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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 기자
저는 ‘사도요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성당에서 쓰는 성물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출판사’에는 몇 년간 성물을 납품 했으나 금년 중순경 납품을 중단했습니다. 현재는 가톨릭출판사에서 받아야 할 미수금이 제법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성물제작을 했고,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에서 제일 큰 출판사인 ‘가톨릭출판사’에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과 교회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성물을 납품하게 된 곳이 다름 아닌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가톨릭출판사라는 곳이어서 더욱 기뻤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바람과 기대, 기쁨은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가톨릭출판사와 거래하면서 든 생각은 출판사가 창립이념인 ‘문서를 통한 복음전파’보다는 ‘돈’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실망감이 커졌습니다.
또 가톨릭교회의 한 지체로서의 소명의식이나 복음정신 구현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다만 ‘이익을 내야하는 경영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졌습니다.
제가 이런 결론에 이르러, 더 이상 가톨릭출판사와 거래하는 게 교회를 돕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굳어져 거래를 중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2월, 평화방송과 신문에서 “서울대교구의 사제평의회에서 성물방을 가톨릭출판사에서 일괄 관리하도록 결정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이 보도를 듣고 ‘가톨릭출판사’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판단해 납품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서울대교구에서 말하는 대로 성물방을 가톨릭출판사가 단독 운영하게 되면 저는 사업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납품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런 기회를 포기한 제 결정을 가톨릭출판사 측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제가 제 사업 이익과 직결된 가톨릭출판사와의 거래를 중지해야겠다는 결정하게 된 이유는, 날로 탐욕스러워지는 교회의 모습과 제게 주어진 ‘소명의식’이 다르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래를 중지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저는 일정기간 주님께 내가 하려는 결정이 옳은 길인지 여쭙는 시간을 갖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출판사와의 거래를 중지하기로 결심하자 놀랍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보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가톨릭출판사가 서울교구 성당의 ‘성물방’을 통합해 운영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여러 성물업체를 만났고, 그들과 연대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출판사에서 각 본당 성물방을 흡수하기 위해 출판사 사장명의로 각 본당 신부님들께 사업의 당위성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는데, 성물방을 출판사가 운영하려는 주된 목적은 세금을 투명하게 납부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교회에서 종교행위를 위해 쓰는 물품은 면세이기 때문에 그동안 세금 납부와 관련한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또 출판사가 성당에 보낸 공문에는 ‘품질이 조잡하다’, ‘중국산 제품으로 폭리를 취한다’, ‘저작권위반을 했다’ 등의 내용과 함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성물이미지를 동봉해 성물업자들을 음해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문 내용이 대부분 허위이며, 출판사 측이 편집한 사실이 드러나자 출판사 사장 신부는 잘못을 시인하고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 없이, 성물방 영역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성물업자들은 그동안 이 문제를 풀고자 출판사 측에 공청회를 요청했지만 묵살되었고, 세금 납부를 명분으로 앞세운 가톨릭출판사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며, 저희에게 백기 투항하라는 듯 성물방 독점운영사업 추진에 거침이 없습니다.
마치 출판사 뒤에는 가톨릭 서울대교구가 있고 또 총대리 주교가 있고 교구장이 있으니 너희 성물업자들이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인 거 같습니다.
출판사 사장신부는 9월 23일자로 성물업자 단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 “10월 15일까지 답이 없을 시 자체적으로 성물방 POS 매장화를 추진하겠다며, 성물방 POS화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각 본당 성물방 POS화란 ‘각 성당 성물방에서 판매하는 성물을 가톨릭출판사가 독점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성물 제작 업체는 오직 가톨릭출판사에만 납품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희 영세 성물업체에 보낸 이런 공문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협박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결국 우리 영세업자들이 아무리 부당하다고 호소해봐야 소용없으니 총대리 주교님을 앞세운 가톨릭출판사 갑의 위세에 굴종하라는 뜻에 다름없어 보입니다.
공문은 프란체스코 교황님 말씀을 출판사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왜곡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공문에 “전 세계의 가장 큰 어른이신 프란체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9월 15일 어떤 가톨릭 시설이라도 상업적 행위를 할 경우 세금 면제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회가 수익사업을 하면 교회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마치 교황께서 교회가 수익사업을 벌이면 세금을 내야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인용했는데, 교황께서 하신 말씀의 진의는 그게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교황께서는 유럽에 시리아 등 난민들이 몰려오자, 어느 수녀원이 빈 공간을 호텔로 개조해 돈벌이에 나서려고 하자 “하려면 하라고 했다. 다만, 그 이름에서 종교적 단어를 빼고, 세금은 다른 호텔과 똑같이 내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수녀회가 빈 수녀원을 호텔로 개조해 돈을 벌면 수녀회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것은 더 이상 수녀회가 아니라는 의미이고 교황께서는 이런 행위를 ‘돈의 악마, 유혹’”이라고 호되게 지적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이런 지적말씀의 진의는 ‘교회에서 돈을 버는 목적이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고 탐욕스러워 진다면 이는 ‘악마의 유혹’이라고 꾸짖는 말씀입니다. 교회를 이용해 돈을 벌려면 그 기관 명칭에서 ‘가톨릭’이라는 단어를 빼라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가톨릭출판사는 교회의 눈과 목소리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교회의 한 지체라고 봅니다. 그러나 성물방을 독식해 운영하려는 기톨릭출판사의 모습은 거대한 가톨릭 교회조직를 등에 업고 행하는 ‘갑’의 폭력으로 비춰집니다.
저는 오늘, 제 눈에는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실제 속셈을 뒤로 감추고 납세를 명분으로 내세워 영세 성물납품업자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들려는, 가톨릭출판사의 횡포를 교회와 하느님 앞에 고합니다.
더불어 이미 가톨릭출판사에게 납품한 뒤 받지 못한 미수금의 회수도 시급합니다.
출판사에 납품하고 받지 못한 미수금액은 업체당 수 천 만원에 달합니다. 성물방을 독점 운영하겠다며 성물방을 점차 인수해가는 가톨릭출판사가 이 미수금 문제를 언제 어떻게 정리해 줄 것인지, 출판사 측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아직도 없는 상태입니다.
끝으로 가톨릭출판사가 각 본당 신자들이 쓰는 기도용품에도 세금을 붙여 팔겠다면서, 성물방을 독점 운영하겠다는 진짜 속셈은 무엇인지, 그 일이 하느님 앞에서 떳떳한지 묻고 싶습니다.
덧붙여서 :
이 글을 읽으시는 신자 분들 중에는 “기도해야지~ 꼭 이런 방법으로 교회를 욕 먹여서야 되겠는가?” 라고 언짢아하실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 사람이 오죽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가톨릭출판사가 하려는 성물방 독점운영 추진은 저와 여러 성물업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