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스쿨'에 실린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정신과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최근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이나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문제 등을 접하면서 주변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자기표현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을 예전에는 순하고 얌전하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보다 강한 아이가 오면 쉽게 양보를 하고 자기 주장을 펼치지 못해 오히려 부모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보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우선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체질적으로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하는 아이의 경우이다. 이들은 갓난아이 때부터 잘 놀라고 낯가림이 심하고 낯선 상황에서 쉽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적 연구들에 의하면 새로운 자극에 불안을 많이 느껴 쉽게 위축되고 수줍어하는 일부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조금만 놀라도 심박동이 빨라지고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고 한다. 또한 자라서도 불안장애, 대인공포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특히 이런 성향은 유전적인 면도 있어 아동의 부모들 역시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둘째, 어려서부터 자신감을 잃게 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은 아이들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형제들 중 다른 아이만 편애하거나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많이 하거나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등 환경적인 문제들이 흔한 원인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은 불행한 아이, 별 볼 일이 없는 아이, 야단맞는 아이라고 생각해 자신감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너무 어려서부터 학습을 과도하게 시키느라 엄마가 다그친 경우도 자신감을 조기에 박탈하는 부분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신감이 없다고 나무라거나 활달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키는 방법은 오히려 더욱 아이들을 위축시킨다. 이때는 먼저 아이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즉 자주 칭찬을 하고 가급적 야단을 치지 않으면 아이는 서서히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간혹 이 과정에서 아이가 초기에 자신감을 조금씩 찾게 되면 지나칠 만큼 고집을 부리고 반항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호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즉 평생 억눌려서 자기주장을 잘 못하다가 처음으로 자기표현을 하게 되니까 방법이 미숙한 것이다. 이럴 경우 간혹 부모들은 예의가 너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예의범절은 자신감을 찾은 다음에 가르치면 된다.
사춘기 이전에는 위에서 소개한 방법들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성장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지 너무 오래되면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냥 방치하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대인관계를 회피하여 많은 부적응의 문제를 보이게 되며 원인에 따라 그에 맞는 전문적 개입이 들어가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나 주변 어른들의 적극적 자세가 중요하다.
위 글에서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청소년기 이후 사회범죄에까지 이르게 하는 개인의 정신적 성향은 단순히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체계화된 전문적인 치료과정을 통해서만이 그 증상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의 현실은 조기 정신장애 진단 프로그램과 특수교육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그러한 행동을 발견하더라도 정신과적 질환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그 진단이나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저출산시대와 가족이기주의, 학력위주의 학교교육 속에서 인성교육은 점차 취약해져 가고 있다. 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남과 같이 공존하는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적절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