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물이 참 많이 납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사람 없는 곳에서는 울고 두 얼굴로 사는 오늘입니다. 남편이 불쌍해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수술 전 이틀 굶고 수술 후 나흘 째 굶고 있습니다. 가스가 늦게 나온 데다 장운동이 좋지 않아 오늘도 물만 조금 먹었을 뿐입니다. 수액과 영양제를 맞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일단 입으로 맛을 느끼며 뭔가 먹어야 사는데 계속 굶고 있는 남편을 보니까 가슴이 쓰라립니다. 수술 부위도 아직 아물지 않아 아프고 속도 쓰리고 몸속 장기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자꾸 통증이 오고 시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제 그제까지만 해도 일찍 발견하여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음 하나로 감사하면서 이 정도 시련은 견뎌내야 하기에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너무 기력이 쇠해 있는 남편을 보는 오늘은 나도 지쳐 힘이 들면서 계속 눈물이 납니다. 병원 그 좁고 기다랗고 딱딱한 보조 침대에서 사흘을 잤더니 잠도 잔 것 같지 않고 목이 다시 아파서 오늘은 내일 출근을 위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늦은 시간인데도 경락 마시지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나를 잘 아는 김미숙 자매가 경락을 하면서 목이 많이 굳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경락마사지를 받고 나니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눈물 골짜기를 지나면서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를 수도 없이 불러 보았습니다. 지쳐 있는 나에게 힘을 달라고 이 시련의 골짜기를 잘 견디게 해달라고 아니 너무 힘들다고 너무 지친다고 그냥 솔직히 내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하나님 아빠가 당신의 딸인 나를 사랑하시니까 너무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부르짖고 다녔습니다. 어제 밤은 아들 성근이 병원에서 자고 나는 오늘 1부 예배를 드리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남편이 내가 없는 사이 굉장히 힘들었나 봅니다. 가스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배가 막 불러오면서 아팠다고 합니다. 장이 어디선가 막혀 문제가 생겼는데 의사의 조치로 부은 배가 가라앉으면서 새벽에 가스가 나왔다 합니다.
너무 시달리고 먹지 못한 고통 때문에 남편의 기운이 쇠할 대로 쇠해서 보는 내가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도 지쳐 있는데 도울 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돌아서면 눈물만 납니다. 힘이 드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병원 복도를 걸어갈 때에도 내일 먹으라고 죽 사러 갈 때에도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도 덕소역에 내려서도 자꾸만 마음이 아프고 서글퍼서 눈물이 났습니다. 먹지 못하고 아파하는 남편이 너무 측은하고 불쌍합니다. 나는 남편을 보호할 여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남자의 보호와 배려를 받으며 살아야 꽃처럼 피어나는데 남편이 아프니까 살아갈 힘이 나지를 않습니다.
오늘도 교회에서 학교에서 형제자매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분들 앞에서는 늘 웃습니다. 웃을 수밖에 없고 웃어야지 우울하게 있으면 뭐가 좋겠습니까. 나도 남편도 지쳐 있으니까 손님들 많이 오시는 것도 이제 힘이 듭니다. 처음에는 누가 안 오나 했는데 이제는 그냥 시간만 나면 누워 쉽니다. 사람이 지치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들 가시고 나면 둘이 앉아서 마주 보며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다 누워 쉽니다. 남편은 내 체질을 알기에 이렇게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나를 측은히 여기고 나는 병상에 누워 아직 아무 것도 못 먹고 있는 남편이 측은해 눈물이 납니다. 마음이 몹시도 아픕니다.
내일부터는 미음과 죽을 먹을 수 있으니까 어서 먹고 나으라고 본죽 집에서 전복죽을 사다 놓으며 내일 데워서 먹으라고 그리고 이거 먹고 다 나으라고 어서 일어나라고 내가 도무지 살지를 못하겠노라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눈물골짜기를 지나면서 오늘 새벽 예봉중 교가 가사를 시로 지어 보았습니다. “산을 향하여 눈을 들어서 /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이끄는 / 예봉의 별과 같이 빛나는 / 진리의 광채가 깃든 꿈의 교정 / 서로 사랑하며 서로 돕고 / 선한 데 지혜로운 생명의 샘 / 연두빛 새순처럼 새벽 이슬처럼 / 곱고 싱그럽게 자라나는 예봉 꿈나무” 진주처럼 고통 가운데서 나온 시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의 마음을 위로하심으로 경락마사지 하는 김미숙 자매가 이번 주 교회 나온다고 합니다.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2008.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