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애국심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오늘은 삼일절 날입니다.
얘들아! 얼른 일어나야지?
큰애 넌 국기 좀 달고, 작은애 넌 이불 좀 개거라..
여보오..당신도 어서 일어나요.
큰애: 정말 왕 짜증나네?
엄마! 왜 그래요...
오늘 일률인데..
작은애: 엄만? 왜 그래~~
히이잉~~ ~~
마누라: 우째 하나 같이 말들을 안 듣 노?
니들 단체로 반항 하는 거냐? (니들에는 나 파로호도 포함 됨)
여보~~~~~오.. 나 좀 바여!
나: 밤새도록 옆에 끼고 자고선 뭘 또 보자는 거야?
마누라: 저러니깐 애새끼들이 이 모양이지..
나: 이 모양이 어때서?
아,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이 모양보다야 훨 났지 뭘 그래...
마누라: 당신 오늘 나하고 또 싸우려고 하는 거야?
슬쩍 눈치를 살피니 마누라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소낙비는 피해 가랬다고 이럴 땐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늘 그래왔구요. 십 수년을 살아온 비결 입죠.
우리 집에서 못되고 잘못된 건 하나 같이 내 탓이고 조상 탓입니다.
이따금 잘된 것은 마누라 잘 둔 탓이고요.
내가 마누라한테 칭찬을 받는 일이라고는 그저 마누라 설거지 도와주고
걸레 빨아 아난팍으로 청소하고, 밤이면 밤마다 마누라 허리 잘근잘근
밟아주고 허리 밟다 생각나면 가끔은 홍콩도 보내주고 아침이면 출근하여
뼈빠지게 돈 벌어다 주는 것이 그래도 잘 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잘못된 일 손 꼽아보면 수 없이 많아 일일이 헤아려 볼 수도 없습니다.
말 안 듣기, 지저분하기, 머리 나쁜 것, 못생긴 것, 게걸스럽게 처 먹는 것,
지지 배 좋아 하는 것, 거짓말 잘하기 등 그 중에서 지지 배 좋아하는 일은
마누라가 제일로 싫어하는 일 입지요.
난 무쟈개 존데?
아무튼 마누라한테 열 대 맞고 덤터기로 다섯 대를 더 맞을 일입니다요.
어째 오늘이 3.1절이라는데 스토리가 삐딱하게 삼천포로 빠지네요.
오늘은 3.1절입니다.
저나 我(나)나 눈감고 짚어 봐도 애국자 집안도 아니련만 이른 새벽부터
국기를 달으라고 성화를 댑니다.
여보! 우리 터 놓고 말 좀 해봅시다.
아니 그래, 우리 집안에서 애국자라고 그래봐야 시할아버지 보국대 간 것
친정 할아버지 6.25 때 인민군에게 부역한 게 전부인데 김좌진 장군처럼 만주
봉천에서 눈보라 속에 말달리며 물 총질을 해 봤나?
아니면 김구, 안중근 의사처럼 하얼빈에서 내 벤또 니까 터져라 도시락 수류탄
을 던져나 봤나, 그것도 아니면 독립 운동에 공사 다망하여 입안에 가시라도 돋
아나 봤나!, 또 아니면 유관순 누나처럼 아우네 장터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태국
기 뒤흔들며 독립 만세를 외쳐나 봤나?, 그도 저도 아니면 6.25 사변 때 국군
장병에게 내 벤또 니까 다 처 묵어라 며 주먹밥을 날라나 봤나.
아니면 월남 전쟁 때 고엽제를 옴팍 뒤집어쓰고 오뉴월 똥 개 부랄 앓듯 앓아나
봤나. 그것도 아니면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금란로에서 짱 돌 한 개 던 저나 봤나
이 말이여....!
왜 새벽부터 태극기를 달으라고 지랄이야 지랄이.....
나. 정말 큰 놈 처럼 왕 짜증나려고 하네?
지가 애국자면 얼마나 애국잔데
나더러 조국이 어쩌고저쩌고
삼일절이 어쩌고저쩌고 하냔 말이여!
정 조국은 축구 선수고 3.1절은 앞뒤로 3일 동안 일절 일하지 말고 놀라는 날인데
태극기야 구청에 걔내덜이 새벽 같이 나와서 어련히 척척 잘 달아 줄 끼고 만세
삼창은 여의도에 할 일 없는 걔내들이 목이 터져라 애처 댈 텐데...
왜 국기는 달으라며 새벽같이 일어나 지랄이여 그래.
아, 느즈막에 일어나 이빨 대충 닦고, 눈곱 떼고, 코딱지 후비다 심심하면 인터넷
카페에서 놀다가 정각 10시에 사이렌 불면 때 맞춰 묵념하고, 테레비 봐주면 됐지
뭐가 그리도 불만이 많으냔 말이여...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지난번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 달때 너무 기뻐서
눈물 질질 짜며 훌쩍훌쩍 울어주면 됐고, 요새 밤낮으로 쌈박질하는 정치권 개그나
열심히 봐주면 됐지 머시기가 애국자인감?
당신은 봄이 오니 밥 맛 없고 만사가 귀찮다며 곰국은 1주 일, 미역국은 4일 동안
줄창나게 끓여낼 때 애들 얼굴 한 번 처다나 봤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먹어 주는 그 거시 애국자여 애국자! 이 사람아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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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