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풍년이라는 고로쇠 수액
3월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고로쇠다. 몸을 순환하면서 체내에 있는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겨우내 쌓인 부기를 빼준다. 봄철에 고로쇠만 꾸준히 마셔도 일 년 건강이 문제없다는 말도 있다. 올해는 오랜만에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고로쇠 수액 풍년이 들었다. 고로쇠로 챙기는 일 년 건강.
키워드로 알아보는 고로쇠의 모든 것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고로쇠에 얽힌 일화들은 수없이 많다. ‘아무리 먹어도 탈이 안 나는 물’이란 말부터 ‘하루 저녁에 9리터 이상 먹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고로쇠 수액은 임산부 양수와 같은 구조’라는 이야기도 오래전부터 있었고, ‘30년 몸에 쌓인 숙취가 고로쇠 수액 한 잔에 해소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도대체 고로쇠 수액은 어떤 물이기에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것일까?
유래
신라시대의 이야기다. 훈련 중이던 화랑이 문득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샘을 찾아 숲속을 헤매던 길에 화살이 박힌 나무가 보였다. 날카로운 화살촉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수액을 마시니 갈증이 가시고 힘이 솟았다. 이때부터 나무에서 나온 물을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신라 말 백운사에 도선국사라는 스님이 있었다. 오랜 참선 후 몸을 일으키려 하니 무릎이 굳어 펴지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나무를 붙들고 일어서다 가지가 부러졌다. 그 자리에서 스님의 머리 위로 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 물을 마시고 나니 일어설 수 있게 됐다. 뼈에 이로운 물이라, 골리수(骨利水). 그때부터 이 물의 이름은 고로쇠가 되었다.
채취법
헌혈도 적당량을 해야 몸에 이롭듯, 고로쇠 수액 채취도 적정선을 넘으면 나무에 해롭다. 산림청 관계자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항상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자라고 새 눈을 틔우기 위해 필요한 수액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나무는 성장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액 채취가 나무의 생장에 지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산림청은 키 2m 이상 직경 10㎝가 넘는 나무만 수액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구멍은 한 나무에 최대 3개까지만 뚫을 수 있게 하는 등 수액 채취관리 지침을 만들어놓았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은 고로쇠나무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당 도민들에게 채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시는 법
고로쇠를 즐기는 사람들은 3월이 되면 산을 찾는다. 페트병에 가득 담아두고 며칠씩 묵으면서 고로쇠 물을 마신다. 오징어나 쥐포 등 짠맛이 나는 건어물과 함께 하루에 4~5리터를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을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고로쇠의 이수(利水)와 소종(小腫) 작용 덕분이라고 말한다. 미네랄 성분이 몸에 기운을 북돋아주고, 이뇨작용을 일으킨다는 것. 이 과정에서 겨우내 쌓인 불순물이 빠지고, 위장에 오른 열이 내려간다. 통증이나 부종, 부기를 가라앉힌다. 위장과 관절에 좋은 이유다.
효능
나무에 싹이 나고 키가 크는 경칩 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는 강원도, 지리산 등지의 숲에서 고로쇠 채취가 한창이다. 지름 20~30cm 이상 되는 큰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나온다. 수액은 나무가 생장하는 데 필요한 다량의 영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포도당, 자당, 과당 등 당분은 고로쇠 수액에 달달한 맛을 낸다. 미네랄도 풍부하다. 칼륨과 칼슘, 불소, 망간, 철 등. 자연수에 비해 칼슘 함량이 30~40배, 칼륨 함량이 10~20배 높다. 뼈에 이로운 물이라 불릴 만하다. 실제로 고로쇠 물은 소화장애, 관절의 부종과 통증, 당뇨병, 고혈압, 내열로 인한 부인과 염증에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체내의 열을 내려주어 눈의 피로, 피부건조증, 열성 변비, 배변장애 등에도 좋다.
고로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셔라?!
