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회원들의 가을 주말 계획으로 인해 원래는 저 혼자 가기로 되어 있었던 거였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에 안주인과 익산 처가댁으로 가기로 되어 있는 워낭소의 스케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 중년에서 죽음을 선고 받는다는 것
워낭소의 친한 고딩친구중에 제주 신라 호텔의 지배인으로 오래 근무했던 한 친구가 작년에 폐암선고를 받았답니다. 저희 마을에 황토집을 지어, 그 친구가 머무르면서 좋은 공기와 함께 투병생활을 할 곳을 제공하려 했지만, 서울 삼성병원과 너무 먼 관계로 현재는 양평에 있는 자기 초딩 친구의 고급별장에서 와이프랑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죠..저는 개인적으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워낭소가 그 친구 투병 생활 경과를 거의 라디오 중계처럼 해 주기에 늘 곁에 있는 사람처럼 그 양반 근황을 알고 있는 그런 친구죠.
얼마전에 폐암이 뇌로 전이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그 뇌종양에 대해 방사선과 항암치료도 같이하다가, 그 부작용으로 뇌부종이 같이 오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마비가 왔고, 이에 절망하여 현재 의학의 치료 보다는 늘 같이 하는 어느 선교사의 신유기도 치료에 더 치중하기로 했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개선이 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친구가..갑자기 이제 왼발까지 마비가 왔다고 문자를 보내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아고 알려 오는 바람에..은평구에서 내과병원을 하는 장진호 원장(이친구도 워낭소의 고딩동창이마, 저와 테니스 같이함)과 함께 금요일 밤 4 시간을 운전해서 그 친구 양평별장을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물론 워낭소의 아내는 혼자 처가댁으로 가게 되었고요. 그런 지친 워낭소가 토요일 새벽 1시에 양평에서 돌아와서는 새벽에 저랑 같이 가겠노라고 알려 왔습니다.
이제 친구들도 그 친구을 보내야 할 맘 준비를 해야겠다고..혼자 되뇌이더 군요.
우리가 100세까지 산다면 암이 걸릴 확율이 얼마나 될까요? 목동이대 유방함 센터장하는 후배의 말을 빌리자면 99.9%라고 합니다. 단지 일찍 걸리느냐 늦게 걸리느냐 하는 문제일뿐......
이 문제에 대해선 시간이 나는 대로 다시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2. 탄화중자
새벽 6 시 워낭소와 서로 연락하여 7 시에 반포에서 출발합니다.
워낭소는 심신이 지쳐 보입니다. 그래도 배고픈건 못참는 워낭소 경춘고속도로 가평휴게소가 혹시 지날새라 한쪽눈을 지그시 감고서 다른 한쪽눈으로 어딘지를 수시로 체크하는가 하더니..가평휴게소에서 아침먹고 가자고합니다.
버섯육계장...크크..심신이 지친 그를 탄화중자(탄수화물중독자)라고 닉을 바꾸는건 어떠냐고 놀렸지만 무덤덤하게 반응합니다.
3. 힘든건 야생도 마찬가지
현대인의 도시생활이 야생이라면, 야생동물의 터전인 산야는 그들의 도시생활 일거라는 생각임다. 서로 힘들기는 마찬가진가 봅니다.
두 번째 심어 싹이 나온 무우에 신문쪼가리 까기 덮었었지만..이번에도 말끔이 사라졌습니다.
500 포기의 가을무우가 허공으로...역시 쉽지 않습니다. 싹이 낫다고 감탄만 하던 게 엊그제께 같은데...이제..허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쉬은 일이 없습니다.
혹은 산비둘기가 먹은 것이 아니라, 퇴비를 하고 난 후 바로 비닐을 씌운 터라 가스 때문인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4. 로션과 카바레, 그리고 구두딱기
고추밭과 옥수수밭의 비닐제거와 로타리 작업을 말끔이 정리하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 갑니다. 가져간 샌드위치와 라면으로 때운 중식.. 어느새 해는 대암산 저쪽으로 가고..산저녁은 늘 그렇듯이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폐비닐을 태우고, 불씨가 꺼져가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냉기어린 바람이 산아래로 내려옵니다.
대충 몸을 딱아낸 워낭소..아직 맘이 친구의 우울한 소식에 착잡한 듯...불현듯..밤바다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속초항의 밤바다...
그리고 회를 한사라 저녁으로 하자고 합니다. 속초까지 40 분..회만 먹고 오기에 너무 아까운 거리...그럼 회먹고 라틴바가 있으면 거기 들러 오는 조건이면 가겠다고 역제안을 합니다.
그런 곳은 안가겠다고 버팁니다.(참고: 워낭소는 몸치임다. 대신에 저는 살사와 탱고로 단련된 몸임다.). 그럼 나도 속초 안가겠다고 버텼습니다. 그러고 누워 버렸습니다.
좀 있으니 부시럭 소리는 들리고, 워낭소가 거울을 바라보며 얼굴에 로션을 실실 바르면서..이 얼굴로 나이트크럽에 가면 안되는데 하며 혼잣말로 되뇌입니다. 크크..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좀 있으니, 흙묻은 구두를 싱크대에 올려 놓고 물걸레 질을 슬슬 하는 것이 보입니다. 푸하하하....
