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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놀라요?"
"크레센도 뽀꼬아뽀꼬(Crescendo Poco A Poco)라니까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구자범 상임 지휘자가 취임한 지 4개월이 되었다. 그의 등장은 뜨거운 그 자체였다. 이미 유럽의 클래식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실력자인데다 직전에 지휘했던 광주시향에서 많은 ‘유료 관객 매진’ 기록을 남겼다는 점, 그리고 파격과 자유를 서슴지 않는 그의 다혈질이 주목의 이유였다.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경기필 지휘자실 문을 두드렸다. 거침없는 발언은 소문 그대로였으나, 대화를 나눌수록 가슴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점점 커졌다.
- 글 이영근, 사진 한정수
경기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입단원 오디션 현장의 상상도를 그려보면 이렇다.
클라리넷 주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리드와 입술을 일체시키고 있다.
"시작하세요. "
연주가 끝났다.
이제 인사하고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거기 열여섯 번째 소절 크레셴도 뽀꼬아뽀꼬 부분 있지요? 그 부분을 제 지휘에 맞춰 다시 한 번 해볼까요? "
이미 악기 해체를 위한 몸짓을 시작한 미스터 클라리넷이 당황한다. 통상 이 대목에서 듣는 말은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였다. 그런데 뭐시라? 어디를 다시 해보라고? 고개를 들어보니 경기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구자범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의 표정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뭘 놀라? 크레셴도 뽀꼬아뽀꼬라니까’ 이 ‘조금 다른’ 신입단원 오디션 방식때문에 클래식 연주자들 사이에 구자범 소문이 좍 퍼졌다. 그런데 이게 소문날 일이었나?
▲구자범.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재학 중 자퇴, 독일 만하임 음악대학 지휘과에 입학. 졸업 직후 하겐 시립오페라극장 지휘자로 활동, 2002년 다름슈타트 국립오페라극장 지휘자,
2005년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 지휘자, 2009년 광주시립교향악단 지휘자, 2011년 3월부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겸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다.
▶즐길 사람만 제대로 즐기시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구자범의 첫 번째 연주회는 2011년 5월 13일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렸다. 그날 경기필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주와 종주,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을 연주했다. 1905년 드레스덴 초연 당시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은 오페라 <살로메>는 그러나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 - 시체애호증>는 10대 소녀의 스트립 댄스 장면, 근친상간의 욕망 등 엽기적 내용으로 뉴욕과 빈에서는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기도 한 화제작이었다. 그러나 오페라 <살로메>는 여전히 보수적 세계관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이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 관념적 저항을 극복한 것이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4시간에 이르는 공연으로 청중의 골반을 뻐근하게 만든다는 원성도 듣지만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 내용, 바그너가 1865년에 최초로 선보인 음악어법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말러의 교향곡은 난해하지만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중독성 강한 작품들이다. 말러 중독자들이 말러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일종의 ‘미끼곡’은 그의 1번 교향곡 <거인>이다. 말러의 곡치고는 짧고 쉽기 때문이다.
이 3곡의 조합은 클래식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심장에 무두질을 하고도 남을 구성이다.
이날 경기필의 121회 정기 연주회 포스터에는 이례적으로 관람 등급이 있었다. 만 18세 이상. ‘즐길 사람만 제대로 즐기시라’는 지휘자의 의도가 담긴 조치였다.
지난 3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구자범은 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행동을 통해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계에 작은 화두 하나를 던지고 있다. 그는2002년 독일 다름슈타트 국립오페라극장 지휘자가 되었을 때부터 유럽과 우리나라 문화계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2009년부터 그가 이끌었던광주시립교향악단의 공연 가운데 상당수가 ‘유료 관객 매진’을 기록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는 왜 주목받는가. 원곡에 대한 정확한 해석,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 탁월한 능력, 그리고 기존의 틀을 바꾸려는 개혁의 메시지를 조금씩 실천하기 때문이라는 게 클래식 애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철학을 공부하시다 지휘자가 되셨습니다. 철학과 지휘… 연결이 단박에 되지는 않는데요?
