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2015년 4월 27일 15시
제2회 구마루 무지개낭송회는 詩映山房에서
구마루 무지개낭송회
♣ 낭송 차례
김동섭 / 윤달/ 김일곤
김상남 / 진달래꽃 / 김소월
서용재 / 한라산 정상에서 / 이문원
심재은 / 별까지는 가야한다/ 이기철
이경희 /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장꼭지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답다/ 이채
홍상숙 /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 심순덕
최진자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이정석 / 가방 끈 짧은 나 / 자작시
김봉곤 /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 박정만
민문자 / 참 멋진 사람 / 자작시
이승진 / 만장 / 자작시
▲윤달 / 김일곤 시 / 김동섭 낭송
박음질이 선명하다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갈 뿐
뒷걸음칠 수도 옆길로 들 수 없는 바느질
깁고 꿰매는 수행법이 인생을 닮았다
사는 일도 옷 짓는 일 같아서
자식 기르는 일 날실로 삼고
세월을 씨실 삼아 한 땀 한 땀 짜 왔다
치자 빛 삼베옷 펼쳐놓고
동정과 옷섶 매만지며 왜 웃곤 하실까
연꽃 입술 초승달 눈썹 그려서
시집 온 날처럼 가시려는 걸까
윤사월 햇살 좋은 툇마루에 동그마니 앉아
마름질 마친 수의,
마당가 마른 햇살에 얼비쳐보는데
살아오신 것처럼 어긋남도 틀어짐도 없다
목련꽃 피고 풍경소리 맑게 우는 날
아슥한 길 떠날 때
입을 삼베옷 한 벌
▲진달래꽃 / 김소월 / 김상남 낭송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한라산 정상에서/ 이문원 / 서용재 낭송
태고의 정기 정상에 남아
하늘로 통하고
드넓은 산자락 평원을 이뤄
바다에 닿는다
거대한 분화구 잔설에 덮여
백록담 명경지수 모습을 숨긴 채
보일 듯 말 듯 옅은 안개 속에 넘나든다
맑은 햇살은 평원을 비추고
하얀 뭉게구름 고운 자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 심재은 낭송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 이채 / 장꼭지 낭송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리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 이경희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 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참 좋은 당신/ 김용택 / 홍상숙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최진자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방 끈 짧은 나 / 이정석 자작시 낭송
어느 지인이 나를 보고
가방 끈이 짧은 시인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
나는
끈이 긴 가방을 메고
약속한 장소를 가기 위해
전철을 타는데
여러 사람 사이에 끼어 고생했고
급기야 전철 문에까지 걸리는
위험천만한 수모까지 겪었네
남들이야 가방 끈 길면
모두가 정말 좋아할지 몰라도
내게만은
가방 끈 길어 봤자
아무 데도 쓸모가 없고
활동하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라
평소 가방 끈 짧은 내가 제일로
편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된 하루 였다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 박정만 / 김봉곤 낭송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보는 것을 나도 보고
네 눈에 흐르는 눈물로 나도 흐르고 싶어
어쩌다 웃고도 싶어
밤이면 네 눈 속에 뜨는 별처럼
나도 네 눈 속에서 별로 뜨고 싶어
간혹 꿈도 꾸고 싶어
네 눈 속에 꿈꾸는 길이 있으면
나도 네 눈 속에서 꿈꾸는 길이 되고 싶어
끝없이 걸어가는 길이 되고 싶어
어쩌다 그 길에서 나그네도 보겠지
그러면 나도 네 눈 속에서
먼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
풀밭에 주저앉아 가끔가끔 쉬어도 가는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가리키는 방향을 나도 보고
네 마음의 풍향계도 바라보고 싶어
저기, 키 큰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군
네 눈 속에서 바람이 지나고 있어
나도 네 눈 속을 지나는 바람이고 싶어
네가 보는 것을 나도 볼 수 있지
왜냐하면 나는 네 눈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네 눈 속에서 멧새가 살고 있어
갓 움이 돋은 고란초도 살고 있어
그날은 비갠 오후 저녁 때
네 눈동자 속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지
나도 네 눈동자 속에 무지개로 내리고 싶어
그리하여 네 가장 아름다운 젖무덤에
어린 양처럼 운순한 코를 박고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잎의 모습으로 죽고 싶어
나는 끝끝내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참 멋진 사람 / 민문자
미소 띤 얼굴로 다정히 인사도 건네시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남의 건강도 살피시며
인생사 진지한 문제도 멋스러운 유머로
필요한 때에 적절한 말씀 즐겁게 이야기해
늘 진리와 지혜, 참 삶을 가꾸시는 사람
시낭송이나 세레나데도 수준급이어서
그를 만나면 이유 없이 기분 좋아
한밤중에도 전화로 목소리 듣고 싶은
먼 나라에 한 보름쯤 함께 여행하면서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은 바로 당신
참 멋진 사람
▲임승진 / 만장(挽章) / 자작시
해묵은 감나무 가지 끝에
갈기갈기 찢겨진 홍시가
초겨울 메마른 바람에 떨고 있다
홍조로 터질 것 같았던 미소는
무서리에 쫓겨 떠나버린지 오래
누구의 울음인지
끈적끈적 흘러내린 오열이
풀 먹은 창호지처럼 굳어져 간다
초롱초롱 보석 같았던
결실들은 어디로 갔는지
차곡차곡 꿈꾸는 대로 피어나던
잎새들은 이미 땅에 누워 있고
일찌기 둥지를 떠났던
새들만이 돌아와 조문을 하는데
남은 살점, 몇 점
살아있는 그들에게 마저 주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에
붉은 깃발로 나부끼고 있다
첫댓글 좋은 시간 가지셨군요.
시영산방,,, 참 아름다운 곳이네요.
힐링 많이 하고 오셨죠?
함께 하셨으면 더욱 좋았을 것,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