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人無百歲人이나 枉作千年計니라
(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
사람이 백 살 사는 사람이 없거늘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운다.
⋇ 歲(해 세) : 나이.
⋇ 枉(굽을 왕) : 헛되이. 공연히.
(해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각자의 꿈과 희망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 점철되어지는 긴장 속에서 맛보는 희열과 성취감에 가슴 뿌듯한 행복감 때문이리라. 비록 그 기간이 백년에 못 미치지만 위대한 삶을 살다간 위인이나 영웅들의 업적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새로운 세대에게는 꿈을 심어 주게 된다. 어떻게 태여 났느냐? 보다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王侯將相 寧有種乎(왕후장상 영유종호 :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가혹한 신분제도로 태여 날 때부터 정해진 벽을 넘지 못하던 군주시대에 신분의 벽을 넘어서기 위한 몸부림을 치며 외친 처절한 목소리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한민족의 지배는 얼마 안 되고 외부 부족들에 의한 지배가 더 많았다. 한 왕조의 말기에 이르러 혼란과 권력의 사분오열은 민중의 봉기로 나타나고 영웅이 탄생하며 새로운 나라의 주인이 된다. 그런데 이 영웅이 거의 빈천한 신분에서 일약 뛰어난 활약으로 새로운 지도자로 탈바꿈하며 혼란한 세상을 바로 잡고 새로운 왕조를 탄생시킨다. 개천에서 용 났다. 미꾸라지 용 됐다고 표현하지요.
愚公移山(우이공산)의 고사처럼 자신의 대에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뜻을 받든 후예들이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이루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遺業(유업)이라는 것이 후손들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염원은 그 끝을 보기 전까지는 고집스럽게 계승된다. 어느 것은 달성하지 못하고 그 家系(가계)가 멸문되어 역사 속에 묻혀 지기도 한다. 궤를 달리하는 내용이겠지만 영생 혹은 부활을 믿는 신앙은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내었다. 이집트의 미라, 조각 그리고 영혼을 담는다는 기물들은 많은 전설과 괴담을 만들어 내었다.
신화의 탄생 뒤에는 그러한 목적이 숨어있고 또한 그들의 신앙이 잠재되어 있다. 그 동안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꽃피우고 사라져간 수많은 민족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사라져 가는 종족과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유엔에서 현재 사용되는 5대 언어로 기록을 하고 있다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왕조의 부침기간을 보면 대개 3~500년의 주기를 가진다. 하나의 思潮(사조)도 5~100년의 주기로 부침을 하고 있음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요즘은 불확실성에 다양성으로 그 시기가 단축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부질없다고 해도 그런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실천한 조그마한 노력일지라도 그를 이어받아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헛된 계획은 아니다. 다만 시간의 경과로 인해 당초의 계획과는 괴리를 보여 현실에 맞게 수정되고 보완되는 경우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겠지요. 흔히 말하길 12가지 재주를 지닌 자가 밥 굶는다. 하지요. 성공을 하려면 한 우물만 파야 하는데 이곳저곳 들쑤셔대기만 하다보면 결국은 물맛을 보지 못한다는 경고성 말이지요. 결국은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결실을 보고 다음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욕심이 앞서 마무리도 못하고 일만 요란스럽게 벌리는 우를 범함을 경계하는 교훈이 되겠지요.
자원입니다.
枉(굽을 왕)은 제 멋대로(王) 자란 나무(木)
문화재의 보전
옛 墨客(묵객)들은 그림 속에 사군자를 인격화하여 사람 보호하듯 보존하는 관습이 있었음.
매화는 萼綠子(악녹자)라 하여 격정이나 질투의 불꽃에 몸을 데일까봐 눈 내리는 산골짜기에 숨어 산다. 그래서 질투에 겨운 사람이나 격정을 못 가는 사람이 혼이 담긴 그림속의 매화를 보면 매화꽃이 변색하는 것으로 알았음. 난초는 燕尾子(연미자)라 하여 속세를 떠나 심산유곡에 사는 성현이라 이 그림이 있는 곳에 밥 짓는 연기나 고기 굽는 연기, 몸치장하는 분 향내가 와 닿으면 그림틀과 색이 이지러진다. 대나무는 笑笑子(소소자)라 하여 낙천적이기에 근심 걱정이 있거나 눔을 흐리고 보면 본색이 사라지고. 국화꽃은 嚴口子(엄구자)라 하여 두 마음을 갖거나 사심이나 변심한 자가 보면 그림 속의 꽃 색깔이 분명히 퇴색하는 것으로 알았다. 즉 혼이 담긴 문화재는 물리적 외기에만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질투, 근심, 걱정, 변심, 배반에도 민감하게 감응하는 것으로 알고 그 문화재에 접함을 근신케 했다. 묵화의 검은 색은 그 濃淡(농담)으로 99색을 낼 만큼 다양하다. 그 빛깔의 농담에서 발하는 채색의 변화에 따라 그 그림을 청명 전에 그렸는지, 장마철에 그렸는지, 구름이 많은 날에 그렸는지, 서풍이 부는 날에 그렸는지 알아낼 수 있었을 만큼 환경에 민감한 서화임.
전시문화재도 사람처럼 오랫동안 관람객의 눈앞에 노출되면 피로한 기색을 보인다고 말한 이는 미술품 보존에 평생을 바치신 고 崔淳雨(최순우) 미술관장임. 그래서 문화재 훼손방지책으로 보존 문화재에 대한 휴식년을 역설했음. ※ 勒(굴레 륵), 跏(책상다리할 가).
일본 고도 교토에 일본국보 제1호인 彌勒半跏思惟像(미륵반가사유상)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 廣隆寺(광융사)가 있다. 그 광륭사 불전 앞에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학생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불전이 텅 비어있는 데도 관람시키지 않는 이유는 관람객의 땀이 증발하여 국보의 표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에 단체 관람의 경우 땀을 식인 후 들이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었던 것이다.(이규태 코너 1996년)
生年不滿百(생년불만백) - 文選(문선) -
生年不滿百(생년불만백) 인간의 일생 백년도 안 되는데
常懷千歲憂(상회천세우) 늘 천년의 세월을 근심한다.
晝短苦夜長(주단고야장) 낮은 짧고 밤은 길어 괴롭다고 하지만
何不秉燭遊(하불병촉유) 어찌해 촛불 켜고 놀지 않는가?
爲樂當及時(위락당급시) 즐거움을 구한다면 그 때를 놓치지 말라
何能待來玆(하능대래자) 어찌 오늘의 해를 기다릴 수 있으랴
愚者愛惜費(우자애석비) 어리석은 사람은 재물 쓰기를 아까워 하지만
但爲後世嗤(단위후세치) 그것은 뒷날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仙人王子喬(선인왕자교) 저 선인 왕자교처럼
難可與等期(난가여등기) 더불어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는 자 누구인가?
※ 嗤(비웃을 치), 喬(높을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