존재론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철학을 했습니다. 대학원까지 6년 간 그 부분에 몰두하며 살았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다음 일을 해야 했지요. 그게 지휘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즐겼고, 방위 복무를 하면서 지휘를 배우고 싶어 故 유봉헌 선생님을 찾아가기본을 배운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 다음 내 삶의 관심거리가 지휘가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음악과 철학이 존재론적으로 비슷하다는 것도 중요한 선택 이유였고요.
내 생각에 존재란 관계입니다. 현대물리학, 양자 역학 모두가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음악이야말로 기가 막힌 관계를 창조하고 있지요. 음音의 관계보다 추상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요? 음 하나, 음과 음 사이, 마디의 길이, 들숨과 날숨의 사이 등등 보이지 않는 다른 것들이 모여 결국 존재성을 드러낸다는 말입니다.
▶독일에서 지휘과를 다니셨는데, 지휘과에서는 무엇을 배웁니까?
카푸치노 만드는 법, 좋은 와인 고르는 법, 향수 구별법, 턱시도 제대로 입는 법, 화장 하이라이트 주는 법 등을 배웁니다.
▶하하하, 설마요?
정말이에요. 오페라와 심포니를 배우고 서로 실습하는 수업도 물론 합니다만 저는 그것보다 카푸치노 만드는 법을 더 재미있게 배웠어요. ‘클라우스 아르프’ 교수님이 가르쳐주셨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신 건 아니고 저한테만 그러셨습니다.
기본 수업 이외의 대부분은 커피 만들고, 산책하면서 새 소리 듣고, 와인 향기 맡고, 맥주 마시며 살았어요. 학교가 유별났다기보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독특했던 것이지요. 시를 모르고 지휘할 수 없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석을 하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대를 사랑할 수 있나? 이런 숙제를 계속 던져주시는 거예요. 저한테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주시는 거죠. 심지어 화장법 가운데 하나인 하이라이트에 대한 토론도 했었답니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은 그뿐이 아니었어요. 샴페인 마시는 법,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 읽는 법, 상류사회 사람들과의 대화법 등도 그때 경험한 일들입니다. 그 모든 일들은 누구나 알아두면 좋겠지만 특히 지휘자로 사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매너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아르프 교수가 각별한 가르침을 주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셨다고 했습니다. 예민덩어리, 음이 조금만 이상해도 눈길을 보내는 본능, 지나쳐 보이는 사고… 이런 것들을 고쳐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악보를 못 보는 아저씨들의 합창단 지휘를 맡기시곤 했어요. 저는 싫다고 항의했지만 기어이 저에게 지휘봉을 떠맡기곤 했죠. 그들과의 작업을 통해 ‘둔감해지라’는 의도셨어요. 사실 ‘삑사리’를 낸 연주자에게 눈길을 보내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거든요. 지휘자의 눈총을 받은 사람은 더욱 위축될 뿐이에요. 지휘자는 솔로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연주자와 합창단과 공연 기획자와 도시의 시장과 원만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요. 그런 걸 배우는 거죠. 원만해지고 둔감해졌다고 사고의 예민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것을 걱정할필요는 없는 일이고요.
