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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濟와 民族主義
東北亞 「허브論」에 붙여 ― 李 大 根(成大 經濟學部)
...............................................................................................................................................엘리트 글쓰기 논술 교실
1. 問題의 提起 - 經濟냐, 民族이냐?
최근 우리 사회는 두 편으로 갈라지면서 서로 對立角을 곤두세우고 있다. 左와 右로, 保守와 進步로, 2030세대와 5060세대로, 改革세력 대 守舊(反改革)세력으로, 南北共助세력 대 韓美共助세력 등으로의 편가르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좀 색다른 시각에서 편가르기를 해보고자 한다. ‘經濟’와 ‘民族’, 또는 ‘經濟主義’와 ‘民族主義’로의 편가르기가 그것이다. 아직 필자로서도 깊이 생각한 바는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經濟-民族이란 양자간 對立構圖를 설정해 놓고 얘기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盧武鉉 정부 등장 이후, 우리 사회는 지금 그야말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두 가지 問題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經濟問題’와 ‘南北關係’를 들고자 한다. 최근 들어 흔히 누구의 입에서나 ‘무조건 經濟를 살려야 한다’ 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前者의 경제문제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바이고, 그런가 하면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北核문제만은 풀어야 한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라는 목소리 역시 흔히 듣게 되는데, 이는 後者의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反美運動과 韓美관계, 교육개혁과 ‘全敎組’문제, ‘새만금’사업과 환경문제, 재벌개혁과 勞使관계 심지어 政界改編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難題를 열거할 수 있겠으나, 이들은 크게 보아 위의 經濟問題와 民族問題란 두 가지보다는 아무래도 優先順位가 낮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어느 정도는 이 두 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이 經濟問題와 民族問題가 어떠한 논리적 脈絡 속에서 상호 대립, 갈등의 矛盾構造를 형성시키고 있는가, 그리고 이 두 가지 對立構圖 속에서 사람들은 ‘保守’와 ‘進步’로 갈라져, 서로 상대방에 대한 不信과 어떤 시대적 危機意識까지 느끼게 되는가에 대하여 疏略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한가지 덧붙여 놓을 것은 최근 들어 우리 주위에 떠도는 소위 ‘東北亞 허브論’이란 말과 관련해서이다. ‘허브(hub)'란 말은 원래 ‘中心’ 또는 ‘中樞’의 뜻으로 쓰이지만, 지난 대통령직 引受委員會(經濟) 측에서 새 政府의 長期 발전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韓國을 東北亞의 中心(中樞)國家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고, 이것이 中國측의 心氣를 건드렸다는 소문과 함께, 政府는 ‘中心國家’를 ‘中心經濟’로 표현을 바꾸기로 하였다는 소문도 있지만, 아무튼 이 ‘東北亞 허브論’을 염두에 두고 本 論議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2. 오늘의 世界經濟 潮流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오늘의 世界(내지 世界經濟) 추세는 크게 보아 두 가지 흐름으로 갈라볼 수 있다. 하나는 美國과 그리고 國際機構(IMF, WTO 등) 측에서 주도하는 ‘世界化’(글로벌化, globalization)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각 지역별로 經濟協力을 위해 결성된 지역협력체(共同體)가 주도하는 ‘地域化’(리져널化, regionalization) 현상이 그것이다.
