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육군 문서보관 창고에 보관된 오장군의 인사기록에 의하면 그 뒤 최종계급은 생존시를 기준한 에 이등병이다. 전사 후 일등병으로 추서 진급되었다. 상벌란에는 일주일간의 중노동 처분과 이주일간의 경영창처보 그리고 9등 무공훈장 (아마 최하위 훈장일 게다) 이 기록되어 있다
2. 전우들의 달에 의하여 추측컨대 군대생활 중 오장군의 행적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비극적이었고, 타인에게 있어서는 희극적이었다. 소위 「사고뭉치」였든 것이다.
3. 오장군의 묘지를 찾는 친지들은 그의 유골에게가 아니라 발톱과 손톱과 머리카락에 참배하곤 한다. 오장군의 영현은 적진에 있었기 때문에 옮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페이지] 002
4. 오 장군이란 이름이 한국 국적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불만이다. 한국 명처럼 들릴뿐이다. 이등병 시절의 오장군의 사진을 보건대 철모는 「프로시아군대」를 닮았고 옷은 일본의 「제국 군대」를 닮은 데가 있었다.
5. 이 극에는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오 장군을 빼고는 모두 몇 가지 역을 겸하게 할 수 있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
6. 이 극을 제작함에 있어서 통화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여기서는 태양이 웃고 나무가 걸어다니고 황소가 말을 한다. 거대한 뿔을 달고 두발로 걸어다녀야 한다.
[페이지] 003
1. 시대 및 장소
제트전투기가 출현하기 전의 어느 시골의 고장
2. 등장인물
오 장군
어머니
꽃분이
먹 쇠(황소)
훈련소 조교 A, B
훈련소 교관
훈련소 군의관
인 턴 A ,B
간호장교
훈련소 인사장교
우체부 A, B
[페이지] 004
관리 A, B, C
운전병
사령관
정보참모
작전참모
전속부관
수색중대장
수색중대 상사
관측장교 A, B
나 무 A, B, C, D, E
헌 병
헌병장교
적군사령관
적군참모
[페이지] 005
기타병사는 다수
1. 이미 설명한바와 같이 이 극에는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하나 오 장군을 빼고는 모두 몇 가지 역을 겸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함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실제로 이 연극 제작을 위해서는 20명 정도는 족할 것이다.
2. 등장인물 중 군인들의 의상은 현실의 어느 나라 군대도 닮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무대장치
극히 간략하게 상징화함이 바람직하다.
[페이지] 007
[경] 1경 벌판
(넓고 넓은 벌판. 소나무 두세 그루. 초여름 호리죤트에 걸린 태양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크기 보다 다섯 배 더 크다. 태양은 졸고 있다 --- 오장군의 멋대가리 없는 노래가 가까이 오기 시작한다)
[오장군] (노래, 팔자 ?의 투) --- 엄마 엄마 울 엄마야
무엇할 라고 날 낳았던가
날라면은 잘 낳거나
어정퍼정 낳아놓고
고생만 시키누나
[페이지] 008
날만 새면 일을 하니
내가 무슨 황소 아들인가
((오 장군 어깨에 메고 있던 밭갈이 삽을 내동댕이치려다 말고 얌전히 놓는다))
[오장군] (뒤돌아보고) --- ! 어 인석이 또 처졌군 야 먹쇠야! 빨리 뛰어오지 못해!
(무대 밖에서 방울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황소가 나타난다. 먹쇠는 황소 이름이었던 것이다 황소의 가면을 쓴 건강한 인간. 커다란 방울. 밭갈이용 멍에를 메고 있다. 황소 오 장군 앞에 서더니 손에 들고 있던 회초리를 내민다. 오 장군 그것을 받고 한 대 갈기는 시늉을 하고 나서 먹쇠에게 도로 준다.
[페이지] 009
오 장군, 밭갈이용 삽을 먹쇠의 멍에 끝에 달아 준다. 오 장군 먹쇠더러 회초리를 도로 달래 가지고는 세 번을 위협적으로 돌린다.--- )
[오장군] --- 이랴 가자! 어디로 가는 거야! 이쪽이야 이쪽! 옳지 옳지--- 쯧쯧 좀 빨리 가야지--- 너무 빠른--- 옳지 옳지---
(종달새 소리. 하늘을 쳐다보며 밭갈이 ? 가락)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꽃분이 목소리 닮았구나
종달새야 종달새 종달새야
(막힌다 다시 시작)
[페이지] 010
종달새야 종달새야 종달새야
네 목소리가 간지럽구나아
(하며 길게 길게 끄는데 멀리서 수소우는소리가 들린다. 먹쇠가 그 소리를 듣고 우뚝 서며 귀를 기울인다. 정백)
누가 서라고 했어!
(하는데 또 수소 우는 소리)
옳지 너 꽃분이네 수소가 우는 소릴 듣구 있구나. 근데 너 벌써--- ! (먹쇠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어음 너도 이제 처녀가 다아 됐구나! 궁뎅이가 함지만 해 가지구. 좋아 그렇담 너두 당장 시집을 가야지. (먹쇠를 쳐다보며 잠시 갸우뚱 생각에 잠긴다. 사방을 둘러보며) 이 밭을 다아 갈려면 닷새는 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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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푹 쉬고 그 담날에--- 그러니까 닷새에 하루 쉬니 엿새, 또 그 다음날이니 이레--- 가만있자 이레 째는 우리 아버지 제삿날 아냐? 어른 제삿날에 그런 짓 하면 부정타지.
[먹쇠] (머리를 흔들며) 뫼에 뫼에
[오장군] 뭐 상관 없다구? (잠깐 먹쇠를 쳐다보고 나서) 정말 짐승 같은 소릴 하는 구나. 하긴 짐승에게까지 우리 아버지 제삿날을 정하게 지내랄 수는 없지. 좋아 그럼 우리아버지 제삿날에 시집보내주마.
[먹쇠] (기뻐서) 뫼에 뫼에---
[오장군] 그 대신 열심히 일해줘야 한다.
[먹쇠] 뫼에!
[오장군] 가자!
[페이지] 012
[먹쇠] (신이 나서 끄덕거리며 간다)
[오장군] (박자 맞추듯)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좋다---
(꽃분이 수소가 뫼에. 먹쇠도 뫼에. 다시 꽃분네 수소 뫼에 먹쇠도 뫼에)
[오장군] 아! 좋다. 좋다. 좋다. 좋다--- (멈칫) 가만, 그럼 난 주인인 내가 장가들기 전에 시집가는 것 아냐. 나도 금년 가을엔 꽃분이한테 장가 갈텐데--- 너 그때까지 참아 줄 수 없겠니?
[먹쇠] (질색하며) 뫼에 뫼에 뫼에!
[오장군] 아따 앙당은! 좋아 니가 먼저 시집가라. (밭가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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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어디 이러 어디
슬슬 돌아가자 바로 가자
이랴이 소야아 말 잘 들어라
그래야 시집보내준다.
어디 이러 빨라가자. 이러 낄낄
(둔 중한 폭격기 편대 음이 높이 지나간다. 인간과 소는 함께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본다)
[오장군] 망할 놈들! 꼭 우리 밭 위를 지나간 말이야. 잘못해서 폭탄을 떨구기라도 하면 누린 어떻게 되는 거야? (침묵 상상) --- 슈웃 콰앙! (침묵 상상) (사방을 크게 손 젓고 나서) 조심해 망할 놈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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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신명이 죽은 투로 밭갈이 계속)
(밭가는 노래)
이랴 이랴 이랴 이랴
이소 어디 잘못 간다
어디어 이소 바로 가자
(다시 편대음 먹쇠 선다)
[오장군] 괜찮아 가자!
(편대 음과 큰소리 내기라도 하듯이 음정이 엉망인 밭가는 노래)
이랴 이소 빨리 돌아가세
얼른얼른 돌아가자
한눈파면 사팔뜨기 된다
어디어 이소 곧장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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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벌써 한나절 됐다
빨리 갈구 점심 먹자
(편대음 멀어져 간다)
빨리 갈고 점심 먹자
빨리 갈고 점심 먹자
[오장군] (갑자기) 이유우 배고파! 엄마아! 엄마아!
[엄마] (무대 뒤에서) 오냐 나간다
[오장군] (먹쇠에게) 너무 외양간에 가서 얼른 밥 먹구 와
[먹쇠] 뫼에--- (하며 손을 내민다) (회초리를 달라는 것이다)
[오장군] 밥 먹구 나서 너무 오래 낮잠자면 안 된다. 오백 개 셀 동안만--- 아니 천, 예에라 천 오백 셀 동안만 자고 오라.
[먹쇠] 뫼에--- (하며 회초리를 흔들며 퇴장)
(이윽고 엄마가 함지를 이고 나온다.
[페이지] 016
저렇게 작은 엄마가 저렇게 큰 오 장군을 낳다니― 하고 놀랄 정도로 작달막하다.)