전문가에게 듣는 건강한 고로쇠 물 음용법
고로쇠 수액의 가장 큰 효능은 몸의 물을 순환시키고, 부기를 빼주는 것이다. 예로부터 나무의 수액을 약용으로 사용하는 예는 많지 않다. 소나무 진을 상처에 발라 상처 약으로 썼고, 수세미의 수액을 축농증이나 천식에 이용한 정도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시는 것은 지리산 일대에서 잘 알려진 민간요법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민간요법일 뿐 한약으로 쓰이거나 처방된 기록은 없다. 고로쇠 물은 차게 마시는 게 좋다고 하며,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성인 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양은 1.리터L에서 3리터 정도다. 특히 피부에 좋다. 마시고 난 후에 피부가 투명해진다. 불순물을 빼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통해 해독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에 바르면 그 부분이 매끈해진다. 일각에서는 변비에 좋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고로쇠를 통해 수분이 충분히 섭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뇨작용이 강하므로 이동 중에는 삼가고, 몸이 냉한 사람은 짧은 시간에 과용하지 않도록 한다. 조금씩, 시간을 두고 계속 마시는 게 탈이 없고 효과적이다. 또, 수액 중에는 영양물질이 있어 수액을 변질시킬 수 있으므로 장기 보존은 좋지 않다. 미네랄 성분이 공기와 접촉해 산화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페트병에 밀봉 보관하고, 개봉한 후에는 3~4일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더불어 고로쇠 잎은 지사, 지혈에 효능이 있고, 고로쇠나무의 껍질은 타박상, 관절통과 골절에 쓰인다. 고로쇠 전문가로 꼽히고 있는 김덕종 안양보화당한의원 원장에게 고로쇠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Q 고로쇠 수액은 밤과 낮에 차이가 있나요?
A 고로쇠나무는 밤중에 땅속에서 물을 빨아 가지에 채웁니다. 낮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줄기와 잎이 팽창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압력이 생깁니다. 이때 수피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나오게 되는 거지요.
Q 왜 봄에만 나나요?
A 봄에 일교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고로쇠 수액 채취에 가장 이상적인 날씨는 밤에는 영하 3~5℃, 낮에는 영상 8~15℃ 정도로 청명하고 바람이 없을 때입니다. 고로쇠 수액은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클수록 질이 좋습니다.
Q 고로쇠나무에서만 수액을 받을 수 있나요?
A 고로쇠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수액을 마실 수 있는 나무는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층층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삼나무, 대나무 등이 있습니다.
Q 고로쇠 물을 밥 짓는 데 넣어도 되나요?
A 소량의 고로쇠 물을 밥이나 삼계탕, 명탯국, 미역국 등에 넣고 끓여 먹으면 좋습니다. 특히 닭백숙을 할 때 수액을 넣으면 고기 맛이 담백해집니다.
Q 올해 고로쇠 수액이 특별히 좋다고들 이야기하는 것도 기온 때문인가요?
A 맞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녹색자원이용부에서는 지난 3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고로쇠 수액 형성에 적정한 기온을 밝혀냈는데, 올해 기온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Q 고로쇠 수액은 어떻게 보관하나요?
A 고로쇠 수액 안에는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개봉 뒤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봉한 뒤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2~3일 안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오징어나 쥐포랑 같이 먹는 이유는 뭐죠?
A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물리지 않고 많은 양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많은 양을 마셔도 괜찮은가요?
A 고로쇠는 많은 양을 마셔도 몸에 큰 탈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페트병으로 2병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고로쇠가 이뇨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도록 해야 합니다.
제주에서 인제까지, 전국의 고로쇠축제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 건강음료 고로쇠 수액 채취가 지난 2월 4일 입춘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광양·거제 등 남부지방의 유명한 고로쇠 군락지를 중심으로 시작돼 3월까지 전국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올해는 수액이 특히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고로쇠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 전망이다.