(※ 參考 : 이밖에 세계경제의 ‘民族化’(nationalization) 현상도 들 수 있겠지만, 이는 80년 대 말 東歐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 유고슬라비아의 분리 등 에서 보는 것처럼 民族을 단위로 經濟가 다시 분열하는 현상을 가리키지만, 이는 어디까 지나 一時的, 例外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앞의 世界化(글로벌化) 현상이란 반드시 경제적 의미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일단 美國 중심의 新自由主義(Neo-liberalism) 내지 自由貿易主義 사상에 기초하는 것으로, 전후 IMF-GATT體制(1995년 이후 WTO新體制)하에서 세계적 규모의 다국적기업(MNC)을 앞세워 각 국의 國境을 트고 市場을 개방하여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케 하여 世界를 하나의 經濟圈(市場圈)으로 만들고자 하는 현상으로 일단 풀이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후자의 地域化란 이상의 미국 주도의 世界化 戰略과는 달리 우선 역사적, 문화적으로 共通點을 지니는 가까운 이웃 나라끼리 먼저 市場統合을 행하자는 입장이다. 전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베네룩스3國 등 유럽 大陸國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이 현상은 이미 1950년대 ‘유럽經濟共同體(EEC)' 결성으로 현실화된 바 있다. EEC는 당초 共同市場으로 출발하여 점차 EC(유럽공동체) →EU(유럽연합) 등으로 확대,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고, 오늘날에는 ‘유로(Euro)'라고 하는 域內 單一 通貨를 만들어 通用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地域統合化 현상은 물론 EU만이 아니라, 東南亞 지역에서의 ASEAN이나 北美의 NAFTA, 南美의 MERCOSUR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 두 가지 세계경제 潮流 가운데, 그러면 韓國을 포함하는 東北亞 지역은 지금 어떤 물결을 타고 있는가. 이 점이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의 領域을 東北亞만이 아니라 東南亞 지역까지를 함께 포함하는 소위 ‘東아시아’ 범주로 넓혀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로선 東北亞 지역만으로는 이 문제와 관련한 어떤 특징적 흐름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東아시아를 대상으로 할 때, 우리는 대체로 지금 3가지 地域經濟統合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 90년대부터 美國, 캐나다 및 호주, 뉴질랜드 등 太平洋 나라와 이 東아시아 제국을 한데 묶는 무려 21개 國이 참가한 ‘아시아-太平洋經濟協力體'(APEC)를 들 수 있고, 둘째는 東南亞國家聯合(ASEAN)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東아시아 나라와 유럽연합(EU, 15國)을 한데 묶는 ‘아시아-유럽會議’(ASEM), 그리고 셋째로는 東南亞의 ASEAN 10國과 東北亞의 韓-中-日 3國을 한데 묶는 이른바 ‘ASEAN(10)+3會議’라고 하는 세 가지 흐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APEC의 경우는 美國 주도의 世界化(글로벌化) 전략에 버금가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치는 것으로, 이것을 가지고 東아시아 域內 地域化(리져널化) 현상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둘째의 ASEM의 경우 역시 美國 주도의 APEC에 대항하기 위한 일종의 유럽측 對應戰略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역시 순수한 東아시아 입장에서의 地域化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셋째의 ASEAN(10)+3會議만이 일종의 域內 지역공동체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東南亞 지역만의 協力體制(ASEAN, 1967년 설립)에 한계를 깨달은 이들 지역이 지난 1997년 ASEAN 創立 30周年을 기념하여 韓-中-日 3국 頂上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한 이후부터 ASEAN會議는 이 ASEAN+3會議로 확대되었고, 나아가 이는 域內 頂上會議로 定例化되기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이 ASEAN+3會議는 따지고 보면 지난날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수상이 제창한 바 있는 EAEC(東아시아경제협의체) 構想의 後身格과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東아시아 나라들은 美國이나 유럽(EU) 등 서구와의 관계를 떠나 그들 자신만의 경제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 참고 : EAEC(東아시아경제협의체) 構想은 지난 90년대 초 미국 주도의 APEC(아시아 -太平洋경제협력체)에 반대하여,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국이나 호주 등 太平洋 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나라들만의 경제협력체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여기에는 域內 先 進國인 日本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였으나, 日本이 對美관계를 앞세워 이를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東南亞의 이러한 분위기는 유럽과는 ASEM, 韓-中-日 과의 ASEAN+3회의을 만들게 하였으며, 또 1997년 금융위기 때는 말레이시아가 IMF 資 金 지원을 거절하고 독자적 해결의 길을 걷게 한 배경으로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東北亞 지역에서의 경제협력체 論議는 일단 기존의 이 ASEAN+3 體制와의 관련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선 대상 지역을 東北亞만이 아니라 東南亞까지를 함께 묶는 廣義의 東아시아 協力體로 할 것인가, 아니면 東北亞 지역만의 狹義의 지역협력체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先決課題로 중요하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3. 韓-中-日 3國의 位相
여기서 만약 東南亞 지역까지를 묶는 廣義의 협력체 구상이라면 결국 기존의 ASEAN+3體制에다 역내의 대만이나 몽골 또는 러시아 極東지역까지를 추가 가입시키면서 더욱 확대, 발전하는 길이 될 것이며, 만약 狹義의 경우라면 이와는 별도로 韓-中-日 3국이 중심이 되어 어떤 형태로든 經濟協力體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韓國의 새 정부가 제창하고 있는 ‘東北亞 중심 國家(經濟)論’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마지막의 東北亞지역만의 협력체 구상에 대해서만 간략히 검토해 보기로 한다.