[오장군] 달려가서 함지에 씌운 보자기를 훌렁 벗겨본다) 체에.
[엄마] 저리 비켜라 인석아, (내려 놓는다)
[오장군] (저만치 물러 나서서) 술 받아 오라고 했잖아!
[엄마] 저녁때 받아줄게 (밥그릇을 꺼내 채리며) 자아 어서 먹어라
[오장군] (뚱해서 보고만 있다)
[엄마] 안 먹음 치운다 (시늉)
[오장군] (재빨리 앉는다. 탐욕스런 한술)
[엄마] 물부터 먹어라.
[오장군] (재빨리 물그릇을 비워버린다. 그리고 밥 먹는 판토마임)
[엄마] 오늘을 어디까지 갈 수 있겠냐?
[오장군] (먼 데를 가리키며) 조기 (다 먹고 나서 벌렁 눕는다)
[페이지] 017
천 오백 세거든 깨워주세요 (금방 드르릉) ---
[엄마] 오냐 (이미 드르렁대는 아들에게) 맘놓구 자거라 (자장가 부르듯) --- 하나, 둘, 셋--- (비행기 편대 음이 지나간다 그 소리에서 보호라도 하듯 높여서 센다)
(우체부가 등장한다. 장화를 신고 있다 그는 다리들 길게 하기 위해서 장화 밑에 한자 높이나 되는 징을 박고 있다)
[우체부] 안녕하세요? 우체부입니다.
[엄마] (끄덕이며 여전히 센다)
[우체부] 오 장군에게 편집니다.
[엄마] (끄덕이며 오 장군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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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깨우려고 한다)
[엄마] (질식하며 말리며 편지를 내 놓으라고 손짓)
[우체부] (가방 속에서 두텁고 큰 그로데스크한 영장을 꺼낸다)
[엄마] (받아들고 본다. 문맹이다. 우체부에게 읽어달라고 손짓)
[우체부] (옆으로 째지는 입과 귀와 눈) 징집영장! 제일국민역 오 장군 귀하. 병역법 몇 조에 의하여 현역으로 징집한다. 몇 년 몇 월 몇 시까지 제 몇 지구 집결지에 출두하라 불 응시는 병역법 몇 조에 의하여 종신형에 처함. 제5지구 집결지는 아무데다 서기 몇 천 몇 백 몇 십 몇 월 며칠 제3지구 모병 사령관 서명. (잠시 위엄을 더 부리고 나서) 아셨죠?
[엄마] (여전히 세며 끄덕. 알 리가 없는데도)
[우체부] 내일까지 집결해야 합니다.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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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잠깐 생각 하드니 모른다고 가로젓는다))
[우체부] 예
[오장군] (꿈틀거리며 깨어난다) 엄마!
[엄마] 왜 벌써 깨나냐? ××도 못 세었는데--- 더 자거라
[오장군] 꿈을 꿨는데 말야 (하다가 우체부를 보고) --- 엄마 저 사람 누구죠?
[엄마] 우체부란다
[오장군] 우체부? (이내 무관심해지며) 엄마 꿈에 내가 전쟁에 나왔지 뭐야
[엄마] 개꿈이라는 거다. 더 자거라.
[오장군] 어우 무서워! 이만한 대포알이 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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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개꿈이라니까 그러는 구나 그보다두 얘, 이걸 저 우체부 나리께서 가져왔다 난 도무지 무슨 소린지---
[우체부] 오 장군 씨! 당신은 정말 군대에 가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군대로 나오라는 명령섭니다.
[엄마] 뭐 뭐요?
[오장군] (읽는다)
[엄마] 얘 정말이냐?
[오장군] 아마 그런 말인가 봐
[엄마] 아유 이를 어째 그런 줄 알았더면 내 받지를 말걸.
[우체부] 하하하--- 그게 어디 안 받으신다구--- 자 여기에 도장을 찍어요
[오장군] (엄지손가락으로 찍는다)
[우체부] (그걸 내려다 보구) 꼭 내 엄지 발구락만 하군. 고맙습니
[페이지] 021
다 (퇴장)
[엄마] (그 뒷모습을 멍하게 보다가) 어떡하지?
[오장군] 나가야지 뭐.
[엄마] ((멍해있다.))
[오장군] 엄마! 나 꽃분이한테두 알리고 올게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꽃분이한테 장가라도 보냈을 것을
[오장군] 그러기 말예요 먹쇠더러 천 오백 세구 나서 또 천 개 셀 동안만큼 더 자라고 일러 줘 (퇴장하며) 꽃분아! 꽃분아! (무대 뒤에서 멀어져 가며 계속 부른다)
[엄마] (그 소리를 멍하게 한참 듣고 있다가 불쑥) 내 아들.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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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2경 우물가
(꽃분이가 꽃동이를 이고 손에 뭔가 커다란 궤짝 같은 것을 들고 나온다 무대 가운데 그 궤짝을 놓자 궤짝은 우물이 된다. 물동이에 물을 길으며 부르는 꽃분이의 노래)
「퐁퐁퐁퐁 샘물은
우리엄마 젖같이
오줌싸게 오줌같이
밤이나 낮이나
퐁퐁퐁퐁 퐁퐁퐁퐁
[페이지] 023
((무대 뒤에서 꽃분이를 부르는 소리가 가까워 오더니 오 장군 등장하고 꽃분이 앞에 다가선다))
[오장군] (마지막으로 한번 더 크게 길게) 꼬옷부운아!
[꽃분] 니 목소린 언제 들어도 좋구나
[오장군] (다시 한번 꼬옷부운아아! 하고 나서) 나 군대 가게 됐어.
[꽃분] (멍해진다. 한참 침묵)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오장군] 뭐가?--- 아아 죽는 거지.
[꽃분] (대꾸할 말이 얼른 안 떠오른다) 군대간다구 다 죽나 뭐.
[오장군] 다 죽었잖아. 돌쇠, 북쇠, 갑돌이, 팔월이, 맹승이, 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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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오장군] 울어도 소용없어.
[꽃분] (뚝 그쳤다가 다시 울더니 다시 뚝 그치고) 언제 가는 거야?
[오장군] 내일 아침
[꽃분] 내일 아침 (멍해진다)
[오장군] 난 아마 대포알에 맞아서 죽을 꺼야
[꽃분] 만약 만약 죽는다면 우리 결혼은---
[오장군] 딴 사람을 골라. 그 얘기를 할려고 온 거야?
(이 때 멀리서 수소 암소가 서로 부르는 소리)
[꽃분] 장군아 저리로 가자.
[오장군] 어디?
[꽃분] 저 나무 뒤. 지금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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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당장? 아무도 몰래?
[꽃분] (장군의 손을 잡고 나무 뒤로)
(요란스러운 까치소리. 종달새. 얼굴을 돌리는 태양. 나무가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가려준다. 이윽고 두 사람 나온다. 허리를 펴는 나무)
(등을 긁으면서--- ) 개미한테 물렸나봐--- 난 가봐야겠어 발을 더 갈아야 하니까
[꽃분] ---
[오장군] (가다말고) 아들일까 딸일까?
[꽃분] ---
[오장군] 쌍둥일 낳아서 아들하구 딸하구--- (퇴장)
[꽃분] (멍해 있다가 불쑥) 내 남편.
(무대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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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3경 훈련장 A
(어둠 속에서 행진하는 군화소리. 소위 군대식의 힐책하는 소리.) <개새끼> <밥통> <걸레> 등등 그리고 <앞으로 가> <뒤로가> <경례> <눈을 똑바로 떠라> 등등 하사관의 왜가리 같은 소리 그 중에서도 <번호!> 하는 소리가 한결 크다. <하낫 둘, 셋, 다섯> <다섯!> <하낫 둘 셋 다섯> 「다섯」할 때 무대가 밝아진다. 철조망이 비스듬히 세로 지나가고 있다. 그 앞에 육군 이등병 오 장군과 그의 분 대원이 횡대로 서서 번호를 부르고 있는 중이다. 오 장군이 이등병이 또 틀렸다.)
[조교] 야 너 이리 나와--- 너 셈 셀 줄 모르나?
[오장군]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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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세어봐
[오장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조교] 그만. 들어가.
[오장군] 옛
[조교] 밥통 같은 자식.
