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다양한 아시아 요리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회나 초밥 등 일식,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중식은 흔하다. 하지만 그 외 나라들의 요리는 만나기가 어렵다. 이런 아시아 요리 중 한국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 것이 태국 요리다. 태국말로 '팍치'라 불리는 고수를 빼면 큰 문제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부산에선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3곳 정도. 최근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 일루아 호텔에 아시안푸드 전문점 생어거스틴(051-747-0053)도 문을 열었다.
태국 요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똠얌꿍은 채소와 새우를 넣어 끓인 수프다. 그런데 맛이 희한하다. 시큼하면서 얼큰하다. '꿍'은 태국어로 새우를 뜻한다. '얌'은 샐러드고 '똠'은 수프다. 태국 요리 이름에 '꿍'이 들어가면 새우가 들어간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태국 향신료들.
똠양꿍에 코코넛 밀크를 넣기도 하고 넣지 않고 맑은국처럼 끓여내기도 한다.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면 좀 더 고소한 맛이 난다. 시큼한 맛은 라임 주스로 낸다. 마치 신 김치로 맑게 끓인 김치찌개와 국의 중간 같은 시큼함이다. 첫맛에 레몬그라스의 알싸한 향과 시큼한 맛이 가장 강하다. 그리고 고수나 다른 향신료의 향이 다가온다. 고수는 영어권에서는 코리앤더, 중국말로는 향채라 불린다. 진한 화장품 냄새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독특한 향이 있어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태국 요리를 맛보려면 한 번쯤 느껴보는 것도 좋다. 똠얌꿍은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맛이 뛰어나다.
태국 요리 가운데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볶음 국수인 팟타이. 팟타이의 주 양념은 타마린 소스다. 타마린이라는 열대 과일로 새콤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이 타마린의 과육을 갈거나 으깨 만든 소스다. 쌀로 만든 면을 물에 불려 숙주, 부추, 토마토, 달걀 등을 넣고 볶아낸 것이 팟타이다. 거기에 타마린 소스를 넣어 맛을 낸다. 먹기 직전 곱게 다진 땅콩을 뿌려 먹는다.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고소한 맛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숙주의 아삭아삭함도 있어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버터와 코코넛밀크를 넣어 고소함을 살린 똠얌꿍.
태국 요리 중에서도 한국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 것이 푸팟퐁가리다. 푸팟퐁가리는 게 카레다. 게 대신 새우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꽃게 등을 사용하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프트쉘크랩을 이용한 푸팟퐁가리가 별미다. 소프트쉘크랩은 게가 탈피를 끝내고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의 게를 말한다. 1시간이 지나면 껍질이 보통의 게들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기 때문에 1시간이 지나기 전에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큰 통에 게를 잡아 두거나 양식된 상태로 두다가 탈피할 시기가 되면 컨베이어 벨트 같은 곳에 올려둔다. 그리고 게가 탈피를 끝내면 그 상태로 잡아들여 가공한다. 소프트쉘크랩의 겉껍질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얇아서 튀기면 바삭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이것에 카레 가루와 달걀 등을 넣은 부드러운 소스를 만든 뒤 끼얹어 먹는다. 푸팟퐁가리의 소스는 달짝지근한 맛이 강한 편이다. 이유는 소프트쉘크랩 자체가 짭짤해 그 맛을 중화하기 위해서다.
태국의 고급 쌀인 자스민 라이스.
푸팟퐁가리는 카레이므로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태국에서는 마치 우리의 흑미처럼 생긴 자스민 라이스를 맛볼 수 있다. 자스민 라이스는 흑미보다는 길이가 길고 보통의 태국 흰쌀보다는 찰기가 더 있다. 요리에도 궁합이 있듯 태국 요리는 태국 쌀과 함께 먹는 것이 더 풍미가 있다. 한국에서 주로 먹는 쌀은 쌀 표면에 찰기와 윤기가 있어 카레 같은 소스가 겉에만 묻게 된다. 하지만 태국 쌀은 상대적으로 부슬부슬 날리면서 찰기가 없어 쌀의 속까지 양념이 배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