속초중앙시장의 서독약국을 네비에 찍고, 거서 에어파스를 하나 사면서 약사님께, 시장내 자주 가는 횟집을 소개 받았습니다.(참조로 속초에서 회먹을려면 대포항보다 속초중앙시작의 횟집들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선인장횟집(워낭소 말로는 선인장 모텔은 들어봤어도 횟집 이름이 선인장인건 처음이랍니다.)에서 최고의 쓰끼다시(산새우 삶은것과 해녀가 오늘 잡은 멍게)와 사시미와 지리탕을 들었습니다. 거금 8 만원을 워낭소가 쏩니다.
5. 루미나리 그리고 살사 탱고바
이럴때 까지 저는 나이트나 댄스바에 워낭소가 같이 가는 걸로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워낭소가 저녁을 사는 걸로 생각했더랍니다.
속초중앙시장은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의 청계천 처럼 루미나리로 삐까번쩍 했습니다.
근데..식당주인에게 살사탱고 바를 물었더니, 그런 전용바는 속초에 없지만 자기가 다녔던 시청앞 카바레에서 그런 음악이 나온다는 정보에 그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워낭소 눈치가 워낙 완강합니다. 절대로 안가겠다고.. 대신에 속초 밤 해수욕장의 모래밭을 거닐고 싶다고...이런..중늙은이 센치...하여튼 꼬실려면 이거 정도는 들어줘야 할 것 같기에, 그리고 부푼 배도 꺼줘야 하기에..일단 그쪽으로 향합니다.
6. 파도와 술래잡기
폐장된지 1 달이 지났지만 초가을 해수욕장엔 밤이라도 제법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쌍쌍족들...불곷놀이 족... 일본지역에 불고 있는 태품의 영향으로 파도가 상당이 높습니다. 까만 바다에서 파도가 갑자기 하얀 이빨을 커다란 커텐을 두르고 쉴새없이 모래 자락을 들락거립니다. 밀려간 파도를 따라 바다쪽으로 달려 내려가다가 그 뒷파도가 달려 오면 이를 재빨리 피해 다시 모래사장으로 돌아 오는 게임을 시작 했습니다. 누가 멀리까지 가느냐 였지만...흐이..생각보다 보이게 없는 워낭소 임다. 그가 이겼습니다. 그는 항시 이기는 게임만 할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속초항 까지 40 분?
아니나 다를까, 이젠 당구를 치자고 합니다. 그는 당구에서는 저에게 이길 확율이 60%가 넘습니다. 삼구로 해서 마지막 가라꾸에서 제가 간발차이로 졌습니다. 그래서 이젠 해변의 야구장으로 같습니다.(야구는 제가 좀 잘합니다.) 그가 동전을 순순히 받습니다. 닭장타석에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갔습니다 마는 기계가 맛이 갔는지. 무지 빠른 볼을 무릎바로 아래쪽에다가만 뿌려 줍니다. 몇개 친것 같지도 않은거 같은데, 금방 끝나버립니다. 내려와서 워낭소를 들여 밀려 했더니, 크흐..그냥..자기는 안하겠다고 내뺍니다.
속초 해수욕장에서 미시령으로 너머오는데, 중간에 아리비안나이트라는 젤큰 관광나이트가 있습니다. 일전에 한번 들린 적이 있는지라. 그쪽으로 가보자고 했지만..역시 완강히 저항합니다. 곁눈질로 크럽의 번쩍이는 네온을 아쉽게 뒤로 한채 마을로 출발하는 시간이 11:40 분..도착이 12시 20 분.... LED 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하현 달 반쪽이 산에 걸려 있슴다.
8. 코골이와 이빨이
금새 잠이든 워낭소...코를 골기 시작합니다마는 그전처럼 지속적이진 않습니다. 골다가 멈추고..골다가 멈추고..한결 낫습니다. 톤도 굉장히 낮습니다. 훨씬 개선된 코골이..크크...
아침에 9시 30 분...워낭소가 혼자 일찍 일어나 무우밭 비닐과 종이 제거 작업을 전부 혼자서 해치워 놓은 담에야 전 일어 났습니다.
고추는 빨간것과 파란것 전부 수확했습니다. 전부하니 반푸대가 족히 넘습니다.
나눠져야 할 여러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주 16일 밤이나 17일 새벽에 와서 지지대 작업을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림용 돌비료도 넣어야 할 생각을 합니다.
일요일이라 일찌기 10시 30분에 귀경을 서둘러서 왔습니다.
첫댓글 이달에는 모든 주말이 중요한 스케줄이 줄줄이 이어져 도저히 시간을 내지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들 지내셨는지 무우는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한 게 많지만 전화드리기도 죄송해 댓글만 남깁니다. 워낭소님은 그새 힘든 일이 있으셨네요. 당분간 주말에 못뵐 것 같으니 주중에라도 한 번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이번 빌리지 행차는 완죤히 덤앤더머 편입니다. 이 워낭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서도 복수는 복수를 낳고 화는 화를 부른다죠. 전략적으로 일체 무대응 하기로 하였습니다. 히히 몽크님 김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