▶하겐, 다름슈타트, 하노버 등 독일 오페라극장 상임 지휘자로 지내셨는데, 한국인이 독일에서 지휘봉을 잡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만
독일에서 지휘자가 되는 과정은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전통이기도 하지요. 오페라극장에 들어가 피아노를 치면서 단원에게 연습을 시키는 일이 그것입니다. 그러다 지휘자가 되기도 하고 못 되기도 하지요. 카라얀도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만하임에 입학한 다음 해에 만하임 국립오페라단의 지휘자어시스턴트로 있다가 지휘자로 데뷔했어요.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받아야 합니다. 오디션에 참가해 달라는 초대장을 받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15년 정도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지휘자로서의 삶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독일에서 지휘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구멍가게에 담배를 사러 갔어요. 담배 한 갑 주세요. 그랬더니 주인이 한 보루를 주시는 거예요. 아, 한 갑입니다. 했더니 ‘어제 당신 공연을 봤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하면서 그냥 가져가라는 겁니다. 그들은 구멍가게 주인이든 기업의 사장이든 누구나 오페라를 즐기며 삽니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일 공연이 열립니다. 그러니 지역 사람들에게 오페라 가수나 지휘자는 어쩌다 만나는 사람이 아닌 자부심의 일종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 정점에 지휘자가 있다고 그들은 생각합니다. 카페에서 만난 연세 지긋한 어른이 모자를 살짝 벗으며 웃어주는 것도 그런 표현 가운데 하나겠지요. ‘조금 더 좋아하는 이웃’이라고나 할까요?
▶마흔 살에 귀국하셨습니다. 왜 오셨나요?
독일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20대에 이곳에 와서 이제 40줄에 접어드는데, 내 젊은 날을 여기에서 다 보내내? 이래도 되는 건가? 그랬어요. 음악이 즐겁다고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집착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휘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귀국을 생각했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오시게 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평범한 과정이지요. 경기도문화의전당 조재현 이사장과 손혜리 사장께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몇 차례 만나서 긴 이야기 나누고 결정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길과 그분들의 지향점이 비슷했습니다.
▶비전을 상징할 만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왔겠지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재능을 기부하자는 게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죠. 아이들에게 우리 단원들이 사용하는 악기를 만지고 들려주고, 단원들이 한 명 한 명에게 가르쳐주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신기한 악기를 만지고 연주하는 법을 통해 새로운 추억을 만들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앙상블의 희열을 경험한다는 것이에요. 앙상블ensemble은 ‘함께, 같이’ 투게더together의 뜻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목적이 ‘음악을 함께 즐기자’는 것이거든요.
▶도시마다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공연 시스템도 완벽하게 돌아가는 독일에서의 지휘자 생활을 경험하신 터라 한국에서의 활동이 늘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텐데요.
독일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독일은 독일이고, 한국은 한국이니까요. 단, 독일에서의 클래식은 일상이고 우리나라에서의 클래식은 특별한 날에 경험하는 무대입니다. 우리는 결국 소수자인 것이에요. 사업으로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세금으로 소수자들의 문화 생활을 돕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의 가치와 예술가의 가치가 만나고 충돌하고 협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피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관료주의적 사고’입니다. 관련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료적 문화가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세금을 쓰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수치로 말할 수밖에 없다는 조급한 성과주의가 대표적인 관료문화예요. 수치를 적용하려면 그래프를 그려야지요. 그리고 예산을 만들고 집행하는 분들도 공연장에 많이, 자주 오셔야 합니다. 그분들께서 만족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클래식을 즐기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오케스트라의 궁극적 목적은 음악을 즐기는 데 있습니다. 일단 단원들이 즐거워야 합니다. 연주 능력이 정상급이 되었을 때 단원들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객석도 즐기고, 지휘자도 즐길 수 있지요. 그리고 객석에 앉은 사람의 공동의 즐거움이 있어야 해요.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그 공연이 행복해지는 겁니다. 거기에 ‘동원된’ 관객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숙제 때문에, 공짜표가 생겼으니… 이런 이유로 올 필요는 없어요. 그분들이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라 그분들이 괴로워하니까 하는 말이에요. 특정 공연에 18세 이상만 오시라고 권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숙제 때문에 마지못해 객석에 앉은 학생은 클래식의 맛도 보기 전에 클래식이 싫어질 것이고, 그가 객석에서 결심하는 일은 ‘다시는 클래식을 듣나봐라’일 것입니다.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은 별도로 기획하면 되거든요. 정기연주회도 그렇습니다. 정기연주회는 클래식 마니아들이 곡의 깊이와 새로운 해석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맞춤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가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공연장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죠.