[오장군] (대열에 끼여들며) 옛
(모두 웃는다)
[조교] 웃지맛. 번호! (또 오 장군이 태연하게 「다섯!」)
(무대 암전)
[경] 4경 훈련장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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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교관은 줄곧 무대 밖에 있다) <이상으로 야간침투 방법에 대한 강의를 마치겠다. 지금부터 실제로 침투훈련을 실시한다. 조교! 라이트!>
(무대 밝아진다 철조망 뒤에 3면의 기관총수가 서있다) 저기 있는 기관총 좌가 목표다. 목표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의 난점이 있다. 첫째는 지뢰가 묻혀있을런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지뢰를 피했다고 하자. 둘째 철조망이다. 철조망에는 의례 경보장치가 돼있는 법이다. 다행하게도 철조망까지 넘었다고 하자. 셋째 적의 눈이다. 다행하게도 적의 눈까지 피했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가장 완전한 침투 성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선 이런 행운이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침투기로는 조만간 적에게 노출된 체 맹렬한 사격과 무수한 지뢰와 철조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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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의 완강한 저항을 받으면서 감행되는 것이다. 그럼 일 분대부터 모의 침투를 실시한다. 유의사항. 침투도중에 모의지뢰가 폭발한다. 실제로 기관총 사격을 한다. 그러나 기관총탄은 지상에서 1메타 50위를 나른다.
<기관총수 사격> (사격한다. 그 앞에 조교하나가 앉아서 손을 들고 있다)
<보는 바와 같다. 라이트를 꺼!>
(무대가 어두워진다)
<일 분대부터 전진!>
(어둠 속에서 기관총성 지뢰 폭발음 이윽고 교관의 목소리) <빨리 빨리 전진해라--- 야 저기 꼼짝 않고 있는 놈이 누구냐! 야아! 임마! 뭘하고 있어!--- 조교라이트!>
(머리를 처박고 와들와들 떨고 있는 오 장군 이등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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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저놈이 누구야? 뭐 포 장군? 아 오 장군 오 장군 너 거기서 뭘하고 있는 거냐?--- 사격중지! 조교 가봐!>
(2명이 달려나와서 오 장군 이등병을 내려다본다)
[조교] 이봐!---
[조교] 엉야!---
[교관] (그는 줄곧 무대밖에 있다) 발길로 차봐.
(조교A찬다 조교B찬다. 무반응. A, B 교관 나는 방향을 향하여 명령을 기다린다.)
[교관] 한번 더 차라.
(조교 A, B 한번씩 또 찬다. 무반응. 명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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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죽었나?
[조교A B] (함께) 살았습니닷.
[교관] 걸레 같은 놈! 끄집어 내!
(오 장군 이등병, 눈을 부릅뜬 체 와들와들 떨며 서지고 못하고 끌려나간다)
[교관] 라이트를 꺼. 훈련을 계속한다. 사격개시! 이 분대 전진하라.
(기관총성이 한참 계속된다)
[경] 5경 의무실
(청진기를 목에건 군의관 학생 티가 가시지 않은 애송이 인턴. 간호장교는 꽃분이와 얼굴이 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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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자네 인턴으로 몇 개월 째 근무지?
[인턴] 지금부터 시작한 셈이죠
[군의관] 군에서 인턴시절에 배울 것은 단 하나다
[인턴] --- ?
[군의관] 가병. 가병을 판별할 줄 알 때 자네의 인턴과정은 끝나는 거야. 알았나?
[인턴] 예
(오 장군 이등병이 조교 A, B에 부축되어 들어온다)
[군의관] (인턴에게 눈짓하고 나서) 거기 앉혀.
[조교A] 앉지를 못합니다.
[군의관] 궁뎅이를 다쳤나?
[조교B] 아닙니다.
[군의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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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A] 훈련도중에 갑자기---
[군의관] 두골 충이 됐단 말이지?
[조교A] 옛
[군의관] 내가 앉히지 (뚜벅뚜벅 걸어가서) 앉지 못하면 궁뎅일 없애버릴 테다! (조교 A, B에게) 앉혀.
(조교A, B 오 장군을 앉힌다. 앉는다. 조교A, B 신기하다)
[군의관] (인턴에게) 노오트! (오 장군 목을 무례하게 만지더니 인식 표를 끄집어 읽는다) 군번 024378596. 성명 오 장군. 계급 이등병 전직 농부. 교육정도 고등학교 문맹퇴치 반에 의하여 동기 광학 때마다 삼 년 간 글을 배웠음
[인턴] 어떻게 아시죠?
[군의관] <경험은 최선의 교사다!> 카아라일.
[인턴] 알았습니다.
[군의관] 노오트! 임상질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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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A] 침투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조교B] 일분대가 전진했습니다.
[조교A] 적에게 노출되었습니다.
[조교B] 기관총 사격. 탄도는 1메타 50센치 높이
[조교A] 모의지뢰 폭발
[조교B] 일 분대는 계속전진
[군의관] 알았네. 전진 안한 놈이 있었단 말이지?
[조교A,B] (함께) 예
[군의관] 노트! 진단 지뢰와 기관총성에 인한 정서적 혼란 및 무능력 상태 (끝났다는 몸짓을 하며 담배를 꺼내 피운다) 처치는--- (깊숙이 앉으며) 훈련을 계속할 것. 자주 놀라게 할 것. 놀라지 않을 때까지--- (간호장교에게) 주사를 놔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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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 예! (익숙하다)
[인턴] 무슨 주삽니까?
[군의관] 에피트린
[간호장교] (주사를 놓는다)
[오장군] (간호장교를 빤히 쳐다보다가) 꽃분아아! (하면서 잠에 빠진다)
[군의관] 눕혀!
[조교A,B] (바닥에 눕힌다)
[인턴] 꽃분이라고 했죠?
[군의관] 씨스터 콤플렉스아 누이 이름이겠지.
(납득하는 인턴 코를 고는 오 장군 이등병. 모두들 잠시 오 장군 이등병의 꼴을 내려다보고 있다)
[군의관] 농부가 틀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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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끄덕)
(모두들 다시 오 장군 이등병을 내려다본다 무대가 어두워지며 오 장군 이등병이 남는다) (멀리 먹쇠가 뫼에 뫼에)
[오장군] (자면서) 꽃분아 꽃분아― (어느새 꽃분이가 옆에와 있다)
[꽃분] 어마나 너두 이제 군인이 다 됐구나
[오장군] (줄곧 누워서 눈을 감은 체) 나두 다른 군인처럼 무섭게 보인단 말이지?
[꽃분] 응 총도 쏴봤니?
[오장군] 그럼. 오늘은 하마터면 맞을뻔두 했는걸. 내가 쏜 총알에. 오발을 했거든
[꽃분] 어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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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편진 다 받았니?
[꽃분] 열 한번
[오장군] 열 두 번째는 내 머릿속에 있다. 읽어줄까?
[꽃분] 아냐 받을게 그게 더 기쁘단다
[오장군] 매일저녁 꽃분이 꿈을 꾼다
[꽃분] 같이 자는 꿈?
[오장군] 너는?
[꽃분] 나두야
[오장군] 어제 밤엔 꽃분이와 나와 나란히 오줌을 놨단다 너는 앉구 나는 선 채
[꽃분] 거짓말
[오장군] 옆에서 먹쇠두 보구 있었는걸.
[꽃분] 후훗
[오장군] 재밌지? (하며 이리 저리 뒤채면서 웃는다. 한참 더
[페이지] 038
웃는다. 뚝 그치고 ?풀 하다가) 참 우리아인 아직두 소식 없니?
[꽃분] 며칠 전부터 좀 이상한 것 같애
[오장군] 어떻게?
[꽃분] 밥맛이 없구 나른 하구---
[오장군] 또?
[꽃분] 뭔가 아랫배에 자라고 있는 것 같애
[오장군] 틀림없다 우리 아이다 쌍둥이다 아랫배를 잘 간수해라. 이불도 꼭꼭 덮어주구.
[꽃분] 그래 조심할게. (아랫배에 치마를 겹으로 두르고 나서) 그럼 간다.
[오장군] 잘 가. (하며 일어난다. 한참 있다가 불쑥) 나의 아내! (스스로 넘어지며 다시 쿨쿨 잔다)
[페이지] 039
[경] 6경 후련장 A
(인사장교만이 라이트 속에 있다)
[인사장교] (여성적) 전 훈련소 본부 인사장교입니다 오 장군 이등병의 훈련연대는 오늘 오전으로 소정의 훈련과정을 마쳤습니다. 기간 중 오 장군 이등병의 훈련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챠아트를 넘기며) 사격술 0점 화기 분 해법 0점 분대전술 0점 내무생활 5점 상벌사항 기간중 수상한 일은 없고 두 번의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징계처분은 중노동 7일간 이것은 오 장군 이등병이 장군 전용 변을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훈련소장 각하께서는
[페이지] 040
이날 오 장군 이등병 때문에 30분간 변소 밖에서 대기 하셨습니다. 소장각하께서 말씀하시길 오 장군 이등병은 이날 변소 속에서 노래까지 불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징계처분은 경명창 14일간 이것은 야간 수색훈련 도중에 낙오 행방불명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밤 전 훈련연대가 훈련을 중단하고 오 장군 이등병을 수색했습니다. 오 장군 이등병은 이때 수색 목표지역에서 4킬로 떨어진 어떤 농장에서 젖소와 함께 자고 있었습니다. 오 장군 이등병의 훈련연대는 내일 08시 30분 일선 제4전투지구에 투입됩니다. 이제 남은 일이란 단 한가지 이들 각자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받아두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사자의 시체를 찾지 못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조칩니다.
