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달동네도 관광자원으로… 창의상품 개발 1번지
[창조관광 코리안 루트] 역사-문화-쇼핑의 도시 부산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가 된 부산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의 가게였던 ‘꽃분이네’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렸다. 이제 더이상 국제시장은 광복 후 일제가 남긴 전시물품을 사고팔던 ‘도떼기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 전후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찾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리안 루트 1번으로 선정된 부산은 기존 자원들을 재발견해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창조관광의 모범사례다. 한국 개항지로서 제조업과 먹을거리 트렌드가 시작된 부산은 낡고 오래된 것을 재발견해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창조관광의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부산에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한다. 해변가 입지와 쇼핑 천국이라는 점에서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과도 닮았다. 올해 3월 부산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서며 부산의 경제와 문화, 역사를 망라한 ‘창조관광 도시’로서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달동네와 바다경관으로 이룬 ‘창조관광’
매일 정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도개교(跳開橋)인 영도대교에서는 다리 끝 부분이 올라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낮 12시 전에 사이렌이 울리면 영도대교를 지나던 차량들이 멈춰 서고 다리 주변으로 인파가 몰린다.
하루 한 번 10분간 진행되는 이 도개식을 한눈에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부산 중구 중앙대로(광복동)에 2010년 문을 연 롯데타운의 옥상 야외공원이다. 롯데 측은 13층 옥상에서 보이는 영도대교 전망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카페와 동물원을 만들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이던 영도구 삼진어묵센터도 60여 가지 어묵을 파는 베이커리 매장과 어묵체험장 등을 갖춘 식품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지난해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었고 국내외 외식업체 관계자 사이에서 기업 견학 코스로 자리 잡았다. 삼진어묵은 창업주의 손자인 박용준 실장이 어묵을 고급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어묵고로케 같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어묵카페를 열며 명성을 얻었다.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도 오래된 동네를 관광자원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50년대 태극도 신도와 전쟁 피란민이 모여 만든 감천문화마을은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2009년부터 담장과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해안가 옆 낡은 골목길을 보존해 관광코스로 개발한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 코리안 루트 1번… 트렌드와 문화의 1번지
2001년 한화리조트를 시작으로 마린시티(해운대구 우동에 세워진 고층빌딩 밀집 지역)에 들어선 마천루는 두바이나 상하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벡스코는 이 스카이라인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요트 컨벤션 상품인 ‘요트비’는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과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으로 2012년 출시됐다. 요트경기장에서 출발해 해운대와 광안리를 둘러보는 코스로 탑승 1시간 동안 음료와 바비큐가 제공된다. 요트 위에서 낚시와 족욕을 할 수 있으며 밤에는 풍등도 날려준다.
부산은 소비 트렌드의 진원지다. 2012년 문을 연 SSG푸드마켓 마린시티점은 신세계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1호점으로 서울 청담점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고급 식당과 카페가 늘어선 마린시티 카페거리는 요즘 ‘뜨는’ 식당들이 사업 진출 초기 1호점을 내는 테스트마켓으로 유명하다. 기장에 지난해 말 문을 연 롯데몰 동부산점은 ‘송정집’ ‘양산왕돼지국밥’ 등 지역 유명 식당들을 한데 모은 쇼핑몰 최초의 맛집 편집숍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에 들어선 스파랜드는 도심 휴양형 온천으로 명소가 됐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에 있는 노천스파 ‘씨메르’와 한화리조트 해운대점 사우나는 해운대 바다를 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화제 도시답게 문화명소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4월 광복동 롯데타운의 롯데시네마에 예술영화전용관인 ‘아르떼클래식’을 열었다. 이경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은 “센텀시티점과 부산대점에 이어 광복점까지 열며 부산 지역에서 연간 80만 명이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 2011년 문을 연 ‘영화의 전당’도 부산 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부산=염희진 2015-05-14
▼ 구수한 돼지국밥… 시원한 밀면… 살아있네!
부산 가면 뭘 먹지?
부산에서 맛본 먹거리 가운데 추천할 만한 음식은 무엇일까.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관광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추천할 만한 먹거리로 돼지국밥(32%)이 꼽혔다. 밀면, 씨앗호떡, 냉채족발, 기장짚불장어, 비빔당면, 동래파전 등이 뒤를 이었다.
○ 돼지국밥
돼지뼈를 고아 그 육수에 밥을 넣고 간을 해서 먹는다. 6·25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돼지뼈를 이용해 설렁탕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 밀면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등을 배합해 만든 면을 소 사골과 약초, 채소로 우려낸 육수에 담아 먹는다. 물밀면, 비빔밀면, 쑥밀면 등이 있다. 이북 피란민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구하기 힘들어 메밀 대신 미군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 씨앗호떡
약 9∼10cm 지름의 반죽에 건포도, 해바라기씨, 땅콩 등 견과류를 채워 만든다.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남포동 BIFF 광장에 가면 씨앗호떡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길게 늘어서 있다.
○ 냉채족발
1990년대 말, ‘오륙도족발’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던 허수만 사장이 개발한 음식이다. 30년 전부터 형성된 중구 부평동 족발골목이 냉채족발로 유명하다.
○ 기장짚불장어
예전부터 어촌지역에서는 짚이나 솔잎을 지펴 곰장어를 구워 먹었다. 6·25전쟁 당시 자갈치시장 길바닥에서 구워 먹던 것이 유래가 됐다.
○ 비빔당면
깡통시장과 부평시장 상인들이 쉽고 빨리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삶아 놓은 당면에 고명을 올려 비벼 먹던 데서 시작됐다. 부평깡통시장에 비빔당면 골목이 있다.
○ 동래파전
동래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나리와 기장 및 인근 해안에서 생산되는 굴, 홍합 등 조개류를 섞어 만들었다. 갈아 만든 쌀이 반죽에 섞여 맛이 차지다. 조선시대 상류층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