먼저 東北亞 경제협력체 결성을 위한 몇 가지 요구되는 前提條件부터 따져보기로 하자. 이는 크게 경제적 측면과 非경제적 측면으로 갈라서 살펴볼 수 있다.
經濟的 條件 측면부터 보면, 韓-中-日 3국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기 産業構造나 貿易構造면에서 상호 補完性이 높아야 하고 또 현실적인 경제적 依存度도 상당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 이 점에서 3國간에는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中國經濟 개방 이후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매우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구조적 補完性면에서 기술적으로 日本은 尖端技術 분야에, 韓國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製造技術 분야에 그리고 中國은 消費財 및 農業 분야 기술에서 상호 보완적일 수 있고, 둘째 상호 依存度면에서는 지금 貿易이나 直接投資 내지 人的交流(관광) 등 여러 측면에서 날이 갈수록 크게 증대되고 있음은 目前의 현상 그대로이다. 다만 中國經濟의 浮上과 함께 3국간의 그간의 位相이 상당히 바뀌어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日本은 對中 수입 급증으로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가 쌓이고, 韓國은 對中 수출 급증으로 무역흑자가 쌓이며, 그리고 韓國은 중국에 대해서는 黑字이지만 日本에 대해 赤字로 되어 이들 3국간에 일단 어느 정도의 收支均衡條件은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가운데, 3國 상호간의 依存度면에서는 아무래도 韓國이 가장 높은 편이고, 그러한 면에서 域內 協力體 결성에 있어서도 한국이 가장 절실한 입장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참고 : 2002년 중 3國의 무역동향을 보면, 일본은 對美 黑字 624억 달러, 對韓 黑字 126억 달러로, 對中 赤字 223억 달러를 충당한 셈이고, 中國은 對美 黑字 827억달러, 對日 黑字 65억 달러로 對韓 赤字 112억 달러를 커버한 셈이며, 韓國은 對美 黑字 89억 달러, 對中 黑字 58억 달러로 對日 赤字 166억달러를 커버한 셈임. 반면 美國은 이상 3국 에 대한 貿易收支가 모두 赤字를 시현하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日本에게 있어서는 美國이나 유럽, 그리고 東南亞 등 域外의 지역이 域內의 東北亞 지역보다 결코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고, 이런 면에서 지금 日本은 스스로 東아시아의 나라 또는 東北亞의 一員으로 행세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中國은 지리적 조건으로 보나 또한 海外 華僑/華人을 통한 東南亞 경제와의 특수 관계로 보나 스스로 東北亞의 일원으로만 간주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日本은 太平洋의 나라이기를, 中國은 아시아 전체의 나라이기를 바라는 입장임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다음 非經濟的 조건에서는 또한 다음 두 가지를 중요하게 들 수 있다. 하나는 3國간에 역사적으로 얽힌 民族的 감정의 골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문제이고, 그 둘은 지리적으로 東北亞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北韓의 存在, 곧 ‘北核’문제와 韓半島 긴장관계나 그들의 體制 및 改革開放과 관련한 문제이다.
前者의 경우, 韓, 中 양국의 反日 民族主義 感情 문제인데, 필자가 보기로는 이는 中國보다도 韓國 쪽에서 더욱 심각한 것 같다. 한국의 경우, 지금처럼 反日 민족감정의 골이 깊은 한, 또는 자라나는 다음 世代에게까지 철저한 反日 민족교육을 계속시키는 한, 일본을 포함하는 東北亞 협력체 결성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 北韓이 또한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계획적 閉鎖經濟로부터 自由市場經濟體制로 넘어오는 改革/開放化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 한,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의 經濟協力體 결성은 또한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할 것이다.
