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나·화·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나화수’는 한 달에 한 번 실상사, 작은 학교, 농장, 인드라망 대학 등 인드라망 공동체 식구들이 모두 모여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쉬어 가는 시간(?)으로 이번 달에는 인근 뱀사골로의 소풍을 기획하셨다고 합니다. 그 덕분으로 오랜만에 실상사 밖으로 세상 구경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수국처럼 생겼으나 모양이 소박한 꽃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산수국’이라는 꽃이었어요. 보통 수국처럼 풍성한 모습은 아니지만 작고 귀여웠습니다. 말로만 듣던 참다래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덜 익어서 먹을 수는 없었어요.ㅠㅜ
이제 곧 비가 올거라며 한 선생님이 산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새들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 올 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짐승들을 보며 놀라고, 새소리를 통해 기상예측을 하는 선생님을 보며 또 놀랐습니다.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사는 인간의 무감각과 우리들의 무능력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선생님의 예상대로 천년송에 거의 다다를 때쯤엔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빗속의 산행!! 안개인 듯 연기인 듯 구름이 산 전체를 감싸며 피어오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습니다. 평소 비오는 날에는 행여나 비에 맞을까, 옷이 젖을까 걱정되어 주로 실내에서만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빗속을 걸으며 비올 때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찬찬히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비는 그냥 그 자신의 본성대로 때가 되면 내릴 뿐인데 나 귀찮다고 싫어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자기의 기준으로 평가/판단하지 않는다면 많은 것들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요. 자기 생각이 끼어드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런 저런 생각에 휩쓸리느라 자연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겁니다.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다른 존재를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산에 가 있으면서도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현재에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신체감각을 섬세하게 깨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소풍이었습니다.^^

첫댓글 대학 "단체" 사진 찍던 날... 그러게요, 여태 그걸 하지 못했다니...!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