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승열의 첫 번째 음반을 발표한 이후 기사를 쓸 때 “그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간단하게 이분화 된다. 한 부류는 ‘이승열을 모르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이승열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썼던 기억이 있다. 근 4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공식앨범. 이승열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앞서의 전재는 변함이 없다. 그는 정작 대중들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일까.
글 송명하 수석기자 | 사진 전영애 기자
“이게 바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에서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아서 하고 있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총체적 책임을 짊어진 자리가 그 자리 가 아니냐는 조언을 들어요. 하지만 음악활동 이외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 철없는 생각일 수도 모르지만 누군가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물론 가끔 인터넷 검색에서 제 이름을 쳐서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깜짝 깜짝 놀라곤 해요. 그분들의 블로그를 보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이런 것들이 모두 연계되어있거든요. 이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유 앤 미 블루 시절을 포함해서 이미 15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이승열이지만, 아직 팬들에게 직접 손을 내 밀기는 쑥스럽다는 이야기다. 대신 그는 구차한 여러 이야기보다 4년 동안 준비한 한 장의 음반을 우리에게 건넨다. 음반의 타이틀은 [In Exchange]. 첫 번째 앨범을 준비할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지만, 두 번째 음반의 작업이 늦어지면서 많은 사람들과 특히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그 미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타이틀이다. 기다림은 관심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 관심과 이해를 이제 이 한 장의 음반과 ‘교환(Exchange)’한다는 의미. 그리고 또 한가지의 의미는 바로 ‘소통’이다.
“어렵지만 해야하는 일이겠죠. 불특정한 다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제 음악을 듣게 되고, 또 그 사람들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승열이라는 이름을 접하게 되겠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 입장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는 1집 대신 이번 음반이라는 이야기도 되겠죠.”
1집 대신 준비한 두 번째 음반. 이번 음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우연성’이었다. 영화의 ‘콘티’나 마찬가지로 녹음에 있어서도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번 음반은 이미 90% 이상 작업이 끝난 곡들이라도 다시 돌이키고 곱씹어가면서 그때 그때의 생각에 따라 후반 작업을 많이 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후반 작업을 통해 5분대의 곡들은 3분으로 줄어들기도 하고, 조금씩 그 무게가 덜어졌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1집 음반이 ‘거하게 차려진 밥상’인 반면 이번 음반은 ‘단촐한 차림’이라고. 실제로 음반을 들어보면 무척이나 단순하고 가벼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집에 비해 오히려 락의 성향이 줄어든 듯 생각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할 때 편곡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선 싱어 송 라이터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가지는 비중을 높인 점과 함께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곡예사’나 ‘Buona Sera’와 같은 곡은 이국적인 라틴 리듬을 삽입한 곡으로, 전형적인 나일론 기타 소리를 고의로 배제함으로 통속적인 느낌을 없앴고, 뉴 로맨티시즘의 영향권 아래의 편곡을 들려주는 ‘가면’도 신선하다. 물론 전형적인 이승열 스타일의 곡인 ‘기억할게’나, 1집의 ‘비상’이 가지고 있던 시너지 효과를 그대로 이어간 강현민과의 공동작품 ‘시간의 끝’ 등 ‘단촐한 차림’이 아니라 오히려 ‘진수성찬’의 밥상으로 어디서부터 젓가락을 대야할지 흐뭇한 고민도 느낄 수 있는 음반. 멜로트론과 트럼펫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Trumpet Call’은 원래 가사가 있는 5분대의 곡이었지만 음반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곡이라는 이유로 엔딩 부분만 삽입되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취향의 뮤지션이 분명 있지만 그 뮤지션의 취향이 변한다는 것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렵지만 이해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사랑해 주셨으면 해요. 음악이 조금 변한다고 해서 왜 속았다는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어요. 속이고자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결과물이 마음에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미 내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 사랑에 대해 진정한 서포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충분히 그런 서포트를 느껴요. 많은 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더라도 한마디씩 남겨주셔서 파악이 되요. 기능성 음악이 아니고, 많은 분들이 기다려 왔고, 기다림에 쫓기듯이 ‘1집 대신 이겁니다’라고 내 놓은 음반에 따듯하게 윙크를 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승열의 두 번째 솔로음반이 발표되고 사람들은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한 음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번 음반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주장에 충실한 이승열의 두 번째 이야기다. 과연 기다리기나 한 듯이 유 앤 미 블루를 들춰내며 이승열의 두 번째 음반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작 유 앤 미 블루의 음반이 발매될 무렵에는 U2의 카피밴드 운운하며 자신의 자리 지키기에 여념이 없거나, 아예 철저하게 외면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던가. 이승열의 이번 음반 역시도 앞선 그 음반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두려운 것은 그때와 다름없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반에 담아내는 그 자신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라, 철새들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휩쓸려 움직이고 있는 수용자들에게 있을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현재의 이승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과거의 유 앤 미 블루의 연장으로만 그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화자와 청자는 언제까지나 교차하지 못하는 ‘X&Y’가 될 뿐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먼저 손 내밀기가 아직도 쑥스러운 그를 위해, 이제는 우리가 먼저 손을 뻗어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과 이해에 보답하기 위해 내 놓은 그의 음반과 ‘교환(Exchange)’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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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작년도 이맘때 기사를 이제사 찾아냈습니다...
정말 승열님 관련 기사는 무슨 숨바꼭질 하듯이 잠자고있다가 까꿍 하고 나타나서 절 놀래키는군요.^^;
어쨋든 늦게나마 찾아낸 기사.
....사진도 너무 멋지시다는거.^^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안면몰수하고 퍼왔습니다...)
첫댓글 그러게요, 사진 참 멋지네요!^^ 사진 제목은 '구도자의 길'쯤 되려나요?^^
크으.. 언제봐도 멋진 승열님이시죠^^ ('섬세한 고민'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