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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간다'
그 언젠가 이 영화를 보고서
짧은 봄날이 아쉽기도 하고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는 봄날에 뭔가라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굳어버린
나의 본능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자주 인용하게 되는 문구다.
남녘의 봄소식을 접하면서
늘 섬진강따라 피어나는 그 꽃동네를 보고 싶었다.
특히나 선암사는 유서 깊은 고찰로
천연기념물인 선암매가 무척이나 유명한데
이제나 저제나 볼 수 있을까 늘 고대하던 곳이다.
4월 연우 정기산행일을 맞아 100대 명산인 조계산 산행을 결정하면서
멀리 내려 간 김에 자연스럽게 순천쪽도 함께 둘러보기로 하였다.
토요일 아침 7시
노원역에 집합한 9명은 두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나란히 출발이다.
내비의 안내에 따라 경부선을 따라 천안 논산간 민자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쯤에서 완산 순천간 새로 난 고속도로를 갈아탄다.
경부는 늘 막힌다.
비가 흩뿌리는데도 고속도로는 상춘객으로 만원이다.
오전까지만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거의 정확하지만
날씨는 계속 꾸물꾸물하여
오늘 예정되어진 조계산 산행은 내일로 미루고
대신 정원박람회와 낙안읍성, 순천만 탐방 등을 먼저 진행하기로 하였다.
고속도로의 정체로
순천에 도착한 시간이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진다.
정원박람회는 4월 20일 바로 오늘이 개장일이다.
순천시와 시민의 전시적인 협조로 진행되는
순천 세계정원박람회는 먼저 그 규모의 장대함에 놀라게 된다.
좀 비싼 듯 한 입장료를 지불하고
박람회장으로 들어 선다.
아직은 덜 다듬어진 박람회는
세부적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들과
더 많은 노력이 세월과 함께
녹아 나야만 훌륭한 볼거리로 거듭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많이 부족해 보였다.
꿈의 다리라 부쳐진 다리위에는
전국의 초등학생들 작품을 모아 전시를 했다.
작품속 저 주인들이 자기 작품을 찾아
이 곳 까지 올 수 있도로 유인체는 되겠지만
자기 작품을 찾으려면 종일 두 눈 비비고 찾아야 겨우 찾을 수 있을까...
분재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순천 주변의 각 마을들마다
이름난 나무들은 다 기증을 받아서 옮겨 심어 두었다.
대단한 정성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세월과 함께
잘 가꾸어지길 빌어 본다.
개장 첫날이라
인산인해다.
순천시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 또한 엄청 많이 보인다.
각 나라의 정원을 모아서
전시한 곳도 보이는데 아직은 많이 엉성하다.
그 나라의 협조와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욱 요청된다.
드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앉은 박람회장은
앞으로 세월과 더불어
순천 시민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하면서
오늘 일정이 바빠 그만 발걸음을 돌린다.
서둘러 순천만으로 향하였다.
순천만은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습지로서
생태계의 보고이며 순천에서 첫 손으로 꼽히는 관광지가 되는 곳이다.
작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무진항이 바로 이곳이란다.
탐방로를 따라 곧장 용산전망대로 향한다.
갈대를 베어서
가지런히 정리를 해 둔 곳도 있고
예쁘게 모양을 낸 것도 있다.
점점 밀물이 차 오르는 듯 갈대속으로 난 수로를 따라 물이 들어 온다.
비는 오는 듯 마는 듯
살짝 볼을 적신다.
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이 일품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으로
자연속으로 나무 탐방로 길을 낸 아이디어가 참 돋보인다.
뜬금없이 대암산 용늪도 복원공사를 하면서
이렇게 탐방데크가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게 된다.
용산으로 올라 첫머리에서 본 풍경이다.
점점 눈 맛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보조전망대를 지나
바야흐로 주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순천만의 전경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모두들 감탄하며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되면
다른 계절에는 또 어찌될까 궁금하게 된다.
봄철에도 예쁘지만 여름과 가을, 겨울의 풍경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아
다른 계절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다른 이의 사진들을 보면
거의 가을 철에 빨갛게 물이 든 색깔이 무척 곱게 나와 있다.
가을 날에 다시 올 수는 없을까...
서울에 사는 것이 아쉽고, 꼬박꼬박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도 아쉽다.
방학때나 다시 와 볼까...
여길 보아도
저길 보아도
다 흐뭇하다.
시간이 늦어져 펜션에서 기다리고 있을
주인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낙안읍성은 모두들 한 번씩은 다 가 보았으니
생략하고 곧장 승주의 별장으로 향한다.
국장님의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별장은
유흥리 깊은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감나무도 많고
두릅도 많이 있다.
주인이신 두 분 선생님은
우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계신다.
서울에서 왔다고
이 동리의 유명한 곶감도 주시고
두릅도 따서 데쳐 술 안주로 준비해 주신다.
첫물에 딴 귀한 두릅은 그 맛과 향이 끝내준다.
국장님이 준비하신 영양탕과 발렌타인!
