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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뿡이 입니다.
평소에 산행거리 50km 넘지않기 밤새워 걷지않기를 실천하며 나름 건강산행만을 고집해온 약은 뿡이가 갑자기 국공에 꽂힙니다.무식해서 용감한건지 용감해서 무식한건지는 모르겠고 맘 먹었으니 가야겠습니다.
혼자 산행하는거야 9정맥 할때부터 기맥 지맥 수십개를 홀산으로 다녔지만 장거리 산행이라곤 지리태극이 전부이고 혼자서 야간산행은 어쩌다 지맥산행하다 등로상태가 나빠 예정보다 늦어질때를 제외하곤 해본적도 없는 겁쟁이가 혼자서 국공을 그것도 이왕 하는거 덕산에서 시작할까 하고선 벽계수님께 살짝 여쭙니다. "국공을 할려는데 제가 할 수 있을가요?"
벽계수님 무조건 긍정 "뿡이님이면 할 수 있을거야"
내년에 클럽에서 진행할때 하라시는데 지금 안하면 못할것 같기도 하고 올해만 장거리 하고 안할 맘으로 이번에 할건데
혹시 실패할지도 모르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하고선 일생일대 최대의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날짜를 잡고 산행계획서를 만들고 회사에 휴가도 내야하고 옆지기도 설득해야하고 부산합니다.
맘에 담으니' 할 수 있을까?' 에서' 할 수 있을거야'로 또 '할 수 있겠지'로 그러다보니 '꼭 해내야 돼'로 변해갑니다.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기대반 걱정반에 잠은 안오고 꿈에도 매일 산을 탑니다.
금요일 근무 마치고 한숨 자두려 하지만 정신은 말똥말동 잠도 안오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고 출발합니다.
산행일시 : 10월 24일(토) 06 ~ 10월 27일(화) 22시 32분(상왕봉)
혼자 가는거라서 시간개념이 없어 늘어질까봐 5월에 선두조 진행한 트랙을 분석하여 덕산에서 천왕봉 13시간 계산하고
계획표를 작성해서 맞추어 가려고 합니다.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산행내내 큰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사리마을 회관 앞에서 인증하고 출발합니다.
멀리 가야하는만큼 감나무밭을 지나며 홍시도 따먹고 느린 걸음으로 벌목봉에 오릅니다.
지리태극 할땐 누가 낙서를 해놨더니 예쁜손이 다녀갔나 보네요.
웅석봉 갈까말가 망설이다 아직은 힘이 있으니 가보자 하고 다녀옵니다
밤머리재 올가을에만 세번째 입니다.첫번째 왔었던건 비밀이었는데
낮에 동부능선을 택한것은 혹시라도 짐승의 습격과 혼자서 알바를 할까봐 입니다.
그래서 준비한게 호각입니다.요즘엔 불지않고 누루면 되는건데 졸릴때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박자 맞춰 눌러주면 심심하지도 않고요.아뭏튼 주능선을 야간에 통과하는 관계로 베낭무게만 늘었네요
가을이 다간줄 알았는데 이런 단풍길도 걷고 아직은 갈만합니다.
오잉? 갑자기 맑던 하늘이 금방 눈이라도 올것 같네요.
아니나 다를까 새봉 오름길엔 천왕봉쪽은 새까맣게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이슬빈지 가랑비인지가 내립니다.
우비도 없고 바람막이만 입었는데 산죽들은 빗물을 사정없이 내다리에 투척하고 얼어죽겠습니다.
밤보다 못한 낮입니다. 바보 독바위 아래서 지난번과 똑같이 뱅뱅 돕니다
다행히도 청이당 지나면서 잠깐 해가 들더니 바람도 불어줘 옷은 말랐지만 신발은 물먹어 무겁기만 합니다
하봉 오르며 해는 기울고 첫번째 밤이 찾아옵니다.달님이 비춰줘 그리 깜깜하지는 않지만 긴장 만땅이네요.
6시 40분에 천왕봉 도착하여 바람피해 간식 먹고 장터목 내려가며 국공에 걸릴까봐 랜턴도 켜지않고 통과합니다.