4. 東北亞 經濟協力體의 가능성
이상의 경제적, 非경제적 前提條件에 비춰볼 때, 東北亞 3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협력체 건설의 가능성은 적어도 가까운 시일내에는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域內 大國인 日本과 中國이 이의 결성 필요성을 그렇게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고, 또한 양국이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로서보다도 경쟁관계로 더욱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東아시아 지역에서의 새 域內 通貨圈 결성 구상, 소위 ‘아시아通貨基金’(AMF) 創設의 요구가 제기되었을 때, 日本은 거기에 적극 찬성하는 편이었으나 中國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 아마도 그것은 어느 나라 通貨를 基軸通貨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분명 日本은 강한 經濟/金融力을 바탕으로 엔(¥)을 基軸通貨로 삼고자 할 것이나, 中國측은 거기에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東北亞 내에서의 日本과 中國의 관계를 마치 유럽(EU)에서의 프랑스와 독일 관계처럼 협조적 관계로 이해하기에는 현재로서는 곤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韓-中-日 3國 가운데, 결국 東北亞 경제협력체 결성의 필요성은 한국측에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韓國經濟의 循環構造의 전환과 관련하여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금까지의 韓國經濟 高度成長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입장으로 이른바 ‘太平洋 成長의 3角貿易構造’論이란 것이 있다. 太平洋을 사이에 두고 韓-美-日 3國간에, 이를테면 韓國은 먼저 資本財와 原資材-部品 등을 주로 일본으로부터 수입하여, 국내의 값싼 勞動力을 이용하여 주로 組立-加工 工程을 거쳐 完製品(消費財)으로 만들어, 주로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소위 3角貿易 형태가 발전함으로써 비로소 韓國의 高度成長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하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60년대 이후의 한국 高度成長과정은 供給측면에서는 日本의 역할이, 需要측면에서는 美國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韓國 사람들은 이 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太平洋 성장의 3角(트라이앵글)구조가 90년대 들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中國經濟의 浮上과 더불어, 그것은 한국경제의 循環構造를 從前의 對美의존관계로부터 급속하게 對中관계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는 90년대 들어 (구)소련, 中國 등 사회주의권의 解氷과 함께 韓國 역사발전의 방향이 종전의 海洋지향적인 길로부터 점차 大陸지향적인 길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韓國의 美國에 대한 貿易이나 投資 비중은 최근 들어 급속히 저하하고, 그 대신 對中國 의존도(여기에는 東南亞 제국에 대한 것 포함)는 놀랄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對中관계를 반영하여 韓國의 日本에 대한 輸出入 依存度 역시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 참고 : 1990년의 한국의 對美 수출 쉐어는 29.8%, 對日쉐어는 19.4%, 對中쉐어는 무시 할 정도였으나, 2002년에 와서는 對美 20.2%, 對日 11.9%, 對中 14,6%로 바뀌고, 수입의 경우도 1995년에 對美 24.3%, 對日 26.6%가 2002년에는 각각 15.1% 및 19.6%로 줄어들 고, 그 대신 對中쉐어는 2002년에 무려 11.4%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또한 海外投資 에 있어서도 2002년에는 中國이 美國을 제치고 韓國 제일의 투자대상국으로 올라섰다. 同年 중 對中投資는 874백만 달러, 對美投資는 529백만 달러였다.).
이러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변화가 최근 한국내의 反美운동을 격화시키고 있는 물질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무튼 이상의 太平洋 成長의 트라이앵글 구조의 쇠퇴가 바로 韓國으로 하여금 새로운 成長 패러다임의 모색으로 또한 그것은 나아가 東北亞 協力體 결성의 요구로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盧武鉉 정부의 ‘東北亞 허브論’이나 이미 지난 金泳三 정부 때부터 韓國이 앞장서 제기한 韓-中-日간의 東北亞 렵력관계 摸索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할 것이다.
5. 經濟냐, 民族이냐의 선택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 우리는 당면의 양대 시대적 課題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을 택해야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APEC나 ASEM에 대해서는 일단 論外로 하더라도, 최소한 經濟를 東北亞의 일원으로 하여 域內 協力體라도 만들려는 요량이라면, 지금과 같은 격렬한 反日이든, 反美든(또는 反中이든) 간에 폐쇄적 民族主義로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고 하는 사실을 일단 강조해두고자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反日 民族主義 감정을 앞세우고 어떻게 日本을 포함하는 우호적인 東北亞 經濟協力體를 만들 수 있겠는가. 또한 지금과 같은 反美 정서 속에서 어떻게 미국이 주도하는 APEC 일원으로 발전할 수 있겠는가.