(무대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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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장교 뒤에 오 장군 이병과 수명의 병사들이 커다란 가위로 손톱을 깎고 있다 오 장군 이등병은 발톱을 깎고 있다)
[인사장교] 빨리 깎아 주세요
[병사들] (제창) 예
[병사A] 이럴 줄 알았더라면 손톱을 모아둘걸 그랬지?
[병사C] 내 손톱이 뭍인 내 무덤을 봤으면---
[병사B] 마누라와 아들녀석은 내 이 때묻은 손톱에 대고 절을 하겠군
[병사C] 때를 닦으면 나처럼
[병사B] 그럴까 (춤을 묻혀 닦는다)
[인사장교] 오 장군 이등병! 손톱을 깎으라는데 왜 발톱을 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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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손톱도 깎았습니다.
[병사B] 너 발톱도 절을 받게 할 작정이냐?
[병사A] 이왕임 나도 발톱을 깎아야겠다.
[병사C] 나두 그래야 겠는걸
[병사B] 나두
(모두 쭈그리고 발톱을 깎는다. 한참. 어느새 이들은 말이 없다 모두들 자기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허리를 굽힌 커다란 벌레들처럼 보인다)
[경] 7경 벌판(고향)
(오장군의 고향 그 발과 나무와 태양 엄마가 먹쇠를 몰며 밭갈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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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먹쇠야 좀 천천히 기다우. 장군하군 다르지 않니---
[먹쇠] 뫼에 (천천히 천천히) (한참 침묵)
[엄마] (슬프게 슬프게) 장군아 장군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먹쇠] (마치 박자를 맞추듯 슬프게) 뫼에 뫼에--- 뫼에--- 뫼에---
[엄마] (가락을 부쳐서) ((아이구 허리야 하며 주저 않는다.))
[먹쇠] (역시 가락을 부치며) 메에 (주저앉는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편대 비행음 꽃분이 나온다)
[꽃분] 어머님!
[엄마] 오냐 또 편질 받았는 게로구나
[꽃분] 네 읽어 드릴게요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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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번째 편지 모두를 안녕하신 지 궁금하다>
[엄마] 녀석 우리 근심은 하지 말라니까
[꽃분] 글쎄 말예요
<어제 밤에도 고향 꿈을 꿨단다>
[엄마] 그렇게 꿈만 꾸고 잠은 언제 자는지
[꽃분] 글쎄 말예요
<어머님은 아직도 밭갈이하시고 계시더라>
[엄마] 그래 네 녀석이 했더라면 벌써 끝냈으련만---
[꽃분] <그리구 꽃분이는 우리들의 아이를 배었다면서 배가 퉁어 나왔더라> 어마나!
[엄마] 미친 녀석! 군데에 가면 개 꿈꾸는 버릇을 고칠 줄 알았더니--- 어서 다음을 읽어다오
[꽃분] 네 <혹 꽃분이가 정말 우리들의 아일 베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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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녀석 정말 실성했나 보다
[꽃분] ---
[엄마] 물론 꽃분이는 아이가 어떻게 해야만 생기는지 알 테지?
[꽃분] 어머님두!
[엄마] 그래 아이란 그렇게 해야만 생기는 거란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 생기는 법이다 예???부터 어서 다음을 읽어다우
((한참 엄마가 눈에 손을 댄다 그것을 보는 꽃분이도 눈에 손을 댄다 꽃분이 그자세로 천천히 퇴장한다 먹쇠가 엄마에게 다가와서 회초리를 내민다 엄마 맥없이 일어나 밭갈이 시작 판토마임 엄마가 서서히 졸음에 빠진다 드디어 멈처 선다 먹쇠도 선다 그러나 먹쇠는 이내 전진을 계속한다 엄마 손에서 고삐가 빠져나간다 엄마는 그 자리에 무너져서 잠에 빠진다 먹쇠는 그것을 모르고 혼자 갈다가 한참 만에야 엄마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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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쇠 살금살금 엄마 옆으로 와서 한참 드려다 보더니 관객을 보고 슬프게 뫼에 그 바람에 엄마가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먹쇠 황급히 뫼에 소리를 그치고 엄마를 눕힌다. 그리고 손으로 또닥거리며 재운다 그러나 먹쇠의 또닥거림 때문에 오히려 엄마가 또 깨어난다 먹쇠 조심스럽게 또닥거려 주며 다시 잠에 들게 하고는 관객석을 향하여 소리는 안내고 뫼에--- 먹쇠 혼자서 다시 밭갈이 가락을 붙여서 뫼에 뫼에 뫼에--- ))
[엄마] (누워서 크게 크게 걷게 걷게 한숨 엄마의 한숨이 두세 번 반복되는 동안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엄마만 조명을 받는다 꿈이다)
(오 장군이 나타난다. 한참 엄마를 내려다보고 섰다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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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엄마 엄마
[엄마] (서서히 일어나며) 녀석아 넌 꼭 꿈에만 나타나는구나
[오장군] 엄마도 꿈에만 날 찾아오면서---
[엄마] 한번쯤 생시에 찾아올 수도 있잖니
[오장군] 에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군대에선 휴가증이나 외출증 없인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다니까 꿈속에서만 아무 증명서 없이 다닐 수 있단 말이야
[엄마] 짜증은 내지말구--- 저녁은 먹었니?
[오장군] 저녁이요? 지금은 대낮이란 말이야. 엄마는 지금 대낮에 꿈을 꾸고 있단 말이야
[엄마] 참 그렇지
[오장군] (유심히 보고) 엄마 그동안 많이 늙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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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럴 수밖에 니가 떠난 후로 하루 동안에 일년씩 지나가는걸
[오장군] 엄마 오래 살아야 해
[엄마] 니가 돌아 올 때까지만 이라도 살아야 할텐데--- 하지만 장군아, 난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더 많단다 내가 일찍 죽는 만큼 네가 더 오래 살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구 말이야
[오장군] 히히히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딨어
[엄마] 하느님 정말 그렇게만 해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죽겠나이다.
[오장군] 하느님이 그따위 부탁 들어줄 것 같에?
[먹쇠] (소리만) 뫼에 (크게)
[오장군] 이크 또 집합이구나. 엄마 잘 있어
[엄마] 아니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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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방금 소리 지르는 거 못 들었어? 집합하라는 소리야?
[엄마] 인석아 그건 먹쇠가 우는 소리란다
[오장군] 아아--- 난 큰 소리만 들리믄 모두 집합하라는 소리도 들려서 말야 히히히--- 아무튼 가야겠어요 엄마 잘 있어
[엄마] 얘얘 꿈속인데 뭘 그렇게 서두르니 천천히 가려마
[오장군] 안돼요 군인에겐 한가하게 얘기할 시간이 없단 말예요
[엄마] 아유 얘 얘
(사라진다)
[엄마] (손을 내민 체 한참 있다가 그대로 스르르 ꊇ어져서 잔다 잠에 빠진 채 흐느껴 운다 무대 밝아진다. 우체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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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먼저 우체부가 아니다) 할머니 할머니
[엄마] (깨어나서 우체부를 본다 그러나 이내 무관심해지며 꿈속에서 울던 물음을 계속한다)
[우체부] 할머니--- 할머니---
[엄마]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우체부를 본다)
[우체부] 오 장군 씨 어머님이시죠?
[엄마] 아유 우리아들한테서 편지가 왔구먼.
[우체부] 아 아닙니다 아드님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엄마] 아들에 게요? 아니 누구한테 설까 난 글을 모르니 좀 읽어 주시겠수?
[우체부] 그러죠. 징집영장 제일 국민역 오 장군 귀하 병역법 몇 조에 의하여 현역으로 징집한다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까지 제 몇 지구 집결지에 출두하라 불 응시는 병역법 몇 조에 의하여 종신형에 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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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몇 천 몇 백 몇 십 몇 년 몇 일 제3지구 모병 사령군 서명
[엄마] 어디서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소리오만
[우체부] 쉽게 말해서 군대로 뽑아간다는 통집니다
[엄마] 어쩐지--- 댁에선 한발 늦었구먼
[우체부] 늦었다뇨?
[엄마] 우리 아들에게 댁보다 보름이나 먼저 그런 편지를 전한 우체부가 있었단 말이우
[우체부] 예
[엄마] 혹시 우리 아들이 아직도 훈련소로 안 갔을까봐 또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모르겠소 만 갠 벌써 훈련소로 간지가 보름이나 됐단 말이우
[우체부] 그럴 리가 아니 그게 정말이십니까?
