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지인여행은 근대로의 시간여행, 군산근대골목투어를 다녀왔습니다.
2월 하순이 졸업시즌에 유독 바쁜 때인지 참가자모집이 쉽지 않아 아슬아슬 성사된 여행이었지만 역시나 떠나면 기분좋고 상쾌한 건 이번에도 어김없더군요. 군산내항 근처에서 골목길을 구석구석 걸으며 역사의 숨결이 묻어나는 문화유산들을 만나고 군산의 먹거리, 소도시 골목길의 정취를 느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여행하는 밝은 모습에 저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날은 포근했는데 오후에는 약간의 미세먼지가 날았어요. 하지만 여행 다니기엔 그다지 나쁘지 않은 날이었고, 차량통행도 많지 않아 서울에서 군산까지 오고가는 고속도로도 정체가 없어 제시간에 깔끔하게 다녀왔습니다.
항구도시인 군산은 인근의 쌀을 수탈해가기 좋은 지리적 입지로 인해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모여들었고, 넘쳐나던 돈을 관리하던 은행과 세관이 발달해온 곳입니다. 그래서 군산근대골목은 1900년대 군산을 지배해온 일본인들이 남긴 흔적들과 이에 맞서 우리의 정신을 이어온 사람들의 기록이 오롯이 남아있는 공간입니다. 이번 근대골목투어에서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군산근대사의 개괄적인 이해를 하고, 군산내항 근처의 옛 세관과 은행건물들, 일본식가옥과 일본식사찰 등 일본의 흔적을 둘러보고 마지막에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삶을 묘사한 소설가 채만식문학관과 근처 아름다운 금강하구둑에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서울을 출발해 제일 먼저 들린 곳은 경암동철길마을입니다. 페이퍼코리아라는 제지회사가 군산역부터 회사까지 종이운송을 위해 설치한 2.5km에 달하는 철로가 사람들이 사는 집 옆으로 바로 나있어 놀랍기만 한 곳입니다. 지금은 기차 운행을 하지 않아 철길흔적만 남아있는 경암동철길마을에 들러 철길을 잠시 걸어보았습니다. 녹슨 철길에 지금은 빨래줄과 텃밭이 덩그마니 남아있더군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집과 맞닿은 철길마을을 둘러보고 군산내항 근처로 이동합니다.
서울에 있는 한국은행, 서울역사와 함께 한국의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히는 군산의 구 군산세관 본관, 적산가옥을 지금은 갤러리로 운영하는 장미갤러리, 현재 건축박물관으로 운영하는 구 조선은행건물을 둘러보고 빈해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빈해원은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식당으로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인데 중국풍의 실내장식이 멋진 곳입니다. 맛은 보통이고 서비스도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오랜 된 건물, 60년을 한 장소에서 한결같이 중국요리를 만들어온 전통있는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해본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간략한 해설을 들은 후 자유롭게 관람했는데, 특히 3층 근대생활관은 마치 세트장처럼 1930년대 군산의 생활상을 꾸며놓아서 어른 아이 구분없이 다들 즐거워하시더군요. 걱정거리 많고 챙길 거 많아 동심으로 돌아갈 여유도 갖기 힘든 어른들한테도 아이같은 마음이 되고 아이처럼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사먹을 수 있는 참 유명해진 군산빵집 이성당 단팥빵. 우리 회원들도 빠질 수 없으셨나봐요. ㅋ 많은 분들이 줄서는 피곤을 마다않고 기다렸다 사시더군요. 이성당을 지나 심은하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 초원사진관을 들러 일본식가옥 히로쓰가옥을 둘러봅니다. 골목길은 벽화골목으로 이어지고 채만식선생의 소설 <탁류>의 현장을 따라 걷는 탁류길을 잠시 따라 걷다가 일본식사찰 동국사까지 돌아보았습니다.
골목투어를 마무리하고 버스로 이동해 도착한 금강 옆에 자리잡은 채만식문학관은 근처 금강변 산책과 함께 여행을 마무리하기 딱 좋았습니다.
골목길을 구석구석 구경하며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던 이번 군산여행은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를 많이 준거 같아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빵과 과자를 나눠먹고, 사진 찍어주고, 모르는 길 챙겨주며 함께한 여행길이 즐거웠습니다.
여행 후에 저도 목이 살짝 따끔거리는 것 같아, 얼른 목에 스카프 매고 따뜻한 물 열심히 마시고 있어요. 모두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여행 후 몸 관리 잘 하세요. 군산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시작된 일상에 작은 힘 되길 바라며 3월 제천 자드락길 여행에서 또 만나 뵐께요.
첫댓글 같이 하진 못했지만, 여행 전후 스케치들을 통해 저도 같이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 그러나 아,,단팥빵~~ 그 맛은 직접 먹어봐야 알 겠죠? 꿀꺽!~~ㅎ
봄봄님 이성당 팥빵은 꼭 한번 먹어보시길. 정말 괜찮아요^^
회원들 말씀이 요즘 팥빵이 유팽이라고 합니다. 서울에도 팥빵 체인이 많이 생겼다고. 이성당처럼 60여년 한결같은 빵집이 이런때 빛을 보는 거 겠죠^^
우리 산하를 걷는것도 좋지만 이런 여행도 좋은것 같습니다 멋져보여요 부럽습니다~~
사람들 살아가는 삶의 흔적,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골목길도 참 멋진 여행지인거 같아요.^^ 대구, 광주, 전주, 군산까지. 워낙 유산이 많은 도시들이기도 하지만 시골 소도시, 작은 동네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역사를 잘 관리하고 보존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좋은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후기를 읽으면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여행길에 함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