세석대피소도 마찬가지로 달빛에 의지해 무사통과 하지만 낮에 온 비로 바위들이 미끄러워 500원짜리 자주 줍습니다.
약간은 무섭기도 하고 잔뜩 긴장하며 가는데 등로 아래에 왠 불빛이 있어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저더러 산행중이냐 묻습니다.그렇다하고 가려다 비박하시면 커피한잔 얻어 먹을 수 있냐하니 내려오라네요.텐트엔 세분이 계셨는데 소속을 묻습니다.감마냐 j3냐고 j3라 하니 반갑다하시며 유성님이라 하십니다. 누구산행기 댓글에서 닉을 본적이 있다하고선 바나나에 컵라면에 따뜻한커피에 귤까지 유성님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주능선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대피소마다 랜턴 끄고 진행하는것도 그렇고 이제 노고단고개만 잘 통과하면 되는데 시간이 어정쩡 3시네요.노고단대피소 내려가는 계단에 출입금지 플랭카드로 막아놨는데 저기 아래서 커다란 손 랜턴 불빛이 올라와얼른 잡목사이로 몸을 낮추로 한참을 숨죽이고 있으니 국공이 금줄 플랭카드 걷어서 초소로 들어가는거 보고선 죽어라 줄행랑 쳐서 운좋게 10만원 벌고 두번째날 맞이 합니다.
성삼재에서 고리봉 오름길 바람은 어찌나 불어대는지 날이 밝아오지만 지리주능선은 아무것도 안보이고 잠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잠깐 바람이 자는자리에선 나뭇가지를 붙들고 서서 눈을 붙여봅니다.천천히 올라가다보니 스틱으로 버딛고도 눈 붙이고 이제부터 잠과의 전쟁인가 봅니다.정령치에서 한시간정도 쉬고 너무 추워서 중무장하고 고리봉 오르니 바로 봄날입니다.지리산쪽은 안개에 갇혀 있는데 고기리쪽은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네요.
평화로운 노치마을 입니다. 고리봉 넘어는 겨울이고 여기는 봄날입니다.
수정봉 가는길에 희망새한테 문자가 옵니다. 뿡이 국공하냐고 어제부터 위치가 계속 국공길이라고 요런 망할새 눈치100단 얼른 전화해서 입 막습니다.국공 하는건 맞는데 실패확률이 높으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마지막 가는 가을속을 걸어갑니다.나무들이 옷을 벗을수록 나는 옷을 더 입어야 합니다.
아막성산 오르면서 두번째 밤을 맞이 합니다.지리 주능선에선 야간이지만 사람을 만날수도 있고 급하면 대피소라도 있지만 어제와 다른 알싸함이 있지만 가야하는길 랜턴안에 세상만 보고 가는겁니다. 옆도 보지말고 절대 뒤돌아보면 안되고 노래를 불러봅니다. 그것도 뽕짝이라야 발걸음하고 맞아 떨어지는데 무슨 노래가 부르다보면 끝에가선 다른 노래니 학교종도 나오고 두서없이 장르없이 막 쏟아냅니다.복성이재 도착해 저녁 먹고 좀 자려해보지만 도통 잠이 안옵니다. 가야할길에 대한 걱정 때문이겠죠? 한시간정도 뒤척이다 출발 매봉에 오르고
다행인건 8월말에 육십령에서 여원재을 대간 남진하느라 진행했었기에 길찾는데 어려움은 없네요.바람이 부니 억새들이 등로를 막아 감으로 찾아가는 길이 되고 휘엉청 밝은 달빛에 춤추는 억새는 장관이네요.
중치쯤에 가는데 야심한 밤에 자유로운세상 전화옵니다. 싸부 국공하냐고 거짓말도 못하고 아직 모르니 소문내지 말라 당부하고선 백운산 오름길 언제쩍부터 백운산 오름길이 이렇게 빡세졋지? 하면서 징하다 징하다 하면서 오릅니다.
