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만경대에 올라

[전민욱]

 영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1박 2일 예정으로 임실 치즈마을과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본다기에 같이 길을 나섰다가 시간이 남아 전주 만경대에 오르게 되었다.

만경대의 암각시에는 운봉에서 왜구를 소탕하고 돌아가는 개선 길에 오목대에서 이성계가 개국의 야망을 노래하자 정몽주 선생은 이곳으로 달려와 고려의 앞날을 걱정하며 지었다는 시와 권수가 포은 선생을 사모하여 지은 시와 권적이 차운하여 지은 시와 전라 감사를 역임한 이서구의 시 등 네 수가 암각 되어 있다.

만경대에 각자되어 있는 포은 선생의 시는 포은집 제2권에 '전주 망경대에 올라'라는 시로 실려 있다.

전주 망경대에 올라

登全州望景臺

○ 경신년에 왜적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여러 고을을 함몰하고 지리산을 둔쳤는데, 이 원수를 따라 운봉에서 싸워 이겨 노래하며 돌아올 때에 길이 완산을 지나게 되므로 이 대에 올랐다.(歲在庚申。倭賊陷慶尙，全羅諸州。屯于智異山。從李元帥戰于雲峯。凱歌而還。道經完山。登此臺。)

千仞岡頭石徑橫。 천 길 언덕 머리에 돌길 비껴 있는데

천인강두석경횡

登臨使我不勝情。 올라가니 너무나 나를 정답게 하네.

등림사아불승정

靑山隱約扶餘國。 청산은 부여국에 보일락 말락

청산은약부여국

黃葉繽紛百濟城。 황엽은 백제성에 어지럽도다.

황엽빈분백제성

九月高風愁客子。 구월의 고풍은 길손을 슬프게 하고

구월고풍수객자

百年豪氣誤書生。 백년의 호기는 서생을 그르치는구나.

백년호기오서생

天涯日沒浮雲合。 하늘 가에 해가 지고 뜬구름이 모이니

천애일몰부운합

惆悵無由望玉京。 서글프고 의지 없어 하늘만 바라보네.

추창무유망옥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