[엄마] (허리춤에서 편지를 꺼낸다) 못 믿겠으면 이걸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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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급히 읽는다) <열 두 번째 편지> (이하 간간이 소리를 내며) 모두를 안녕히--- 어제 밤에도 고향 꿈을--- 어머님은 아직도 밭길이--- 꽃분이가 우리들의 아이를 배가 퉁 튀어나와--- 지금부터 불침번이다 (할머니와 편질 번갈아 보다가 편질 도로 준다)
[경] 8경 빈터A
(무대에 3각형을 이르고 A, B, C가 서있다 그리고 어머니와 꽃분이가 관객에게 등을 보이고 A앞에 서있다. A, B, C는 모두 무표정한 관료적 포오즈)
[우체국 관리] 이런 착오의 근원은 오 장군이란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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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장정이 한 동네에 두 사람이나 있었는데 예 있습니다
[엄마] 하지만 얼굴은 영 다르답니다
[꽃분] 장님이라두 금방 가려낼 수 있을 정도예요
[A] 우리로서는 즉시 영장을 잘못 전달한 우체부를 파면했습니다. 그리구 제3지구 모병부 당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이 착오에 대해선 오 장군 씨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꽃분] 무슨 책임이요?
[A] 그는 왜 남의 영장을 받습니까?
[꽃분] 그야 주니까 받았죠
[A] 영장엔 생년월일일 이 적혀있습니다. 19몇 년 몇 월 몇 일 그것은 오부자 아들인 오장군의 생년월일이기 댁의 아드님 생년월일은 아닙니다
[A] (징모관) 오 장군이란 이름의 어디가 좋아서 두 놈이나 그 이름을 쓴단 말인가 우체국 당국이 저질은 착오는 우리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모병 사령부 발부한 두 개의 영장은 둘 다 완전 무결했습니다. 우체국에서 그런 얘기를 안 하던가요?
[꽃분] 우체국에선 여길 가보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해결해 줄 수 있을거라구
[B] 우리 모병 사령부로선 즉시 군에 잘못 입대한 댁의 아드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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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을 반환하도록 요구하는 문서를 발송했습니다. 그것은 댁의 아드님에게가 아닌 다른 오 장군 씨에게 전달되어야 할 영장이니까요
[엄마] 그럼 그 영장과 함께 우리 아들도 돌아오겠군요
[B] 글쎄요 육군 당국에 소개장을 써드리죠 (할머니와 꽃분이가 C네게 옮기는 동안) 우리로선 오 장군이란 이름을 세 사람이 나누어 가졌더라도 상관없이 생년월일과 지번을 정확하게 기입만 하면 되는 거야
[C] 육군 당국은 이런 착오에 대비하기 위해 집결지에서 인적사항을 재확인합니다 조사에 의하면 오 장군 이등병은 생년월일과 주소변지를 확인했을 때 아무런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신경질적으로) 전 양력생일을 몰라요 지번도 모르구요
[C] 그것을 몰랐다는 것이 우리 육군당국의 잘못이라고 말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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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 아아녜요 우린 다만 그이를 되돌려 주시길 원할 뿐이에요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 대신 육군에 잘못 입대하였다는 사실과 일단 군번을 받은 육군 이등병이라는 사실과는 전연 별개의 문제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오 장군 이등병이 남의 영장으로 입대하였다면 그는 당연히 육군에서 추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군번을 받은 육군 이등병입니다 현행 육군 규정에는 군번을 받은 병사를 남 대신 입대하였다는 이유로 제대시키는 절차가 명시되어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곧 새로운 육군 규정을 제정하여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러나 육군 규정을 제정하기 위해선 시일이 필요합니다 전시라 모두 바쁩니다 육군규정 제정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제네랄 최를 아시죠 제네랄 최를 모르세요! 몰라도 좋습니다. 그분은 어제 저녁 부인께서 쌍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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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았다는 전보를 받고도 너무 바빠서 절반밖에 읽기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는 제가 읽어드렸습니다 하하하--- (뚝 그치고) 참 그 문제는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꽃분] 그이한테서 며칠전 편지가 왔는데 곧 일선으로 배치될거라드군요
[엄마] 훈련소로 간지 보름 밖에 안됐는데
[C] 일선에서 사상자들이 예상외로 급증하기 때문에 신병훈련기간은 부득이 단축됐습니다. [꽃분] 그이가 일선으로 가기 전에 처리해주세요
[C]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엄마] 오오 장군아 운수 나쁜 장군이 내 아들아
[꽃분] (엄마를 한 손으로 감싼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자기 배에 손을 댄다 그리고 퇴장한다)
[페이지] 061
((오 장군 다섯 개의 장군 파이브 스타아)) (자기 계급장에 손을 대본다)
(무대 암전 되면서 캬라펠라의 진행음)
[경] 9경 일선으로 가는 길
((위장한 장갑차에 앉아 흔들리고 있는 병사들 길이 험하다 언덕 내리막 시궁창 돌 그럴 때마다 병사들은 흔들리며 몰리며 한다))
[병사A] 운전수! 운전수!
[운전병] 운전병이라고 불리!
[병사A] 운전병!
[운전병] 님을 붙여 난 일등병이다
[병사A] 운전병 님!
[운전병] 왜
[병사A] 좀 얌전히 몰아줄 수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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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병] --- (더 세찬 엔진 잠시 침묵)
[병사A] 오장육부가 다 뒤집혔다
[병사B] 궁뎅이가 다 문들어 졌다 머리 속에 자갈이 찬 것 같다 (잠시 침묵 자다가 손 잔등이 젤 편하지 잠시 침묵)
(차를 급정거시키고 내리면서) 모두 내려서 오줌을 싸라
(병사들 모두 내린다)
[페이지] 063
[병사A] 아직 멀었습니까?
[운전병] 20킬로 남았다.
[병사B] 어, 오줌이 샛노랗네
[병사C] 나두!
(모두들 거기를 내려다보며 <나두><나두> 한다)
[운전병] 천천히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쏴버려 일선에 도착한 담에 놀라서 바지에 흘리지 않도록
(사이 멀리 포성)
[병사A] 어 포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점점 커지는 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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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10경 사령관실
(커다란 군용 상황지도. 그 앞에서 정보참모가 브리핑 중이다)
[정보참모] 또한 공중정찰에 의하여 적의 포병부대들이 일제히 10월로 이상 전방으로 이동하였음을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적은 최근 증강된 보병부대들에 대하여 방언진지 구축작업을 시키는 대신 연일 침투 교육 훈련만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상의 여러 정보자료를 종합 판단컨대 일. 우리에게 공세를 취할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음이 확실하며 이 적이 일주일 내에 우리를 공격할 것이 확실하며 삼. 적이 공격할 시 그 주공방향은 우리 제4사단 전면임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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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으음 44사단 전면 지역이야말로 우리들의 취약점이란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정보참모] ---
[사령관] 여러 가지 정보자료를 종합 판단컨대 적의 사령관이 나보다 훨씬 유능한 정보참모를 거느리고 있음도 확실하다
[정보참모] ---
[사령관] 작전참모
[작전참모] 예
[사령관] (나가서 설명하라고 턱으로 지시)
[작전참모] (정보참모가 서있던 자리에 교대하여 서고) 아군의 현 위치는 그 지형상 방어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욱이나 아군의 3배나 되는 적의 공격을 격퇴시키려는 것은 무모한 작전입니다 일단 B선으로 철수할 것을 건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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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선에서라면 그 유리한 지형상의 이점이 우세한 적의 전력을 상쇄시켜 주리라고 판단합니다.
[사령관] B선에서 현 위치까지 진출하는 데 1개 사단 병력이 소모됐어 우리가 B선으로 철수했다가 다시 현 위치까지 진출하려면 또다시 1개 사단이 소모될 거야 게다가 B선에서 방어를 한 대두 또 일게 사단은 소모된다 따라서 난 차라리 현 위치에서 2개 사단을 소모하길 원한다
[작전참모] 하지만 B선에서 방어하는 쪽이 현 위치에서보다도 적의 손실을 극대화 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사령관] 난 한번도 전선에서 후퇴한 적이 없어 아니 꼭 한번 있었군 지난번 어깨를 부상당했을 때 말이야 (어깨를 들썩이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놈의 어깨는 꼭 암캐의 꼬리 같거든 자기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요사를 떤단 말이야--- (단호하게) 현 전선을 고수한다 지금부터 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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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지휘관에게 일보라도 후퇴하는 장병은 즉결처분한 권한을 부여한다 1주일후면 2개 신설 보병사단과 1개 기계화 사단과 1개 중포병 여단이 우리 취하로 들어온다. 그때 우리는 현 위치에서 공세로 전환한다 정보참모만 남고 해산
(참모들 나간다 긴 사이)
[사령관] --- 적이 우릴공격 한다면 우린 일거에 유린 당할거야 그렇지?