영취산에서 육십령 가는길에 동이 터오고 또 잠신이 찾아옵니다. 깜깜할땐 무서워서 긴장해서 안졸린데 꼭 동틀때면 걷잡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지네요. 졸릴땐 뛰는게 약인데 산죽들을 베어서 등로에 깔아놔 뛸수가 없으니 더 졸립니다. 가면서도 눈감기가 다반사 나무 붙들고 사정하다 추워서 포기하고 진행하지만 졸다가다 40분간 800미터 가졌네요,
육십령까지 131km 이미 내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아침먹고 한숨 잘까하다 너무 피곤하니까 잠도 안오는 모양입니다 시간만 버리는것 같아서 그냥 출발합니다.
가야할 서봉과 남덕유산 입니다. 누적거리가 늘수록 산이 높아만 보입니다.
아침 먹은게 잘못된건지 종일 배도 안고프고 뭐가 들어가면 속은 아프고 기운은 없고 바나나 하나 먹고 정말 정말 힘겹게 오른 남덕유산 유일한 인증샷 입니다.
육십령에서 삿갓재대피소가지 무려 6시간 가까이 걸렸네요. 배는 안고프지만 햇반과 컵라면을 사서 억지로 먹고 무룡산 올라가는데 라면이 올라오려 합니다.벽계수님 잘가고 있냐 톡 오길래 힘들어 그만둘가보다 하니 다른사람들도 그정도 가면 다 힘들지만 참고 견딘거라 하시네요.내가 미쳐미쳐 내가 언제 이런 장거리를 타봤냐구요.
동업령 지나면서 세번째 밤이 이제는 무섭지도 않고 느낌도 없네요. 이상한건 어느순간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를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밤에 이렇게 길을 술술 찾아 갈까요? 이제 뒤를 돌아다보는 여유도 생겼습니다.내가 누구랑 가는거지? 정말 혼자는 아닌데 하면서 누군가에 이끌리듯 그렇게 지봉에 오르고 대봉 가는길 끝도 없는 오름길에 계속 토할거같아를 연신 읖조리며 갑니다.속은 아리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니 갈미봉 오름길에 온다리에 살들이 아려옵니다.그래 빼재까자만 가보자 하는 맘으로 힘겹게 반 기어가기를 이번산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입니다.첨으로 빼재에서 두시간을 잤나봅니다. 밥을 먹어야는데 도저히 속에서 받지를 않지만 가야하니 억지로 밀어넣어 줍니다.새벽 2시반 오늘만 견디면 된다는 생각에 힘을내 삼봉산 오르고 소사고개에 도착하니 이제 다온 느낌입니다만
초점산 오르면서 부터 비가 옵니다.조금 오다 말겠지 하지만 비는 갈수록 거세지고 우비속까지 비는 들어가 얼어죽을것만 같은데 한기리는 왜 이렇게 안나오는지 급기야 이가 닥닥닥 부딪칩니다.그래도 웃기는건 온몸이 얼어가는거 같은데 등산화속에 들어찬 물이 어느순간 따뜻하게 느껴지는게 그래 발이 안얼면 죽지는 않을거야 안도하며 지난 5월에 기억을 되살려 맘은 부지런히 걷지만 몸은 바닥을 기고 있네요.
길고 긴 임도길을 지나서 한기리 자매식당에 가서 방에 불 좀 넣어달라 부탁해 몸 좀 녹이고 김치찌게에 밥을 두공기나 시키지만 또 속에서 거부합니다.수도산 가려면 먹어야는데 하며 끅끅대며 억지로 한시간에 걸쳐 겨우 공기밥 하나 비우고 마트에 가서 노란 농부용 우비도 삽니다. 일단은 우비바지를 입어야 얼어죽지 않겠기에 이런된장 어느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춥니다.그래도 꿋꿋하게 우비바지 입고 거말산 오릅니다.또 비가 오다말다 날짜 참 잘잡았습니다.
