥이 뚜렷하고 좌청룡 우백호가 갖춰져 있다는 것.
정 후보의 생가는 전북 순창군 구림면 율북리에 있다고 한다.
강 박사는 범여권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보다 늦게 결정된데다 이명박 후보의 일본 생가를 찾느라 아직까지 정 후보의 생가를 답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풍수가는 정 후보의 생가를 ‘고단무정(孤單無情)의 땅’에 비유해 ‘사람으로 하여금 외롭고 서러운 세월을 겪게 하지만 불굴의 위대함을 가져다 주는 땅’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이명박ㆍ이회창ㆍ정동영 세 후보의 풍수를 종합하면 묘지 부분에서는 대동소이하다는 게 강 박사의 분석이다. 이명박 후보는 증조모 묘가 훌륭한 반면 다른 조상묘는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회창 전 총재는 증조부모 묘를 비롯해 조부모, 부모 묘가 모두 풍수적으로 좋은 곳에 위치했지만 한 곳에 모여 있는 게 큰 흠이다. 정동영 후보는 조부모 묘가 중간 수준인데 반해 부모 묘는 명당에 가깝다는 평가다.
강 박사는 “세 후보의 조상 묘는 풍수상 장ㆍ단점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에 대권의 향배는 ‘생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의 생가 터를 답사하고 나면 대권의 향배가 조금 더 드러나겠지만, 그렇더라도 이명박ㆍ이회창 후보의 생가 터를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