참나무 숯불로 구워 낸 삼겹살과 토종닭 백숙 등등
배불리 먹고 마신 즐거운 하루가 봄비와 함께 지나간다.
편안하게 잠자리를 준비해 주고 떠나신 주인분께
감사하다는 소리도 전하지 못하고
아침을 들고 서둘러 선암사로 향한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찰이기도 하며
대하소설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저자이자
감히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라 일러 한점 의심이 없으신
조정래씨가 태어난 곳이라 더 더욱 애정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작가의 부친께서 이 곳 선암사의 부주지셨다니
유서 깊은 이 사찰이
어찌 승보사찰인 송광사보다 한 점 부족하다 할 수 있으리요!
10여년 전
두 아들을 데리고 남도답사 여행을 올 적에
시간이 부족하여 선암사와 송광사 중
한 곳만 들려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암사를 선택했었다.
선암사의 부도밭은 아기자기한 모양들로
예술성과 역사성을 함께 하지만
송광사의 부도밭은 한결같은 장엄한 모양새로 이루어져
예술성이 많이 뒤떨어진다.
입구의 승선교이다.
홍예의 밑단에서 강선루를 바라 보는 맛이 일품이다.
정교하게 깎은 홍예의 중심부에는 용머리를 장식해 놓았고
홍예를 감싸고 있는 돌들은 이 곳 냇가에 흔히 볼 수 있는 냇돌로 쌓아서
인공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명물중의 명물이다.
보물제 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머리를 감싸고 있는 홍예가
물빛의 반사를 받아 어른어른 빛이 난다.
모든 중심을 용머리가 잡고 있는 듯 하다.
선암사 일주문에 들어 섰다.
이름 난 절 집은 계곡을 따라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길들이 참 좋다.
제법 긴 길이지만
길다는 생각이 절대로 들지않아야 좋은 길이라 할 수 있다.
속세의 잡념과 온갖 인간세의 번뇌를 거두어 낼 만큼
적당한 길이가 확보되어야 하고
속세의 먼지를 털고
선계로 들어서는 의식의 과정으로
울창한 녹음속에서 물소리 새소리도 함께 조화를 이룬 공간이어야 한다.
'태고총림조계산선암사'
단정한 예서체의 현판 글씨가
이 곳 절 집 분위기를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오래 된 절집에서 풍기는 고풍미는 제껴두고라도
그리 높지도 않은 가람들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선암매를 비롯한 여러 고목들과 함께
이 절이 갖고 있는 디테일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감히 뽐내지않아도 자연스럽게 풍겨져 나오는
모태본능의 유전적 우월미이다.
왕벚꽃이 절정이다.
오죽하고 선암사의 왕벚을 만첩왕벚이라 불렀을까
푸른하늘과
팔상전의 처마지붕과
조계산이 한데 어우러져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제는 지고 만 '선암매' 들이다.
홍매, 청매, 백매가 함께 피었을
꿈에도 그리던 그 풍경을
차마 눈에 담지 못하고 가슴으로 그려 본다.
비록 지금은 꽃을 떨구고
새 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선암매'는 그 자체로
가람들 사이에서
'고매의 품격'으로 살아 넘친다.
처진 올벚나무이다.
선암사는 이렇게 주인을 닮은
품격이 있는 다양한 나무들로 하나같이
속세와는 무관한 선경을 빚어내고 있는 듯 하다.
저 나무를 닮아가야 득도가 쉬울까
나무들이 주인을 닮아 득도한 것일까...
송광사의 해우소보다
좀 더 멋있는 선암사의 뒤깐(자판이 말을 듣지않아)이다.
배롱나무의
수많은 가지들이
수많은 염원들을 하늘에 대고
빌고 있는 듯 하다.
선암사를 뒤로 하고
이제는 산행을 시작한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우리는 정상인 장군봉을 거쳐 송광사로 나아가기로 하였다.
고문님과 류미가 산허리의 지름길로 가고자 하였으나
거듭 같이 가자고 설득하여 함께 정상으로 나아가니
없던 기쁨이 다시 생기게 되어
발걸음 또한 더 가벼워진다.
선암사 뒤로 얼마 못가서
제법 큰 암자가 보인다.
암자 뒤로 봄빛이 연두색으로 묻어난다.
쉬엄쉬엄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서어나무와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노각나무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서어나무에서 엮어지는 오늘의 화두 '서'가 참으로 재미있는 '펀'이 된다.
고문님의 타고난 유머 감각과
시도 때도 없이 빵빵 터지는 개그는
피곤함을 잊게 해주는 청량제가 된다.
류미가 앞장 선 오름질은
고문님의 엄살을 죽일만큼
금방 정상에 닿게 만든다.
주말이라 장군봉에는 등산객들로 넘쳐난다.
우리도 단체로 얼른 인증샷만 남기고
자리를 비켜난다.
이런 와중에도 정상을 홀로 독차지하는 사람들의
그 행태는 또 뭐란 말인가...
양지바른 능선길 비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굴목재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전망대 바위에서 본 선암사 계곡이다.
아늑한 골짜기에 선암사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군봉 정상의 모습이다.