우두령에서 미숫가루 한잔 타먹고 초코파이 한상자와 콜라로 중무장하고 마지막 구간을 향해서 힘차게(?) 출발합니다.수도지맥때도 갔었고 지난5월 국공때도 갔었던길이 맞나 싶을정도의 된비알들이 즐비합니다. 지난번 여기서 쉬었었지 하면서 기억을 더듬으며 언제 다 올라가려나 하지만 한발 한발 오르다보나 시코봉에 오르고
수도산 왔으니 다왔네요.벽계수님 톡으로 조금만 힘내라 격려해 주시네요.이제 중탈할데도 없슈
단지봉 쳐다만 봐도 질리게 오르게 생겼네요. 밤에 갈땐 보이지 않기에 그저 올라가면 올라가나보다 하는데 눈으로 보고 가려니 언제 올라가나 미리 힘들어 지네요.오늘밤 12시안에 도착하려면 힘내야돼 하며 없는힘 다 짜내어 올라챕니다 5시50분
단지봉 내려가면서 어둠은 찾아오고 이제 조금만 하고 힘을 내봅니다.그렇게 좌일곡령 지나고 목통령 징글징글 두리봉 오름길 다왔다는 생각에 힘든줄 모르고 오른듯 합니다.다 올랐다 생각하면 내려가라 하고 그러기를 몇차례 이제 가야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지난5월 빼재부터 국공팀 따라서 와봤기에 알바없이 상왕봉에 오릅니다. 달빛이 함께 해주어서 다행이었고
27일 저녁 10시32분 출발 88시간 32분만에 드디어 상왕봉에 섰습니다.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요런 작품이 ㅎ ㅎ 다왔다고 긴장이 풀렸는지 상왕봉 내려오다 큰돈 줍겠다고 앞으로 굴러 무릎 깨지고 얼굴에 훈장 달고 12가 다되어 백운동에 도착해 트랙종료하고 멀고도 길었던길 국공연산 종주를 마무리 합니다.
잠이 없어서 안잔게 아니고 처음하는 장거리 산행이다보니 긴장도 되고 너무 힘드니 잠이 안오더라구요'
속은 다 뒤집혀 음식은 받지 않고 먹는대로 끄억끄억 그러다보니 산행을 일찍 마쳤지 싶네요.
끄악! 백운동화장실에서 거울을 봤는데 어디서 본듯한 할머니 한분이 떡하니 거울속에 바로 뿡이였습니다.
5월 국공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장거리 산행은 남의 얘기라 생각했습니다
직접 장거리 산행을 해보니 장거리 산꾼들의 애환을 알겠습니다.
그간 국공을 하신님들 그외 초장거리 산행을 하신님들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이제부터는 장거리는 안녕하고 조신하게(?) 지맥산행이나 이어가야겠습니다.
실시간으로 톡으로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벽계수님 감사하고요.
꼭 완주하고 살아서 돌아오라던 우리딸 엄마 해냈어 이제 장거리산행 안할게
이길을 열어주신 방장님 덕산길을 열어놔 더 멀리 걷게 하신 야생화 대장님 감사해요.
건강한 두다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가야 할 산이 많기에 행복한 뿡이 였습니다.
맨처음 덕산국공 하겠다고 맘 먹은게 스톤님 놀리느라 댓글 달고 갑자기 내가 해볼까 하고선 계획수립 들어간걸요.정말 자신 없어서 주변에 비밀로 했는데 망새 레이다 걸리고 이사람 저사람 알게돼 빼재부턴 위치도 끄고 통신두절 상태로 진행 ㅎ ㅎ
홀로 600리라...음..뿡이님 최고이십니다.
뿡이님 여기서 산행기를 볼줄이야 인했습니다드립니다*
사량도에서 한 얘기가 생각나서
혼자서 기어이 해내신 용기와 끈기가 존경스럽지만
무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니 내가 어찌 볼 수 있을지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엎드려 절 받네요.참 쑥스럽구만요.ㅎ ㅎ 송년산행에서 뵐게요.
오래전 인연이었던 제게는 홀지뿡이님 못뵈었던 기간동안
자기와의 싸움에서 멋지게 이기셨네여! 몸 잘추스리셔서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그럼 즐건운동생활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백 무 구 용 회 / 배상 010-9531-9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