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다.
그럼 굴러줘야지....
평소에 잔차를 같이 타던 하루형님과 서울 거창을 굴러 내려오기로 했다.
8월 2일 목요일 새벽 12시 30분
발통은 거창발 서울행 심야 버스에 잔차와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한다.
출발하자 마자 잠들었다가 휴게소에서 잠깐 깨고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완전히 잠을 깼다.
새벽 3시 40분경 남부터미널에서 쉬야를 하고
서울 시내를 굴러 강남 삼성을 통과해 코엑스에 도착했다.
지난 겨울에 왔을때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새벽 4시경에도 서울은 살아 있다. ㅎㅎ
코엑스 앞의 스타게이트? 조형물 앞에서 셀카를 한장 찍고
루브르 박물관 앞(ㅋㅋ)에서도 한장 찍은 후에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아침 간식을 먹었다.
우유와 삼각 김밥과 샌드위치.
이 편의점에서 일하던 미국에 살았던 나이 많고 재미있던 아줌마는
이제 일을 그만 두었는지 젊은 남자 알바가 근무중이었다.
발통은 영동 대교를 건너서 중랑천을 찾아갔다.
중랑천을 따라 올라가는데 비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결국엔 쏟아진다.
다리 아래 도로가에서 작은 종이 박스 하나를 깔고 20분 정도 앉아 있으니 비가 멎는다.
다시 중랑천을 따라 올라가다가 청계천을 따라 간다.
새벽에 비가 쏟아졌지만 간간히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대문 구청까지 올라간 발통은 근처의 막내 누나집에 찾아가서 문을 두드린다.
새벽 6시경이다. ㅋㅋㅋ
누나네 집에서 자다가 거창의 하루 형님이 전화를 해와서 잠시 깼다.
8시 20분 버스를 타셨으니 12시쯤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시리라.
다시 자다가 깨니 10시경이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남부 터미널로 향했다.
성수대교를 향해 곧장 굴러서 한강을 건넌 다음 역삼을 거쳐
남부터미널에 도착한 발통은 버스 하차장에서 하루 형님을 기다린다.
12시쯤에 하루 형님을 만난 발통은 근처 비싼 아파트 앞의 조형물에서
출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원래는 올팍 평화의 탑 앞에서 찍으려고 했지만 덥고 귀찮아서.....ㅎㅎ
우리는 잠시 예술의 전당을 둘러보고 경부선 옆으로 난 도로를 이용하여
과천으로 향했다.
과천으로 넘어가기 바로 전에 있는 식유촌에서 발통의 셋째 누나집에 들러
과일을 배불리? 먹고 의왕으로 향했다.
의왕의 백운호수 옆에 있는 맛있는 한식집에서 이 여행을 위한 몸보신?을
하려고 일부러 코스에 넣었다.
서울 대공원을 지나면서 잠시 길을 잘못 들었다가 의왕으로 향하면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서게 되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길을 가다보면 항상 원하는 길로 갈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튼 우리는 의왕으로 향했다.
터널을 만나서 테일 라이터를 켜고 한참을 가는데 경찰차가 따라 온다.
늘 그렇듯 간단한 추궁을 당하고^^; 우리는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자동차 전용 도로의 갓길을 따라서 얼마간 굴러 의왕의 백운 호수로
나오게 되었다.
호위를 마친 경찰차에게 경례를 붙이고 우리는 자형과 얼마전에 왔던
맛있는 한정식집을 굴러서 찾아왔으나 휴가를 가고 문을 닫아놓았다.
다행히 2호점이 있어 호수의 반대편으로 굴러와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 한다.
의왕을 지나 수원으로 향하는 길은 반 이상을 인도로 다녔다.
차들이 너무 많아서 도로가 너무 위험했다.
그래서 도로 싸이클로 수도권을 구른다는 건 정말 불편한 일이다.
공사중인 인도를 싸이클로 다닌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인라인도 마찬가지일테고......
우리는 수원에 도착하여 수원성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발통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리 찢기도 빼먹지 않았다.
수원서 용인을 넘어가는 길은 무척이나 덥고 힘들었다.
용인에는 고향 선배 형님인 능선형님이 있어서 능선형님에게 숙식을
제공받기 위해 용인 외국어대 근처까지 올라갔다.
가민 포어러너 101 gps에는 영어 J자가 거꾸로 그려졌다.