[정보참모] ---
[사령관] 따라서 내 결심은 아주 무모해 그렇지?
[정보참모] ---
[사령관] 전쟁은 도박이야 난 지금 도박을 하려는 거야 도박에선 끗발이 높다구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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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세끗밖에 안 쥔 놈이 팔 땡 쥔 놈의 키를 죽이는 수가 있지 (지긋이 본다)
[정보참모] 사령관께선 역정보 공작을 암시하고 계십니까?
[사령관] 맞았어 적에게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 시키는 역정보를 흘려 보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공격 계획을 포기하게 하는 거야 나는 이 역정보 공작의 성공을 전제로 하고 현 전선을 고수할 것을 결심했던 거야
[정보참모] 하지만 역정보 공작이 적에게 발각되면---
[사령관] 도박에선 성공률은 반반이야 그러나 도박꾼들은 늘 성공 쪽에 다가만 자신을 걸지 더욱이나 이 도박은 밑져야 본전이야
[정보차모] ---
[사령관] --- 유능한 정보장교로 하여금 적에게 자연스럽게 붙잡히고 그들이 포로 심문을 할 때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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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게끔 공작을 꾸미게
[정보참모] 알았습니다.
[사령관] (어깨를 만지면서 턱으로 나가라고 한다)
[정보참모] (나간다)
[사령관] 전속부관
(전속부관 들어온다)
[사령관] 어깨 주무를 병사를 다시 골라서 보내죠 이번에 골라온 병사두 신통치 않아
[전속부관] 그렇잖아두 오늘 도착한 신병 가운데서 다시 골라놨습니다.
[사령관] 그래? 어서 들여보내게
[전속부관] 예 (나간다)
[사령관] (의자에 앉는다 어깨에 손가락을 꽂으며 어깨 뒤를 돌아 본다 마치 손가락 끝이 어깨에 뚫린 구멍을 통해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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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기나 한 듯이)
(오 장군 나타난다 너무 긴장해서 마치 삐정다리처럼 걷는다)
[오장군] (사령관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우뚝 서더니 번개같이 손을 올리고 소리를 질러댄다) 육군 이등병 오장군 사령관 각하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려 왔습니다
(소리가 갈라져서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다)
[사령관] 음 이름이 뭐랬지?
[오장군] 오 장군입니다
[사령관] 오 장군?
[오장군] 옛
[사령관] 음 오 장군이라?--- (하며 음미하는데)
[오장군] (오해하고) 옛
[사령관] --- (말없이 싱긋 웃고) 이제부턴 큰 소리 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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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도 돼 (어깨를 손짓하며) 와서 주물러져
[오장군] 옛 (또 뻐정다리처럼 꼿꼿이 걸어서 사령관 뒤로 가서 주무르기 시작한다)
[사령관] (대번에 신음소리를 낸다 오장군의 팔 기운이 너무 센 것이다) 으음--- 고향이 어딘가?
[오장군] 까치 골입니다
[사령관] 가족은?
[오장군] 엄마뿐입니다
[사령관] 보고싶겠군
[오장군] 옛 (코를 들이쉰다 엄마 생각이 왈칵 나서)
[사령관] 아버지는 언제 도라 가셨나?
[오장군] 제가 세상에 태어난 지 일년하구 닷새 만입니다 (또 코를 들이쉰다)
[오장군] 환갑입니다 (저도 모르게 약간 울음소리가 섞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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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군인정신이 전혀 안 들었군
[오장군] 옛
[사령관] (어처구니없다) ---
(사이)
[사령관] 군대 들어 온지가 얼마나 됐지?
[오장군] 보름하구 나흘쨉니다
[사령관] 어때 군대가?
[오장군] ---
[사령관] 대답을 해 좋은지 나쁜지---
[오장군] --- 무 무섭습니다
[사령관] 뭐가?
[오장군] 다압니다 무섭지 않은 것은 하나두 없습니다.
[사령관] 겁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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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옛
[사령관] (어처구니없다) 너 같은 군인답지 않은 군인은 처음 본다 그만하고 내 앞에 서봐
[오장군] 옛 (사령관 앞으로 꼿꼿이 걸어가서 선다)
[사령관] (한참 말없이 본다) ---
[오장군] (그냥 멀쩡하게 꼼짝 않고 서 있다 긴 사이)
(이때 정보참모가 들어온다)
[사령관] (오 장군에게) 나가 있어
[오장군] 옛 (고함) 육군 이등병 오 장군 용무 마치고 돌아갑니다. (번개같이 경례를 하고 홱 돌아서- 너무 급히 돌아서 휘청 이며―나간다)
[정보참모] 역정보 작전에 투입할 장교를 선발했습니다. (서류를 내밀
[페이지] 074
며) 이것이 인사기록입니다
[사령관] (물리치며) 벌써 선발했네 방금 나간 이등병이야
[정보참모] ---
[사령관] --- 그 이등병 얼굴을 똑똑히 못 봤지? 영감을 주는 얼굴이야 그 얼굴을 보는 동안 난 또 하나의 도박을 생각해 냈어 아니 이건 도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주사위야 아무리 유능하고 강직한 장교를 공작에 투입한다고 해도 위험 율은 매우 높다 적의 정보기관 역시--- 난 그 병사로 하여금 역정보 공작에 자신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게 해서 적에게 포로가 되도록 만들려는 거야 그 병사에게 우리 부대의 거짓 상황을 주입시켜서--- 이제부터 참모회의 때마다 그 병사는 내 어깨를 주무르면서 나와 함께 부리핑을 듣게대 물론 그 부리핑은 모두 거짓이지 그 거짓 부리핑 내용은 그 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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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게 포로가 되었을 때 고스란히 적에게 제공되는 거야 (하며 정보참모를 지긋이 본다)
[정보참모] --- (움직이지 않은 채 납득하는 포오즈) ---
(무대 암전 되었다가 다시 밝아지면 수색중대장이 그들 앞에 서 있다)
[정보참모] 적의 관측소에서 잘 보이는 곳에 그 놈을 남겨 놓고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적은 공격을 앞두고 아군에 대한 보다 광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아군 장병을 사로잡을려고 혈안이 돼 있으니까 영락없이 적에게 잡혀갈 거야
[중대장] 그 곳에 혼자 남겨놓고 오면 도망할텐데요
[사령관] 도망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 게다가 그놈은 겁쟁이긴 하지만 아주 정직하고 순박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하면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을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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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 알았습니다.
[사령관] 아무튼 귀관이 할 일은 그 겁쟁이를 그럴싸한 임무를 주어서 적 관측소에 노출되는 위치에다 팽개쳐 놓으면 되는 거야 그 담의 일은 적군과 그 겁쟁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또 질문 있나?
[중대장] 없습니다.
[사령관] (밖에 대고) 전속부관 오 장군 이등병을 들여보내
[전속부관] (밖에서) 옛
[사령관] 정보참모는 눈에 안 띄는 게 좋겠군
[정보참모] 예 (즉시 반대방향으로 퇴장한다) (곧 오 장군이 들어온다)
[오장군] (번개같이 경례를 붙이며) 육군 이등병 오장군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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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의 어깨를 주무르러 왔습니다.
(오 장군 여전히 뻐정다리 걸음으로 잔뜩 긴장한 체 사령관에게로 사령관과 중대장은 그런 오 장군을 아무 말 없이 착잡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오 장군은 사령관에게 다가가면서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사령관] 오늘을 잠깐만 주물러도 돼 너무 힘도 주지말고
[오장군] 옛 (긴 사이)
[사령관] 오늘 아침두 배부르게 먹었나?
[오장군] 옛 3인분 먹었습니다. (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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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어제 밤에도 고향 꿈을 꾸었나?
[오장군] 아닙니다 어제 밤엔 꾸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오늘 아침 고향에서 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령관] 음 기뻤겠군
[오장군] (대답대신 콧물을 쉬의 들이쉰다 --- 주저하다가) 그런데 각하 그 편지에 이 육군 이등병 오 장군이 한 동네에 사는 오 부자네 아들 오 장군 대신 군에 잘못 들어왔다고 씌어 있는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사령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오장군] 예 (순하게 수긍하며 그러나 갸우뚱 긴 사이)
[사령관] (수색중대장에게) 참 어제 수색 전에선 몇 명이나 잃었지?
[중대장] 전사 5명 부상자 11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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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으음 (긴 사이)
[사령관] 오 장군 이등병
[오장군] 옛
[사령관] 우리 부대로 온 전우들은 모두 일선 부대에 나가서 죽기까지도 하는데 자네는 여기서 하는 일이란 어깨를 주무르는 것뿐이니 민망하지 않나?
