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은 벚꽃이 알리지만 동장군을 전면 철수 시키는 것은 철쭉과
진달래입니다. 하도 2월이 잔인해서 어서 빨리 봄 마중을 하려던 차에 마음만
앞세운 탓인지 꽃샘추위는 아줌마로 변신중인 남심(男心)을 가로 막네요.
벚꽃 한 번 보려고 해도 게으른 나는 이 나일 먹도록 진해 벚꽃 놀이 한번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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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으니 간만에 너른 야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랑 개나리를 만나서
내 첫사랑은 잘 있는지 물어봐야지. ㅠ ㅠ 여건상 다 생략하고 오른 아파트 뒷산
마저 칼바람에 후퇴하고 내려와 마지막 선택으로“쎄시봉“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과연 그 시절 젊음의 거리였다던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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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도록 찬란한 나의 청춘과 가슴 시린 첫사랑은 담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7080세대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6070세대도 됩니다.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 영남, 윤 형주, 송 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 감상실이
쎄시봉이었다는 걸 저만 몰랐네요, "트윈 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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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싼 애틋한 러브스토리에 쏙쏙 빨려들어갔습니다.
당시 트윈폴리오가 3명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첫사랑에 상처받고 그 길로 첫 방을 펑크 내버렸던 비운의 주인공 오 근태를
"응사"의 정우가 멋지게 연기해냈습니다. 저는 포크 송(folk song)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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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음악인줄로만 알았는데 트로트에 이어 키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포크로
토착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교동 거리나 홀리데인 서울 그리고
O S T로 흘러나오는 “축제의 노래“가 80년대까지 이어져 갔지요.
저는 어느 날 구로동에 있는 음악 감상실에 갔다가 쩌는 분위기와 규모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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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할 번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극중 쎄시봉에서 트리오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윤 형주(강 하늘), 송 창식(조복래) 그리고 오 근태(정우)의 첫 만남과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뮤즈 민 자영(한 효주)에게 첫눈에 반해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이 흡사 연극 같은 느낌입니다. 윤형주 그 양반 온누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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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범생이인줄만 알았는데 젊은 날 비주얼과 죽이는 미성으로 여심 꽤나
울렸겠습니다. 소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오빠부대를 이끈 조영남의 “딜라일라‘
도 놀랠 놀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싱어 송 라이터 이장희의 "그건 너"는 또 어떻고요.
포크의 거성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까지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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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영남이 형이 M65야상 입고 소녀 팬들을 울린 카사노바일 줄은 몰랐습니다.
조 영남(김 인권)부터 자유로운 영혼 이장희(진구), 마성의 미성 윤 형주(강 하늘),
음악천재 송 창식(조 복래)까지 실존 인물과의 놀라운 싱크로 율을 과시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노스텔지아 작열입니다. 아, 즐겁습니다. "써니" 이후로 최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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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입니다. 오 근태와 민 자영 역이 가장 멋지고, 한 효주, 김희애,진구,
강 하늘, 조 복래, 김 인권까지 환상의 캐스팅 조합도 신선했고, 장발,스컷트 길이 단속,
그리고 더벅머리 헤어스타일과 복고풍 패션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들, 자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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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러주고, 그녀와 함께라면 마냥 즐겁기만 한 근태의 순수한 미소는
피터팬 증후군을 자극하고도 남습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그대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후~미치 것습니다. 좋아서.
2015.3.16.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