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12. 비구가 보시를 받을 때의 마음가짐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단월(檀越)의 집을 찾아가려고 할 때 먼저 이러한 생각을 한다고 하자.
‘만약 보시할 물건이 있으면 빨리 나에게 주어야지, 늦게 주지 말아야 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나에게 보시하고 지성껏 해야 하며,
원컨대 내가 많이 얻고 적게 얻지 않게 해야 하며,
정교하고 좋은 물건으로 주어야지 거칠거나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비구가 뜻을 굳히고서 단월의 집에 가는데 단월이 비록 주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지 아니하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주지 아니하며, 음식을 보시하나 풍족하게 주지 않으며, 거칠고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지 않으며, 설령 보시를 하더라도 늦게 주고 빨리 주지 아니하면,
이 비구는 뜻에 맞지 아니하므로 부끄러워하고 근심하면서 손해 보았다는 마음을 낸다.
그러나 이 비구는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단월의 집에 왔지만 이는 나의 집이 아니니, 어떻게 나의 마음에 맞겠는가?
그리고 어찌하여 단월로 하여금 빨리 보시해야지 늦게 주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나아가서는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어야지 거칠고 좋지 못한 것으로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고 하는가?’
만약 이렇게 생각하면 얻는 바가 없다 하여도 마음에 후회나 한탄이 없고, 늘거나 줄었다는 마음을 여의고, 원망이나 혐오가 없을 것이다.
설령 저 단월이 보시를 적게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주지도 않고, 빠르지 않고 더디게 주며, 나아가 거친 것으로 주지 정교하고 좋은 것으로 주지 않아도, 이와 같은 비구는 싫어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또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늘거나 줄었다는 생각도 없느니라.
가섭 비구는 단월의 집에 갈 때,
‘이는 나의 집이 아니니 어떻게 나의 뜻에 맞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가 지극한 마음으로 늦지 않고 빨리 주기를 바라며, 나아가 정교하고 좋은 것만 주고 거칠고 좋지 못한 것은 주지 않기를 바라겠는가?’라고 생각한다.
가섭 비구는 이런 생각을 갖고 단월의 집에 가기 때문에 비록 보시를 얻지 못하여도 도무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늘거나 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반드시 이러한 마음을 갖고 남의 집에 가야지,
‘나에게 빨리 보시하고, 나아가서는 정교하고 좋은 것만 보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대들은 마땅히 가섭 비구를 배워서 그처럼 단월의 집에 가야 한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