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배우는 한자: 귀신(鬼)과 관련된 한자

[沙月]

아래의 사진은 중국에서 출토된 가면입니다. 참 무섭게 생겼죠? 이 가면의 용도는 옛날 축제 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르기 위해 귀신으로 분장한 사람이 쓰던 것이었습니다. 귀신은 사람들이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상상에 의거해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곳의 공통된 현상이었습니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한나라 이래 모든 사람이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성인인 공자가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신의 존재를 굉장히 오래전부터 믿었었죠.

축제를 하거나 마을 단위의 대규모 행사를 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귀신(분장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문자에도 그대로 드러나 귀신 가면을 쓴 사람으로 표현이 되었습니다.

「귀신 귀」(鬼)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부터 소전까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귀신의 가면은 「밭 전」(田)자 모양으로 간략화되었습니다. 그래서 「귀신 귀」(鬼)자는 제부수에서 찾으면 됩니다만 연관 한자 가운데에는 「밭 전」(田)자 부에서 찾아야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진술이 발달한 최근세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에서는 귀신을 등장시켜 춤을 추게하는 마을의 축제가 많았습니다. 부족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악기를 연주하면 귀신(분장을 한 사람)은 거기에 맞춰서 춤을 추었습니다.

이런 형편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그야말로 중대한 행사로 온 심력을 기울여서 한 반면에 중국에서는 이제 하나의 여흥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이 축제에서 춤을 추거나 하면 보통의 사람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생소한 귀신 가면을 쓰고 현란하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비쳐졌겠지요. 이는 「다를 이」(異)자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다를 이」(異)자의 갑골문-금문대전-소전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이 팔동작을 크게 하여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다를 이」(異)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기네와 많이 달라보였고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이상한 풍경이었겠지요. 생면부지의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면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브라질에서도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입증한 바 있는 <흑인 올훼>에 악몽처럼 등장합니다.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와 그의 연인 에우리디케의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재현한 영화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거기에 보면 신화의 저승에서 온 듯한 귀신 분장을 한 인물이 카니발 축제 중에 에우리디케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히다가 결국 올훼와 에우리디케를 모두 죽음으로 내 모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귀신 분장을 한 존재가 두려운 이유는 나는 저를 모르는데 저는 나를 알고 덤빈다는 데 있겠죠?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안 되는 상황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귀신(분장을 한 사람)이 양손에 무기라도 들고 있으면 얼마나 더 섬뜩할까요?

역시 아프리카의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인데 양손에 모두 날카로운 무기가 들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쉽게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이런 두려움을 표현한 글자가 바로 「두려울 외」(畏)자입니다.

「두려울 외」(畏)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의 손이 무기가 들려 있죠? 얼마나 두려워보일까요? 특히나 어린 애들에게는... 귀신도 무서운데 무기까지 들려 있으니 말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귀신 귀」(鬼)자는 제부수에서 찾는데 연관 한자인 「다를 이」(異)자와 「두려울 외」(畏)자는 「밭 전」(田)자 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한자가 한나라 때 허신이 만든 자전인 《설문해자》 때부터 부수방식으로 배열을 하여 수록하면서 검색 기능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앞에서도 이런 예가 몇 번 나왔는데 바로 「잡을 병」(秉: 벼 禾부)자와 「겸할 겸」(兼: 여덟 八부)자, 「책 책」(冊: 먼데 冂부)자와 「법 전」(典: 여덟 八부)자 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지면 귀신은 밭(田)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田자 모양은 다만 귀신 분장을 하는 사람이 쓰는 가면의 모양을 표현한 것입니다.

[시지중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