골산의 빼어난 암름미도 없고
육산의 장중한 아름다움도 갖추지않은 조계산이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 기슭에 빼어난 두 사찰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와 선암사'
굴목재로 내려가는 능선과 계곡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송광사는 오른쪽 능선을 넘어야 한다.
산 허리의 길과 만났다.
남도 300리 아름다운 길의 한 부분이다.
언제나 걷고 싶은 길 중 하나이다.
굴목재 아래
보리밥집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 중간에 있으며
누구든지 꼭 들려서
보리밥 한 그릇을 비벼 먹고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않은 산촌에서 만들어 낸
소박한 비빔밥이다.
솔술과 더불어 한 그릇 뚝딱!
해발 720미터 굴목재에 도착했다.
모두들 앉아있는데
오늘은 혼자 '서' 있는 분이 있다.
흐뭇한 미소는 늘 변함이 없다.
굴목재에서 계곡을 따라 내리 비탈길을 내려오면
편백나무 숲도 지나고
대나무 숲이 보이면 송광사이다.
송광사는 누가 뭐래도 침계루가 백미이다.
측면 3칸 중 1칸을 계곡으로 내어서 짓고
계곡을 베고 누웠다는 뜻의 침계루란 현판을 걸었으니
건축미도 돋보이지만
품고있는 함의는 더욱 깊이가 있다.
웅장한 대웅전이
승보사찰답다.
선암사는 내용미라면
송광사는 형식미가 돋보인다.
해우소도 선암사와 달리 형식적인 아름다움이다.
일주문을 지난다.
송광사의 가람들은 한결같이 크고 높고 반듯하다.
선암사의 낮은 담장들 사이로 드러나는 이웃집같은 아기자기한 절집들은
이곳 송광사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경내의 나무들도 가람들을 닮았는지 모두 육중하고 장대한 것들 뿐이다.
그래서 느티나무 같은 나무들이 주종을 이룬다.
송광사를 돌아 보는 것으로
조계산 산행이 모두 끝이 났다.
벌교쪽으로 차를 몰아
꼬막정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태백산맥에서 유래된 외서댁의 '쫄깃쫄깃'한 맛이
그냥 이 식당들의 상호로 보통명사가 되어있다.
거의 대부분 꼬막집들이 외서댁 간판을 달고 있다.
이름하여 원조외서댁, 벌교외서댁, 1박2일외서댁 등이다.
원조 외서댁의
꼬막무침, 삶은 꼬막, 꼬막된장, 꼬막부침개 등으로 이루어진
꼬막정식은 나름 맛이 좋다.
이 동네 뻘에서 잡아 올린 참꼬막으로 이루어진다.
막걸리 한 사발과 더불어 외서댁의 쫄깃쫄깃한 꼬막은 껍질만 쌓인다.
시간은 벌써 저녁 7시가 넘어 있다.
이제는 서울로 가야할 시간이다.
서둘러 올라가도 오늘중으로 도착할 수 있을까...
전주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100대 명산중 하나인 조계산을 완주했다는 기쁨과 더불어
예쁜 가람인 선암사와
반듯한 가람인 송광사
그리고 아름다운 순천만의 기억들이
가슴 한편으로 채곡채곡 알곡으로 쌓여져
내 자존심의 뿌리가 되는 듯 뿌듯함으로 넘쳐난다.
2013. 4. 21. 김영두
첫댓글 사찰에서는 담장이 나는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는지 모른다.
길다랗게 정성껏 쌓은 인부에 정성은 언제나 감탄과 경의를 표시한다.
목조 건물에 아름다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나 아름답다.
나는 절 입구에 일주문을 바라보고 있어면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다.
어느절을 가도 일주문 상세히 눈을로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옛날 선조들이 지은 일주문과 현대에 지은 일주문은
모르는 내가 봐도 차이가 넘 마니 난다.
옛날 건물들은 화려함과 정성으로 멋이 풍부하게 감미하고 있고.
현대 건축물은 돈에 맞쳐줘 있어 멋도 없고 흉내만 표시한것 같아서 안타까울때가 많다.
송광사라?
이십대 후반에 조계산 정상하고 커다란 쌍향나무가 생각는데.
가물가물하다.
내가 다니면서 그렇게 커다란 향나무를 본적이 없이 항상 송광사 하면 떠오른다.
혹시 향나무 사진은 없나?
순천 정원 박람회장은 멋있겠는데??
올해는 막 시작점이라 아름답고 조켓지만.
너무 조각냄새가 만켓다.
잘 다듬어진 세계 각국에 정원을 한눈에 볼수 있어
눈은 호광하고 오겠다.
천자암의 쌍향수라!
난 그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일행들이 너무 지쳐 있어서
못보고 왔네.
다음에 또 언제 기회가 있을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지라 사진으로나마 잘 보고 간다.
그래도 친구가 가끔 올려주는 산행후 수기가 나를 즐겁게 하는구나
항상 조심하고 다음에 또 .....
친구야!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옛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많이 다니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그래봐야 인생 100년도 못사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