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등 6학년인 아들녀석이 슬그머니 뒤로 와서 껴안더니
아빠를 보고 다리를 붙여 보라고 합니다.
내 다리가 심히 오다리인 것을 아는 녀석이 장딴지가 붙지 않는 것을
알고 놀리려고 하는 소리지요.
지 다리는 튼튼할 뿐만 아니라 미끈?하게 빠졌거든요.
그런 아들녀석이 오늘은 걷지도 못하고 어그적어그적거립니다.
포경수술을 했거든요.
포경수술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한 쪽 의견보다 찬반논란이 있습니다.
옛날처럼 목욕시설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과
그래도 덮여있으면 냄새도 나고 균이 침투를 할 수 있으니까 위생상
해야된다는 양론이 분분하지만 반포경은 몰라도 완전히 덮여있다면 하기는
해야하겠지요.
포경수술하면 저한테도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십대 중반을 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이성에 눈을 뜨고 관심이 갈 무렵이면 은연중에 남들하고 비교를 하게 되고
잘못된 것이 없나 신경을 쓰게 됩니다.
화장실에 가게 되면은 옆에서 오줌누는 친구놈의 것을 슬쩍슬쩍 훔쳐보기도
하는데 내 것은 유독 많이 덮여있어서 괜히 열등감이 생기고
오줌눌 때마다 스트레스가 팍팍 쌓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어찌어찌하다가 그만 뒤로 넘어가서는 아무리 해도 원위치로
돌아오지를 않는 것입니다.
넘어간 것이 고무줄처럼 꽉 쪼여 와 아프기도 하거니와 아침이 되니까 오줌
누기도 거북하고 정말 큰일 났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어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자발지다고 된통 혼났지요.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했는데 그 바람에 마취주사를 맞을 때도
수술을 할 때도 아픈지 안 아픈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해치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녀석도 저처럼 푸욱 덮여있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봅니다.
자라면서 가끔 한 번씩 언제 수술을 해 줄거냐고 물어왔는데 6학년 들어서서는
그 횟수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아내를 통해서 다른 엄마들의 말을 들어보았더니 아들 또래의 친구들은 다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빨리 하고 싶었겠지요.
그래서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해주려고 했는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미루다보니
새 해를 넘겨서 오늘 하게 된 것이지요.
비록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나 몸 상태가 좋을 때 하는 것이 좋겠지요.
며칠 전부터 수술을 곧 한다고 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병원에
가자고 하니 쭈뼛거리지도 않고 성큼성큼 따라 나옵니다.
가면서 물어봅니다.
'아빠, 정말 안 아퍼?'
'안 아프기는. 아프기는 하지. 그렇지만 마취주사 놓을 때 잠깐만 참으면 돼.
엉덩이에 침 맞을 때처럼 따끔하거든.
그리고 2 ∼30분이면 끝나니까 그렇게 큰 걱정을 안 해도 돼'
그리고는 혹 겁을 먹을까봐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지요.
말을 이렇게 하지만 사실 병원에 가서 뒤로 뺄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였지요.
평상시의 행동으로 보면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여려서 눈물도 많고
겁도 많은 아이거든요.
그런데 아주 작정을 하고 왔는지 병원에 가서도 서슴이 없습니다.
수술실로 들어오라고 하니까 아빠와 눈도 안 맞추고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갑니다.
아이구야, 이제 다 컸구나 생각이 들면서 대견하고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대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첫아이를 낳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아이 낳는 것이 그렇게 큰일인지 아무 것도 몰랐기에 긴장도 안 했는데
신문은 눈에 안 들어오고 귀가 자꾸 안으로 열립니다.
간단한 수술이어서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궁금해서 결국 신문을
접고 수술실 안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마취를 하는지 아, 아, 하는 신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궁금해하는 것은 눈치챘는지 밖으로 나온 간호사가 이제 막 마취를 끝냈다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긴장을 했는지 땀을 많이 흘린다고 애기를 전해 줍니다.
땀이 무척 많은 아이라 산에 갈 때도 어디 운동을 하려 데리고 갈 때도 여분의 옷
을 챙겨서 가는데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해서 수술실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요.
30분 정도 지났을까 수술을 마친 아들녀석이 어기적거리며 나옵니다.
옆 이마로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아주면서 괜찮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들녀석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입을 씰룩거립니다.
어깨를 끌어올리며 싸움이라도 할 듯이 어깨를 치켜올리며 한 마디를
툭 던집니다.
'아빠! 안 아프다고 했잖아.' 하면서 말을 길게 뺍니다.
아픈데 왜 안 아프다고 했냐는 항의의 표시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마디를 했지요.
야 임마, 니가 아프다고 했으면 했겠냐 하면서 막 웃었더니 저도 겸연쩍은지
따라서 씨익 웃습니다.
그 표정이 홀가분해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이 포경수술이 유행병처럼 번지더니 요즘은 아들이 있는 집이면
언젠가는 치뤄야 할 행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20대 정도의 나이라면 90%정도가 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런데 이 포경수술은 이슬람, 유대교에서 종교적 의식으로 행해졌다고
합니다.
그 시기도 구구합니다.
신생아들은 중추신경의 미성숙으로 통증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마취 없이 수술을 했는데
시술도중 울음소리가 평상시 울음소리보다 크고 빈도가 잦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뒤로는 신생아들도 말을 못할 뿐 통증을 느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고부터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또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은 민감한 신체의 고통을 줌으로서 커가면서 정서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반드시 포경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두피를 너무 꽉 조이고 있는 진성포경인
경우라고 합니다.
진성포경일 경우라도 요로감염이라든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 것도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보다 공포심을 덜 유발하는 고학년이 적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정할 시기는 무엇보다도 아이와 의사소통을 많이 하여 본인이
원할 때 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다 했다고 해서 따라 하지 마시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