民族主義란 원래 外勢를 배격하고 民族 내부의 力量을 모아 民族國家도 건설하고 國民經濟도 건설코자 하는 理念이다. 여기에는 日本이든 美國이든 다같이 배격대상으로서의 外勢이다. 민족주의 입장이라면 의당 日本이든 美國이든 배척해야 하고 오로지 ‘親北’ 노선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의 傳統的인 民族主義는 이 점에서 그러하지를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철저한 反日이면서 다른 편으로는 철저한 親美 입장이었으니, 전혀 앞뒤가 안 맞는 ‘似而非 民族主義’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民族主義를 내거는 한, 그것이 反日이든 反美든 經濟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의 제2항에서 언급한 바이지만 오늘의 世界經濟는 이미 民族主義 이념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韓國經濟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그러한 단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輸出이나 海外投資면에서의 韓國經濟의 높은 海外依存度를 떠나서라도, 현재 韓國 證券市場에서의 外國人 投資家의 영향력이나 또는 韓國의 대표적 기업이라 할 三星電子를 비롯, SK텔레콤, 포항제철, 外換銀行, 第一銀行 등의 內-外國人간 株主 구성을 통해서도 그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 참고 : 2002년말 현재, 證券市場 上場企業 時價총액 중 外國人 所有비율은 99년말의 18.5%에서 32.8%로 급증하고(그밖에 機關投資家 21.8%, 法人 19.8%, 個人 25.6%), 또 上 場企業 上位 6개 社의 外國人 持分을 보면, 삼성전자 53.9%, SK텔레콤 39.2%, KT 41.7%, 國民銀行 69.8%, 한국전력 25.0%, POSCO 61.6%에 달하고 있다).
이런 비유적인 표현이 있다. 사람의 學問的 專攻에 따라 그 사람의 理念이랄까 世界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人文學(文-史-哲, 예술 등) 쪽은 대체로 ‘地方主義'(localism)를, 政治-外交-軍事 쪽은 '民族(國家)主義'(nationalism)를, 經濟-經營 쪽은 ‘地域主義’(regionalism)를, 自然科學(科學, 技術 등)은 ‘世界主義'(globalism)를 각각 지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갓 우스개 소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오늘의 韓國 현실과 결부시켜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일이기도 하다.
예컨대, 오늘의 韓國 人文學은 그 이름부터 ‘國史’, ‘國語’, ‘國文學’, ‘國樂’ 하는 식으로 이름붙이고 있다. 너무나 學問的 客觀性을 결여한, 또는 民族主義를 넘은 國家主義的 표현이라고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政治 분야에 있어서도 地域政黨構造를 기초로 한 선거풍토가 판치고 있으니, 이 역시 아직 民族主義 단계에도 못 미치는 겨우 地方(地緣)主義에 머물고 있는 꼴이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政府든 言論이든, 심지어 대학교수까지도 말끝마다 ‘우리나라’, ‘우리經濟’, ‘우리企業’, ‘우리銀行’(이는 진짜 어떤 ‘市中銀行’ 이름이다) 등으로 부르고 있지 않는가. 이런 자기만 살자는 식의 利己的(自己中心的) 표현을 즐겨 쓰는 한, 지금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있는 갖가지 集團利己主義, ‘님비’현상, 脫法的인 NGO運動(市民/宗敎운동)이나 正道를 벗어난 勞動運動 등 우리 사회의 잘못된 風土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韓國이 이처럼 시대에 걸맞지 않는 민족주의 屬性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일찍이 異民族 - 그것도 같은 東洋의 日本이라는 나라 - 에 의한 植民地化와 그리고 解放과 동시에 곧장 南北으로 분단된 비극, 지금도 世界에서 유일하게 分斷國家로 남아있는 현실 등 충분히 그럴 법도 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관건은 이러한 현실의 民族的 矛盾관계를 자체내의 民族的 力量만으로 과연 풀 수 있겠는가 하는데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필자의 생각은 이러하다. 첫째로, 당초 分斷의 責任이 국내 左-右派의 대립에도 있었겠지만 전후 美-소간의 냉전체제 구축과정에도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分斷의 극복 자체도 민족 내부의 大同團結만으로는 어렵고 결국 국제적 共調체제하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둘째로, 분단체제의 극복은 곧 民族統一을 의미할진데, 統一에 대한 뚜렷한 體制的 方案 제시도 없이 무턱대고 外勢 배격, 民族和合만을 내세우는 것은 어떤 의미를 찾기 이전에 오히려 그 底意가 의심스러울 뿐이라는 점이다. 셋째로는 국제적 여건을 무시한 채 무조건 民族和合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이미 높은 단계로 國際化된 韓國經濟의 흐름에 직, 간접으로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目前의 ‘北核’문제 등을 놓고 北韓政權과 北韓人民의 개념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民族, 民族만을 내세운다면,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민족이며, 나아가 그것이 韓國에 진출해 있는 또는 한국과 거래하는 外國企業(資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명약관화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 세 번째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본인이 굳이 經濟와 民族을 對立的 構圖로 설정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전개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民族和合을 앞세우고 親北的 民族主義 노선으로 나가는 한, 그것은 國際化/世界化 노선을 지향하는 經濟의 요구와는 正面으로 대립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함을 강조해둔다. (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