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망대 조성한 낙천정, 목재로 꾸민 마포종점 등
'토끼굴' 같던 나들목 50개 친환경 휴식공간으로 변신
강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한강변에 사는 시민들도 강으로 나가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으로 한강공원과 주거지역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에는 제방으로 가로막힌 한강과 마을을 잇기 위해 만든 동굴 형태의 구조물 50개가 있으나 투박한 콘크리트 벽면으로 되어 있고 어둡고 침침해 일명 '토끼굴'로 불리며 시민들의 활용도가 낮았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이들 지하 제방시설을 '나들목'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자연친화적 디자인을 적용해 시민들의 문화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 콘크리트 벽면 대신 나무와 석재,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을 접목하고 밝은 조명을 설치했으며, 인근에 전망데크와 쌈지공원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최근 한강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나들목을 따라 떠나는 한강 탐방 코스를 선정했다.
◆서빙고~성산나들목 10km: 하루 코스 자전거여행
자연을 한껏 즐기며 부담 없는 가족 단위 자전거 나들이를 떠나고 싶다면 서빙고~이촌~마포종점~마포~현석~성산나들목 코스가 좋다. 출발점은 중앙선 서빙고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자전거 2분 거리에 있는 서빙고나들목이다. 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나들목 주변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조선시대 때 얼음의 채취·보존·출납을 맡아보던 관아인 서빙고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서빙고나들목을 출발해 시원하게 닦인 자전거길을 따라 강변을 달리면 동작대교를 지나 이촌나들목이 보인다. 이촌나들목 주변에 있는 이촌한강공원은 넓고 푸른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가족 소풍 장소로 유명하다.
한강대교를 지나면 마포종점나들목이 보인다. 지난 7월 목재로 꾸민 나들목 주변에서는 조선시대 때 새우젓나루터로 유명했다는 마포나루터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닥분수와 벤치, 운동기구 등이 들어서 있는 마포나루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 현석나들목까지 가는 산책로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나무길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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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밭이 만들어져 가족 나들이하기에 좋은 이촌한강공원의 이촌나들목. 사진 아래 왼쪽은 벽에 그려진‘그래피티 아트’로 유명한 압구정나들목. 오른쪽은 성산나들목으로 강변에 나가면 월드컵분수와 자전거길을 볼 수 있다. /서울시 제공
나무로 시원하게 꾸며진 현석나들목을 지나 조금만 달리다 보면 성산나들목이 보인다. 성산나들목 앞에는 시원하게 솟구쳐 오르는 월드컵 분수가 장관이다. 목조 통로와 잔디밭을 지나 성산나들목을 나가면 인근 월드컵공원 내 하늘·노을공원에 들러 은빛 물결이 흐르는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이 인근에 있다.
◆구암~행주나들목 6km: 자연과 역사 살아 숨 쉬는 곳
구암~행주나들목 구간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자전거 3분(1㎞) 거리에 제주도 현무암으로 조성된 구암나들목이 시작점이다. 자전거를 타고 20여분을 달리다 보면 강서습지생태공원에 다다른다.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생태의 보고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다. 구암나들목을 통해 마을로 나오면 구암나루공원을 비롯, 허준박물관→양천향교→겸재정선기념관으로 이어지는 1.5㎞ 역사 여행 코스가 나온다. 인근 양천고성터와 소악루는 겸재 정선이 현감 재직 시절 한강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 소악루로부터 난지도, 인왕산, 북한산까지 내다보인다.
◆강변~낙천정나들목 1.3㎞: 고품격 전망 명소
지하철 2호선 강변역 4번 출구에서 나와 한양아파트 방향으로 10분 걸으면 지난 7월 목조형 통로로 새로 단장한 강변나들목이 나온다. 한강변으로 나서면 털이 가지런한 범꼬리처럼 긴 꽃대 끝에 보송한 꽃이 피어 있는 '꽃범의 꼬리'가 나들이객들을 반긴다. 낙천정나들목까지는 곳곳에 버드나무 그늘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한강의 명품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낙천정나들목 출구를 빠져나가면 대마도를 평정하고 돌아온 이종무 장군을 환영하고 상을 내렸다는 세종대왕 이야기가 전해오는 '낙천정'이 나온다.
◆압구정~청담나들목 2.5㎞: 그래피티아트 성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내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쇼핑을 즐긴 후 10분만 걸으면 압구정나들목이 보인다. 나들목에 들어서면 '그래피티아트(Graffity Art·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가 먼저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 그래피티아트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그래피티 아트의 명예의 전당으로 불린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이곳을 '압구리'(압구정굴다리)라고 부르며 2000년대부터 나들목 벽면을 채워나갔다. 초창기에는 민원으로 지워지기도 했지만 차츰 예술로 인정받아 나들목의 상징적 이미지가 됐다.
압구정나들목을 통과해 한강에 들어서면 물억새와 갈대가 절정을 이뤄 은백색 꽃송이를 뽐내고 있다.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를 배경으로 강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숲을 거닐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영동대교 쪽으로 2시간쯤 가면 청담나들목이다. 계단을 따라 나들목에 올라가면 한강 전망이 좋다. 청담나들목에서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은 걸어서 6분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