U자가 아니기 다행이다. ㅎㅎㅎ
능선형님이 일하는 곳에서 샤워를 하고 우리는 고급 중국집으로 갔다.
삭스핀과 여러 중국 요리를 배불리 먹고 근처 여관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 주행 30킬로 + 서울-과천-의왕-수원-용인 80킬로 = 110킬로
8월 3일 금요일 아침 7시경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여 능선형님과 작별을 했다.
주말에 거창에서 또 만날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용인을 벗어나 안성으로 가려고 했던 계획이
막다른 길로 들어가 몇 킬로 헤매고 나서는
그냥 1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평택으로 가는 1번 국도는 잘 닦여 있어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다.
하지만 터널을 지날때는 차들이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장난 아니게 무섭다.
2차선의 구도로가 어딘가에 있겠지만 그걸 일일이 찾아댕길 여유나 여력이 없다.
또 경찰차를 만나서 추궁당하더라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ㅋ
가다가 보이는 주유소에서 매점을 찾았지만 매점은 없었고 마음씨 좋은 주인이
언 생수병을 두개 주어서 시원하게 잘 마셨다.
그리고 평택 시내에 도착하여 시원한 패스트 푸드점에 들어가 팥빙수를 먹었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초코바와 우유를 두개씩 사서 팥빙수와 같이 먹고 나니
든든하여 구르기 좋았다.
평택 시내를 굴러가는데 해발 고도가 20m밖에 안 되었다.
바다와 접한 평택은 정말 낮다.
서울 남부 터미널 주위가 30-60m이고 거창 시내가 대략 200m 정도이다.
한동안 굴러서 천안에 도착한 우리는 천안 버스터미널 주위에 여러 조형물의
사진을 찍고 발통은 분수대에서 팔과 다리를 씻는다.
발통이 신은 고무신의 위력이 나타나는 순간이다.........ㅎㅎ
우리는 냉면집을 찾아서 자전차를 유리창 앞에 기대어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냉면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지 않아 밖에는 폭우가 쏟아진다.
냉면을 다 먹고 30분이 지나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버스로 다음 목적지인 대전까지 이동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다가
우리는 배낭을 다시 점검하여 포장하고 속도계와 gps, 핸드폰을
비닐로 쌌다. 헬멧 대신 창이 너른 모자를 쓰고 테일 라이터를 켰다.
드디어 빗속의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천안 시내를 벗어날때는 주로 인도로만 다녀야했다.
빗속을 구르는 차들이 가끔 물도 뿌려주었다.
빗속을 굴러서 굴러서 조치원으로 넘어가기 얼마전 우리는
복숭아를 먹기 위해 도로가 복숭아를 파는 곳에 잠시 멈췄다.
사먹으려고 했던 복숭아를 마음씨 좋은 아줌마는 그냥 먹고 가라고
4개를 주셨다. 잘 먹었다. 그리 맛있지는 않았지만....^^;
잠시 그쳤던 비는 다시 쏟아지고 우리는 비를 뚫고 조치원으로 넘어갔다.
다시 비가 그쳐 휴게소에서 하드를 사먹고 씻고 잠시 쉬었다.
자전거도 정비를 했다.
거꾸로 세운 자전거 프레임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브레이크를 점검하고 기름을 다시 바르고 보니
발통의 자전차 스프라켓이 풀려있다.
공구가 없기 때문에 2.5mm 육각 렌치를 대고서 돌멩이로 때려서 대충
죄어놓고 대전을 향해서 출발했다.
대전 시내에 들어선 우리는 1번 국도와 영영 이별하고
월드컵 경기장 앞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치킨집을 하나 찾아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젖었던 옷은 이미 다 말라 있었고 라이딩 후의 맥주 한잔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여관으로 들어선 우리는 자전거 두대를 여관방에 들여놓고
둘째날을 마감했다.
용인-평택-천안-조치원-대전 150킬로
8월 4일 토요일 아침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지금까지는 도로를 달리면서 해발 고도가 200m 넘는 곳이 없었다.
대전만 해도 50-60m 정도이다.
그러나 거창으로 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높이까지
패달질을 해야할지 알수가 없다.
거창과 무주의 경계인 신풍령(빼재)은 해발 고도가 900m 정도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대전 시내에서 김밥 한줄과 고구마 돈까스를 아침으로 먹고 나서
시내를 벗어나는데 한시간 이상이 걸린다.