▶찾아가는 콘서트도 그 일환인가요?
경기필의 공연장은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입니다. 그러나 안양, 평촌, 의정부, 고양시도 가겠다는 뜻입니다. 경기필이니까 경기도 전역을 다닐 수 있다는 말이죠. 찾아가는 공연이라고 했더니 시골장터, 섬 얘기를 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그분들 가운데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다면 알아서 오시거나 편히 오시도록 도와드리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찾아가는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외출이 차단된 교도소’나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장애인 단체’ 뿐일 것입니다. 최상의 연주를 최상의 공간에서 들려주는 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당장 사람을 채우는 것 보다는 사람들이 진짜로 우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좋아하고 즐기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음반 애호가들입니다. 그분들은 우리의 공연에 오지 않고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기다립니다. 우리의 공연에 가지 않고 돈 모아서 독일의 오페라극장을 찾아갑니다. 그분들이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지 않고 우리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즐기러 오시게 만들어야지요. 동원된 관객이 갑자기 많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일 수는 있겠으나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이지요.
오케스트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러면 우리 오케스트라를 즐기는 애호가들도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천천히 가야 할 일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클래식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시겠어요.
그러게요. 저는 음악만 하며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당분간 포기해야 하겠어요.
독일에 있을 때는 그곳 시스템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만날 지휘만 하며 사는 게 때로는 따분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 되었어요. 하하.
하나하나 절충하면서 삽니다. 저는 고칠 거 빨리 고치자고 하고, 주변에서는 ‘다 아는데 하나하나 해결하자’고 얘기합니다.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대화를 하니까 절충점이 나오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그는 ‘공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철학, 음악, 지휘, 커피, 와인, 복식 등 명사만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말 뒤에 ‘공부’가 붙는 것은 ‘재미없고 귀찮은 일’이라고 했다. 우리도 철학 공부 대신 철학하다, 음악 공부 대신 음악하다, 지휘 공부 대신 지휘하다를 사용하면 그 모든 일들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공부’가 붙는 것은 우리나라가 너무나 경쟁과 입시 문화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연계에 대한 생각도 꺼냈다. 우리나라 공연계는 학교와 공연계가 혼합된 형태로 운영되는데, 학교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재미보다는 다소 무거운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균형이 이뤄진다면 더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무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것 역시 관계로 귀속되는 존재론과 같은 개념으로 들렸다. 단, 한 걸음에 갈 수 없니 한 걸음 한걸음 ‘크레셴도 뽀꼬아뽀꼬’로 가되 ‘꼭 도달하자’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악수를 나눈다.
“꿈꾸는 모든 일이 어서어서 이뤄지시길 바랍니다”
그가 물끄럼한 눈으로 대답한다.
“어허, 크레셴도 뽀꼬아뽀꼬라니깐요!”
※ 크레셴도Crescendo : 점점 세게, 뽀꼬아뽀꼬 Poco A Poco :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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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기도 문화마루에서 가져 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혹시 저작권에 위배된다면 삭제해 주십시오.
아깐 깨알같은 글씨에 읽기가 힘들었는데....편집하신 건가요? 한결 읽기가 좋으네요.^^
pdf파일은 선명해서 보기 좋은데 의외로 읽기가 불편하셨나봐요~^^저는 또다시 링크하기 번거로워서 편집해봤어요~^^*
레지나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별말씀을요..^^
편하게 다시 읽으니 역시나 좋네요. 목소리가 들려요. 울림이 좋은 깊이 있지만 낮지는 않은 목소리.
목소리 한번 듣고파요~^^
감사하네요... 음악을 저렇게 이해하는 분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저런분이랑 동시대를 살며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거.. 매우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아... 진심으로... 음...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