1 전남 남원시 ‘고로쇠약수제’
지리산 뱀사골, 달궁, 반야봉 등에서 군락을 이룬 고로쇠나무에서 매년 우수 무렵부터 경칩을 지나 보름 정도까지 약 1개월간 수액을 채취한다. 이때에 맞춰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등산대회, 고로쇠 약수 마시기, 고로쇠 이고 달리기, 장사 달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개최지역 남원시 산내면 반선,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영농조합
문의 (063)625-9015, 620-6616, 620-6646)
2 강원 인제 ‘방태산고로쇠축제’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마을에서 3월 13~ 14일 이틀간열린다. 고로쇠 수액 채취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고 고로쇠로 만든 막걸리를 마시며 미산계곡의 아름다움과 산촌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로쇠 축제뿐 아니라 산촌 먹거리 장터 등도 운영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강원도 현리행 고속버스를 타고 상남면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6번 국도를 타다가 청운면에서 44번 국도로 갈아타고 홍천 방면으로 우회한다.
주최 미산영농조합법인
문의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 1리 268-7번지(011-219-1307)
3 전남 장성 ‘백암고로쇠축제’
최근 고로쇠 수액 주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백암산은 장성군으로부터 지역명품 인증을 받았다. 이곳에서 3월 6∼7일 제4회 백암고로쇠축제가 열린다. 고로쇠 수액을 현지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판매가격 18ℓ1통에 5만원
문의 북하면 약수리 가인마을 (062-392-7790), 북하면 신성리 남창마을 (062-393-9896)
4 경기 양평 ‘단월고로쇠축제’
1998년부터 시작해 12년째를 맞이했다. 매년 3월 중순경에 열린다. 고로쇠 시음회, 소리산 등산대회, 민속놀이, 먹을거리 장터, 노래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고로쇠 체험관광도 가능하다. 경운기를 타고 이동해 직접 수액을 채취한 뒤 시음해볼 수 있다. 당일 코스와 1박 2일 코스가 있다.
문의 단월면사무소(031-770-3191)석산리 소리산 정보화마을(031-772-6076)
5 제주 한라산 골리수
제주에는 약 1백50만 그루의 고로쇠나무가 있다. 1월부터 채취가 가능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제주 한라산 영농조합법인은 최근 ‘제주 한라산 골리수’ 라는 상표를 내걸고 수액 판매에 나섰다. 전국에 있는 하나로마트나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www.jejugrs.com
문의 한라산 고로쇠영농조합법인(010-2698-0317)
다른 나라 건강수액
1 캐나다의 상징 단풍나무로 만드는 메이플시럽
캐나다는 국기에 단풍잎(maple leaf)을 그린다. 메이플시럽 역시 캐나다의 상징인 사탕단풍나무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플 시럽은 1리터에 수액 45리터가 들어갈 만큼 고농축이다. 설탕이나 꿀보다 칼로리는 적은 반면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주로 와플이나 팬케이크에 뿌려 먹거나 설탕이나 프림 대신 커피에 넣는 감미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메이플시럽도 고로쇠와 마찬가지로 봄에 만들어진다. 나무에 V자로 홈을 낸 뒤 수액을 받는다. 모아진 수액을 끓이는 법과 채취 시기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수액을 5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인 AA급을 최고급으로 친다. 등급이 낮을수록 색은 짙어지고 투명도는 떨어진다.
2 핀란드와 일본의 자작나무 수액
자일리톨 성분은 자작나무 잎에서 추출된다. 북유럽에서 자작나무는 ‘숲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는 나무다. 자작나무 수액은 미네랄 성분과 유기산, 아미노산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핀란드와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천연 건강음료로 알려져 널리 음용돼 왔다. 북유럽, 러시아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자작나무 수액을 받아 먹었고, 일본에서는 자작나무를 ‘신비의 회춘수’라 부른다. 얼마 전 국내 연구진은 자작나무 수액이 노인성 치매와 뇌신경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자작나무 수액을 가미한 생수가 시판돼 고로쇠만큼이나 자작나무 수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