시내가 워낙 넓고 인도와 신호등을 따라 천천히 가다보니 그런것이다.
시내를 벗어나다가 하루형님은 휴게소를 찾았다.
큰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런거라 발통은 바로 경찰서로 안내를 했다.
그곳에서 시원한 물과 시원한 공기로 휴식을 취하고(전날은 농협에서)
옥천으로 넘어갔다.
넘어가는 중에 솔로 라이더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영동 상주를 거쳐
경주로 간다고 한다.
그의 뒤를 살살 따라가는데 우리더러 먼저 가라고 한다.
심박수가 너무 올라간다면서........
그를 추월하여 옥천으로 넘어와 우리는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피로가 많이 쌓여서 사이좋게 낮잠을 10-20분 잘 자고 나니
몸이 많이 개운해졌다.
다시 출발하여 굴러가는데 작은 배낭에 모자를 쓰고 걷는듯이
뛰어가는 사람이 있다.
3일전에 임진각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가는 길이란다.
잔차보다 빠르다.......--;;;
옥천 시내를 지나서 이원면으로 가는 도로가에서 포도를 사먹었다.
포도를 한 접시 맛있게 먹고 이원에서 무주로 빠지는 길을 찾아가다가
다시 막다른 길을 만나서 조금 헤매다가 무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속도계와 gps를 비닐로 싸서 머리 묵는 고무줄을 풀어서 싸맨다.
머리 풀어헤친 발통.......ㅋㅋ
비는 계속 올락말락하다가 한두 차례 뿌리고 맑아졌다.
무주로 가는 길은 밤티재(260m)를 넘어서, 또 다른 높은 고개를
하나 더 넘어서야 갈수 있었다.
그러나 배가 너무 고파서 막걸리를 닮은 음료수 1.5 리터와 초코파이를
두개씩 먹은 다음에야 무주까지 굴러갈수 있었다.
드디어 무주 군청앞에 도착한 발통과 하루 형님은 기념 사진을 찍고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구한 다음 안내 직원에게 근처에 있는
좋은 식당을 안내받았다.
이 여행 최후의 만찬을 먹은 후에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트에
갔는데 주인은 휴가 갔는지 없고 대신 일하는 아줌마가 계산을 하는데
10만원권 수표를 받을수가 없단다.
할수없이 발통은 10만원권을 들고 근처 문구점에 가서 볼펜과 칼, 압정,
머리 묶는 고무줄 ㅎㅎ, 간이 세금 계산서, 핸드폰에 붙이는 스티커 등
8천원치를 산 후에야 만원권으로 교환할수 있었다.
식당에서 밥값을 계산하고 나서, 지도를 보고 신풍령이 아닌
무풍면에서 넘어가는 삼도봉과 삼봉산 사이 길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거리는 멀지만 조금이라도 낮은 길을 택한 것이다.
무풍의 고불고불한 길가의 냇가에는 많은 피서 인파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우리는 거창을 향해서 패달질을 했다.
가는 길에 나제 통문을 만나서 사진을 찍고 설천을 지나 무풍으로 굴러갔다.
또 한차례 소나기가 퍼붓고 다시 쫄딱 젖은 우리는 거창의 최북단 고제면 만당
(거창 사투리로서 정점)을 향해서 계속 올라갔다.
다행히 신풍령쪽보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지친 우리가 지나가는 트럭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마침내 경상남도 거창군이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고서
우리는 너무 행복한 나머지 또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도계교(경남 거창과 전북 무주의 경계에 있는 다리)를 지나 고제 만당에 이르러
gps를 보니 682m가 나온다.
이 곳은 남덕유에서 올라온 백두대간이 신풍령과 삼봉산을 지나 삼도봉과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지리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다.
이제 거창까지는 20여 킬로, 게다가 내리막이다.
682m에서 200m까지 그냥 내려간다. ^^
제주도 1100도로 만큼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의 고생을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이로서 2박 3일의 서울-거창 자전거 여행을 마친다.
대전-옥천-이원-무주 140km
서울-거창 총 이동 거리 400km
이 여행이 끝난 다음날 저녁에, 발통은 후배들과 싸이클을 타고 60km를 구른다.
미쳤거나 아님 짐승이거나............ㅎㅎ
첫댓글 후후후~~~ 서울에서 거창이라... 죽여주네요. 담에는 같이...
저도 뒤에 끼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