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한 한양수 집사님 1934년 9월 12일~2024년 10월 11일
한양수 집사님은 아내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집사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훈훈함이다. 언제나 밝고 부드러움이 얼굴에 담겨 있다. 한두 마디 말을 주고받으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니다. 자주 보고 만나도 어쩐지 마음에 시원함이 없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부담스럽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쩐지 사무적으로 느껴지는 자들이 있다.
그런데 집사님은 평소에도 데면데면 대하는 법이 없다. 교회에서 대면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거리에서나 만나도 한결같다. 그래서 마음이 더 끌리고 부성애마저 느껴진다. 나만의 착각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아내도 집사님을 보면 친정아버지와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건강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1년여 동안 병상에 있는 중에서도 얼굴은 병색은 있어도 수색이 없었고, 평안이 가득해 보였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도를 연마하고 하산을 앞둔 자의 모습이었다. 인도의 성자인 간디의 모습이 엿보인다.
집사님은 심방을 온 목사를 향해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자기 몸도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회를 걱정해 주시고, 목사의 목회 사역을 위로해 주신다. 누워 있는 자신을 찾아와 주심을 고마워하셨다. 그래서인지 방문하지 않은 때에도 항상 내 마음속에 집사님이 계셨다. 어쩌면 집사님을 내 마음에 품기 전 집사님께서 나를 먼저 마음에 두셨다고 함이 더 맞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었음을 증명되었다. 집사님 장례를 마친 후 그의 자녀들이 찾아오셨다. 아버지께서 유언을 따라서 왔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담임목사를 위한 각별한 감사를 표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병할 때마다 따뜻함으로 맞아주시고, 돌아서는 나를 향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으시던 친절함이 진심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비록 병상에서 고생은 하셨지만, 흩어짐이 없는 단단한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고, 끝까지 믿음의 승리자로 살아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목회자를 향한 깊은 신뢰에 감사한다. 목사에 대한 신뢰가 돈독하니 설교 말씀을 기쁘게 받으셨다. 주보에 실린 산문도 마음을 다해 읽고 기억하고 소감을 표시해 주셨다.
성도와 목회자 간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피차에 좋다. 그래야 영혼에 유익하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서만 아니라, 천국에 다시 만날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땅에서도 얼굴 붉히지 않고 사는 것이 지혜다. 집사님은 누구하고든 좋은 관계를 갖고 사셨다. 이런 분들만 사는 세상이라면 전쟁도 싸움도 필요치 않으리라. 친절로 살아가신 집사님의 발자취를 여기에 기록해두고 싶다. 천국에서 기쁜 만남을 소망해본다.
한양수 집사님을 추모하는 글
사랑하는 한양수 집사님!
집사님께서 대대교회에 나오신 지 20년이 더 되었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꿀 수 있는 적지 않은 세월입니다. 변함없이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의 주님으로 믿어오신 것을 감사히 여깁니다.
마음이 따뜻한 집사님!
언제 만나든지 얼굴에는 인자하심이 묻어나고, 무슨 말을 나누든지 말씀 속에는 다정다감함이 풍겨났습니다. 병상에 누워계시면서도 “경로당에 출입하는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마을에 빈집이 늘어가니 교인들도 점차 줄겠지요? 목사님을 위해서라도 교회가 부흥되어야 할 텐데요.“ “목사님은 아픈 교인들 늘 찾아다니느라 고생이 많으시지요?” 이렇게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니 참 고마웠습니다. 부족한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신뢰해 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병상에 계신 집사님을 위로해드리려고 방문할 때마다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고 돌아왔답니다. 언제나 웃으면서 다정하게 맞아주시던 집사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셨을 때 “우리 정동심 집사가 주었다.”면서 과일, 채소 등을 오토바이에 싣고 종종 오셨습니다. 저의 집을 격의 없이 방문해 주심이 참 고마웠습니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셔도 푸근하게만 여겨지던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얼마나 따뜻했으면 제 아내는 집사님을 친정아버지처럼 여겼을까요? 저도 집사님을 아버지 같은 분으로 여겼습니다. 집사님은 저의 목회의 좋은 지원군이셨습니다. 설교 말씀을 마음에 두고 사셨고 오래전에, 주보에 실었던 글을 기억해 내시고 참 좋은 글이었다고 평을 해주셨습니다. 집사님과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비록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은 슬프지만, 그래도 병의 고통에서 자유를 얻게 되셨으니, 다행으로 여깁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맑은 마음으로 “주 예수님 내가 주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시고, 천국을 분명히 소망할 수 있었음을 감사히 여깁니다.
사랑하는 집사님!
부디 하나님의 품에서 편히 쉬시고 예수님 다시 오시는 날에 부활의 영광을 교우들과 가족들과 함께 누리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하늘에서도 배우자 정동심집사님, 1남 4녀 자녀들과 모든 손자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에서 추모의 글을 마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