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오대산 선재길을 걸었다
평탄한 흙길을 맨발로 걷다가 걷기명상을 했다 오랜만에 하려니 다시 몸이 기우뚱거린다
호흡과 엇박자로 발이 떨어진다
느림보도 너무 느림보라 길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꽤 긴 거리를 맨발로 걸었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왔을 때 발바닥이 욱신거리는 것이 긴 산행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신발에 익숙해서 그동안 발의 수고를 몰랐다
움직이는 모든 행위에 발이 따른다는 너무나 당연한 일에 감사했다
선재길에서 만난 오대산 지정암,
한적한 산사에서 만트라 명상을 했다
만트라 명상은 가장 집중이 잘되지만 식구들이 있는 집에서도 감히 하기 어렵다
오우음 소리를 내자니 새들이 덩달아 소리 높여 울어댄다
깊은 어둠으로 파고드는 새소리,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힌다
친구는 만트라 명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했다 깊이 집중했던 모양이다
아는 바 없지만, 처음엔 오래 명상하지 말라는 이정현 샘의 말을 전했다 명상을 하는 이유가 체험하기 위한 것으로 변질될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전한 것이다
그날 저녁, 친구와 함께 바디스캔을 했다
하루종일 걸어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머리에서 다리로 내려오기도 전에 잠에 들었고, 다음 날 개운하게 잠에서 깼다
여행 기간 동안 명상을 짬짬이하면서 내 몸이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각이 나를 낚아챈다는 걸 알아챘다 정말이지 끝도 없이 재잘댔다 게다가 뜬금없이 맥락도 없는 소리를 해서 깜짝깜짝 놀랐다
나를 자꾸 가두려드는 생각을 밀어내는 일, 어쩌면 그게 명상이 아닐까 싶었다
첫댓글 우선 축하드립니다. 명상으로 가는 길에 도반이 있다는 것은 50프로 다달은 거와 다름없다 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던 오대산 선재길이 저도 마음으로 그려집니다. 사실 맛이 좋으면 자꾸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능일테지만, 맛있더도 그만 할 수 있는 힘이 알아차림입니다. 친구에게 좋은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으니 충분합니다. 생각으로 부터 도망치는 것은 알아차림 하는 순간이지요. '아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