[오장군] 옛 각하 하지만 전 총 쏠 줄 모르니까 어깨나 주무르고 있어야 합니다 전 총을 쏘려는 생각만 해도 막 떨려서--- 훈련소에선 제 총이 절 쏘아 죽일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소에서 사격 훈련할 때마다 교관 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이 병신 같은 놈아 총알이 아깝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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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중대장에게) 아직 날 찾아온 용건을 안 물어 봤구
[중대장] 손실 인원을 조속히 보충 받아야겠습니다. 각하
[사령관] 보충병이 도착하는 대로 최우선 권을 주지 우선 여깃는 오 장군 이등병부터 데리고 가게
[오장군] (대경 실색)
[중대장] 각하 저희 수색중대엔 이런 겁쟁이는 오히려
[사령관] (막아버리며) 며칠동안 만이라도 데리고 있다가 다시 보내주게 난 일선에서 고생한 적이 없는 병사에게 내 어깨를 주무르게 하고 싶지 않아
[중대장] 알았습니다.
[사령관] 오 장군 이등병두 방금 내가 한 말 들었나?
[오장군] (울상) 옛 각하 (소리가 들릴락 말락)
[사령관] (중대장에게) 더 한말은?
[중대장] 없습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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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례)
[사령관] 음
[중대장] (오 장군에게) 가자
[오장군] (중대장을 뻔히 보며 사령관의 어깨를 마구 주물러대고 있다 사령관의 결심이 변경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사령관] (비로소 오 장군을 뒤돌아보며) 따라가기 싫은가?
[오장군] (울상) 옛 각하
[사령관] 겁내지 말구 따라가 중대장은 아마 너에게 위험한 임무는 주지 않을 꺼야
[오장군] (그냥 계속 주물러 본다 사이)
[사령관] (거역할 수 없는 냉랭한 엄마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그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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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멈칫)
[사령관] --- 따라가 (오 장군은 비참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대장에게로 간다)
[사령관] (부드럽게) 곧 다시 불러들일 꺼야 잘 가
[오장군] (울먹이며) 안녕히 계십시요 각하 (하며 돌아선다)
[사령관] 오 장군 이등병 경례하는 걸 잊었어
[오장군] (급히 돌아와서 경례를 부친다)
[사령관] (받는다)
(오 장군, 중대장 퇴장)
(사령관 잠시 오 장군이 사라진 쪽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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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참모가 나온다 사령관 뒤에 겸손하게 서서 함께 오 장군이 사라진 쪽을 본다 사이)
[사령관] --- 나를 감상적으로 만든 유일한 병사야 나는 여지껏 수만 명을 죽이고 부상시켰는데---
[정보참모] 각하께서는 병사들을 늘 서류나 상황판 위의 두 자료만 상대하시거나 집단으로만 상대하고 계시니까요
[사령관] (납득하고 나서) --- 거 병사더러 내 어깨를 좀 더 주무르게 내버려둘걸 그랬어
[정보참모] --- (사이)
[사령관] (무표정하게 마치 글을 읽듯) 저 병사를 다시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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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병사를 다시 불러와 (정보참모를 돌아보며) 움직이면 안 돼 (암전)
[경] 11경 숲(A)
(어둠 속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중대장] (소리) 선임하사관 저 겁쟁이를 전초진지에 데려다가 팽개치고 와 저기서 혼자 몇 시간 견디노라면 담력이 조금은 갈러질 꺼야
[장사] (소리만) 옛 가자 이 밥통아
(무대 약간 밝아진다)
[페이지] (앙상한 숲)
(장사와 오 장군이 진지 쪽을 향해 엎드려 있다)
[장사] 날이 밝으면 다시 데리러 올 꺼야 그럼 떠나기 전에 임무 및 주의사항을 일러주겠다 일 앞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거나 뭐가 나타나면 즉시 암호 대답이 없으면 그냥 갈겨버려 (앞쪽에서) 라는 걸 잊지마 뒤쪽은 아군이니까 이 절대로 담배를 피지 말 것 담뱃불은 4킬로 밖에서도 보인다 그런 되 적은 2킬로 전방에 있다 삼 이하 생략 (오장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럼 내일 새벽에 다시 만나자(하고 기어서 되돌아가려다가) 참 암호를 안 가르쳐 줬군 오늘밤 암호는 (꽃분이-궁뎅이) 다 (꽃분이-궁뎅이) 알겠지? (다시 되돌아가면서) 꽃분이 궁뎅이 꽃분이 궁뎅이--- 썅 오늘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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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 잤다
(상사가 포복해서 퇴장한 한참 후까지도 오 장군은 그냥 떨고만 있다)
(갑자기 괴조(怪鳥) 를 연상시키는 높고 긴 새소리 사이 여우소리 사이 부엉새 소리 사이 사자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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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마지막으로 어울리지 않게 아주 귀엽고 명랑한 방울소리 긴 사이)
[오장군] (비로소 꼼지락거리며 담배를 꺼낸다) 참 아까 상사 님이 담배에 대해서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불을 붙인다)
(그 순간 전방에서 소리가 들리면서 적의 관측소가 라이트 속에 나타난다)
[관측A] 사격 준비 목표지도C의 2445 1256
[관측B] 잠깐 적을 발견 시는 먼저 정보참모부에 보고하라는 명령이야 (하며 수화기를 들고 뭐라 보고하는 움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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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장교 B가 수화기를 드는 순간 상사 수색중대장 정보참모 사령관이 라이트 속에 나타난다)
[상사] 저 밥통새끼 절대로 담배는 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는데
[사령관] (눈빛으로 죽여버릴 듯한 표정으로 확 쏴보고 나서) 만약 저 담뱃불 때문에 포격을 받아 오 장군 이등병이 죽으면 (손가락으로 주욱 훑고 나서) --- 너희들도 죽어야 한다
(이윽고 오장군의 전방에서 나무 다섯 그루가 살금살금 길어온다 오 장군 한참동안 모르고 있다가 기척을 느끼고 굳어버린다 나무들도 멈춰 선다 사이)
[오장군] --- (낮게 떨며) 꼬 꽃분이
[나무A] (음산한 쉰 소리로) 궁뎅이
[오장군] (흠칫하며 두리번거린다) --- 분명히 대답소리가 들렸는데--- (사이)
(오 장군 다시 담뱃불을 붙이려 한다 나무들 다시 움직인다 오 장군 또 기척을 느끼고 굳어진다 나무들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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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오장군] --- 꼬 꽃분이---
[나무A] 궁뎅이
[오장군] (흠칫하며 두리번거린다 사이)
(오 장군 벌벌 떨며 담뱃불을 붙인다 그 순간 앞에 선 나무A가 재빨리 오장군의 종을 밟아서고 나머지 BCDE가 오 장군을 죽 둘러싼다 오 장군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내고 그냥 멀거니 나무 A를 올려다 볼 뿐이다 나무B의 기둥 속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오장군의 담배를 빼앗는다 오 장군 멀거니 나무B를 또 올려다본다 나무 C의 기둥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오장군의 오른 뺨을 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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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장군 이번에도 멀거니 나무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나무D의 기둥에서 또 손이 불쑥 나오면서 왼 뺨을 갈긴다 오 장군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지막으로 나무 E가 발길로 걷어차려는 것을 나무A가 말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무A] 그만해
(나무A 쓰고있던 나무를 벗어버린다 적군 정보장교다 나무B속에서는 적군 중사가 나오고 나무C에서는 적군 하사가 나무D에서는 적군 병장이 나무E에서는 적군 상병이 나온다)
[오장군] --- 누누 굽니까 댁들은?
[중사] 궁뎅이랬잖아
[모두] (웃는다)
[장교] 몸을 수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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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 예 일어서
[오장군] ---
[상병] 일어서랬잖아 이 새끼야 (하며 발길로 걷어찬다)
[오장군] (마치 스프링이 퉁기듯 벌떡 일어선다)
(대위를 제외한 나머지들이 와락 달려들어서 몸을 뒤지기 시작한다 매우 재빠르고 치밀하고 능숙하다 그들은 오 장군을 거꾸로 세워서 털어 보기까지 한다 순식간에 검색을 끝낸 그들은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장교 끌고 가라고 몸짓)
[상병] (발길로 걷어차며) 가자
(오 장군 상병의 총구에 밀리며 간다 사령관 일행은 아까부터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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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잔인 무도한 놈들 양보다도 순한 병사를 저렇게 거칠게 다루다니
(이때 전속부관이 헌병을 대동하고 급히 등장)
[전속부관] 각하 그놈은 사기꾼입니다
[사령관] (망원경들 떼며) --- ?
[전속부관] 오 장군 이등병 말입니다 (헌병에게) 영장을 읽어 드려
[헌병] (읽는다) <체포영장 계급 이등병 군번 024378596 성명 오장군 상기 자를 타인의 성명을 도용 육군에 사기 입대한 혐의로 체포함 소속부대장은 즉시 상기 자를 모든 임무에서 해제하고 본 체포영장을 제시하는 헌병에게 그 신병을 인도할 것 몇 년 몇 월 며칠 육군 총사령부 제7군법회의 검찰관>
(사이 사령관 모두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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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부관] ---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놈은 너무 순진하고 너무 정직하고 너무 겁쟁이였습니다. 힘은 코끼리만큼이나 센 주제에
[정보참모] 그리고 보니 놈은 오히려 대담 무쌍한 놈이었습니다. 아까 숲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워댄 것을 보아도---
[헌병] 각하 혐의자로 하여금 즉시 임무에서 해제하고 그 신병을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령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린다) 하하하--- 이제야 알았군 어제아침 오 장군 이등병이 말하는 얘기의 뜻을---
[경] 12경 심문실
(대위와 오 장군이 조그마한 책상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 있다 사병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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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 심문에 앞서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 네가 만약 나의 질문에 거짓 대답을 했을 때는 지금부터 벌어지는 광경과 꼭 같은 고통을 당할 것이다 (사병들에게 눈짓)
(중사가 공중에서 내려온 밧줄을 잡아당기자 바닥에 누워 있던 인형 군인이 그 줄을 따라 올라가서 허공에 거꾸로 뜬다 하사가 몽둥이를 들고 와서 그 인형을 갈긴다 인형이 얻어 맞을 때마다 병장과 상병이 함께 인형군인 대신 비명을 질러 준다 인형은 얻어 맞을 때마다 맑은 종소리를 낸다)
[대위] --- 침착해 (사병들을 보며) 너무 겁을 먹었어 (오 장군에게) 심호흡을 해 서너 번 어서
[오장군] (심호흡을 한다)
[대위] --- 이름은?
[오장군] 오 장군입니다
[대위] 군에 들어오기 전에 뭘하고 있었나?
[오장군] 감자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대위] 농부란 말이지.
[오장군] 예
[대위] 현재 소속은?
[오장군] 제4전투사령부 직할 수색중대 1소대 2분댑니다
[대위] 현 소속 전입 일자는?
[페이지] 097
[오장군] 어젭니다
[대위] 어제? 그 전 소속은?
[오장군] 제4전투사령부 사령관 실입니다.
[대위] (놀란다) --- 다시 말해봐
[오장군] 제4전투사령부 사령관입니다
(대위 벌떡 일어난다 그 바람에 오장군도 놀라며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선다 대위 저만치 떨어진 곳에 가서 중사를 눈치로 부른다)
[대위] (속삭이듯) 중사도 들었지? 노다지야 정보참모 님에게 가서 우선 중간 보고를 하고 와야겠네 (대위 급히 나간다)
(중사 서있는 오 장군을 콱 눌러 앉힌다 오장 군 겁에
[페이지] 098
질린 시선으로 중사를 올려다본다)
(무대 암전 어둠 속에서 <차렷> 소리가 들리면서 무대가 다시 밝아진다 대위이하 전원이 무대 바깥쪽을 향해 차려 자세로 곧이어 적군의 사령관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들어온다 그들의 뒤에서 사병들이 의자를 하나씩 들고 들어와서 사령관과 참모들의 뒤에다가 받쳐준다 그들 앉는다 사병들 나간다 사이 엄숙한 분위기)
[적사령관] 결론만 간단히 말해
[대위] 옛 포로 심문 결과 우리는 적의 전투력을 실제보다 엄청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차아트를 넘기고) 이것은 아군이 지금까지 평가한 적의 전투력과 포로심문 결과 밝혀진 적의 실제 전투력과의 비교푭니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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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여지껏 3개 보병사단과 1개 기계화 연대뿐인 줄 알았는데 4개 보병사단과 1개 기계사단임이 밝혀졌고 포병 역시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1개 여단이 더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모두 웅성거린다) (챠아트를 넘기며) 이것이 포로 심문 결과 추가로 확인된 적의 전투시열입니다 (사이)
[대위] 질문을 받겠습니다.
[참모A] 포로의 전술 내용에 대한 신빙 도는 어느 정도인가?
[대위] 포로는 군사지식이 전혀 없는 무식한 농부 출신입니다 따라서 그는 자기가 듣고 본 사실을 과장할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의 저능한 기억력으로 인하여 실제 보고 들은 것 보다 과소하게 진술되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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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사령관] 사실이야 그건 나도 그 포로를 직접 봤기 때문에 대위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돼지 같이 미련하게 생긴 놈이야 대위 참모들에게도 그 병사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
[대위] 옛
(대위 무대 옆으로 나간다 참모들 주시한다 대위 들어오고 뒤이어 오 장군이 어마어마하게 호위 당하며 들어온다 대위 적당한 곳을 지정해 준다 오 장군은 하루사이에 겁에 아주 먹혀버려서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안정을 잃은 눈이 참모들을 퀭하니 바라본다)
(오 장군 일행이 나가자 사령관 일어선다)
[적사령관] 우리는 하마터면 적의 계략에 빠질 뻔했다 적은 그들의 전투력을 우리가 과소하게 평가하겠금 우리를 속였음이 분명하다 적은 우리가 그들을 과소 평가한 나머지 공격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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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방어진지 구축을 소홀히 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적은 우리를 유인 전투력을 소모시키고 적당한 시기에 일대 반격으로 전화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공격계획을 취소한다 각 단위 대는 즉시 현 위치에서의 방어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방어진지 구축에 전력할 것을 명령한다 이상
(참모들 기립한다 사령관 나간다 참모들 뒤따라 나가는데 암전)
[경] 13경 심문실
(어둠 속에서 오장군의 비명소리 때리는 소리 무대 밝아진다 오 장군이 거꾸로 매달려서 고문을 받고 있다 적군사령관이 들어온다 뒤에 참모A가 따라 들어온다)
[적사령관] 그쳐어! (모두 차려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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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내려놔
(오 장군 재빨리 내려진다 오 장군 그냥 맥없이 뻗어버린다)
[적사령관] (대위에게 다가가서 말채찍으로 마구 갈겨대고 나서) 쓰레기 같은 놈 넌 이 장교에 비하면 발곱에 때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어서 의자로 모셔
(대위 중사와 함께 오 장군을 재빨리 안아 일으켜서 의자에 앉힌다 그리고 양쪽에서 받쳐준다 긴 사이 기절했던 오 장군이 정신을 차린다 그것을 본 사령관이 손수 물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준다 오 장군 그것을 순하게 받아 마시더니 갑자기 엉엉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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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적사령관] --- 이제 연기는 그만 해 귀관의 임무는 끝났으니까 귀관 덕분에 적은 시간을 벌었고 우리 공격할 기회를 놓쳤네--- 귀관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에야 알았지--- 제발 이제 연기는 그만 하라니까--- 귀관의 진짜 계급은 뭐며 진짜 이름은 뭐지?---
(오 장군 더 크게 엉엉 소리를 낸다 그는 똑같은 질문에 너무 시달려 이젠 그냥 울음이 앞서는 것이다)
[적사령관] (또 한참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참모 A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 그에게서 무엇이던 알아내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여섯시 정각에 총살을 집행하도록 총살집행 때 사령부 전 장병을 집합시켜서 그에게 경의를 표하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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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A] 예 (퇴장한다)
(무대 그 상태에서 정리되고 총살대가 정열하고 들어온다 대위 중사와 더불어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오 장군을 부축해서 나무기둥에 갔다 세운다 헌병 장교 검은 수건으로 그의 눈을 가린다)
[헌병장교] ---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오장군] (하늘을 향해서) 엄마야--- 꽃분아--- (사이)
(헌병장교 사령관을 본다 사령관 그대로 집행하라고 눈짓)
[헌병장교] 사격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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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 (또다시 혼신의 힘으로) 엄마야아--- 꽃분아아---
[헌병장교] 사격
(일제 사격 오 장군 머리를 떨군다)
[적사령관] (참모A를 돌아보며) 그는 죽음까지도 연기로 장식했다 (흉내) 엄마야아 꽃분아아--- 아무리 무식한 시골뜨기라도 그보다 더 시골뜨기를 닮을 수는 없을 거야
(오 장군에게 경례를 한다 모두 그를 따른다)
(암전)
[경] 14경 들판(고향)
(영현 하사관이 유골 상자를 들고 서있다 그 앞에 엄마와 꽃분이와 먹쇠)
[페이지] 106
[엄마] 아니 그럼 우리 장군이가 이 속에 들어가 있단 말이오?
[영현] 예 오 장군 일등병 님의 영현은 적지에 있기 때문에 모실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일선에 나가기 전에 깎아 두었던 머리카락과 손톱과 발톱을 넣어 가지고 왔습니다. (하며 내민다)
[엄마] 뭐 뭐라구요? (하며 영현이 내민 유골 상자의 뚜껑을 떨어본다 --- 그 속을 들여다보며 잠시 후 그 자세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오 장군아 내 아들아아
[꽃분]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다가 배를 만지면서 곳곳이 선 채) 장군아아 우리 애기아빠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