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바다와 검은 돌담의 유혹 ‘소가 누워있는 섬, 우도’
물 위에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우도는 제주의 부속 섬 중 가장 크다. 깨끗한 바다와 기이한 해식동굴, 아름다운 우도팔경에 검은 돌담까지 우도의 매력은 끝이 없다.
|
우도의 봄 봄을 맞은 우도는 유채꽃을 품에 안았다. 너른 들판에 흙빛 매력을 풍기며 서 있는 돌담은 유채꽃과 바다의 경계를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섬을 지키고 있다. (우도면 최영규제공) |
섬에서 섬 여행이다. 제주도 동쪽 바다에 평탄하게 자리 잡은 땅. 소가 누워있는 모양처럼 용암이 굳었다. 그래서 이름도 소섬, 일명 ‘우도(牛島)’다. 이른 아침 제주에 내리자마자 우도로 들어가기 위해 성산항을 찾아갔다. 연인과 가족이 붐비는 우도행 배에 차를 실었다. 우도까지 배로 15분.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날린다.
|
자전거를 타고 처음 우도에 왔을 때는 소가 누워있다는 모양을 알아보지 못했더랬다.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 뒤쪽 배경이 누워 있는 소 앞다리와 배 부분이다.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돌면 힘은 들지만 섬의 구석구석을 더 느낄 수 있다. (이윤정기자) |
180만평의 화산섬,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인 섬에 1천800여명의 주민이 산다. 투명한 바다와 흙빛 돌의 매력은 하루 3~4천명의 관광객을 유혹한다. 주민 중 관광업 종사자는 200명 남짓. 섬사람 대부분은 어업과 농업에 종사한다. 비옥한 땅 덕분에 마늘, 양파, 땅콩 등 농산물 수익은 수산물 소득을 앞선다. 하지만 농촌 노령화는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주민의 50% 이상이 60세를 넘는다. 여느 시골 마을처럼 조용하고 순박한 기운이 흐른다.
돌담 너머로 걸을까, 밟을까, 달릴까.
우도에 내리자마자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나지막한 집과 소박한 돌담에 마음을 빼앗긴다. 우도 격벽돌담은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바람의 길을 내줬다. 무너질 듯 세월을 이겨낸 견고한 담의 비결이다. 우도 돌담은 집담, 산담, 밭담 등 종류가 다양하다. 돌담 너머 풍경에서 밭을 만날지, 집을 만날지, 바다를 만날지 종잡을 수 없다. 검은 돌담이 가져다주는 설렘 덕분에 우도 예찬자가 되어 버린다.
|
우도올레 우도에 올레길이 생겼다. 차가 많이 다니는 해안도로 대신 내륙으로 돌담길을 따라 걷는 길이 많다. 우도에서 돌담길을 따라 걸을지, 자전거 페달을 밟을지, 자동차로 달릴지의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우도올레 강영호제공) |
섬을 일주하는 도로는 그리 넓지 않다. 승용차 두 대가 조심조심 피해야만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운전을 하다 순환버스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비좁은 길을 빠져나가려 식은땀을 흘려야 한다. 좁은 길을 차로 달리니 옆을 지나는 자전거 여행객에게도, 걷는 여행객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수학여행 온 수백명의 학생도 관광버스로 우도를 한 바퀴 돌고는 사라져 버렸다. 우도면사무소 지역특화담당자 양경원씨는 “2~3시간 우도를 훑고 지나가지만 말고 천천히 우도를 느끼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바다낚시, 스쿠버다이빙 등 즐길 거리도 많거든요”하며 아쉬움을 표시한다. 최근 닦은 올레길은 차가 많이 다니는 해안도로 대신 내륙의 소박한 돌담길을 택했다. 천천히 걸을지, 자전거 페달을 밟을지, 자동차로 달릴지는 여행자가 선택할 몫이다.
영화속 풍경 평온한 섬 이야기
|
우도해녀조일리 비양동에서 공순금(68세)해녀를 만났다. 물질을 나가기 전 우뭇가사리를 말리고 있었다. 15살부터 시작한 물질을 요즘에도 매일같이 하고 있다. 일제시대 항일운동과 권익신장운동을 펼쳤던 우도해녀는 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윤정기자) |
우도는 영화 <인어공주>, <시월애>, <연풍연가>와 드라마 <여름향기>, <러빙유> 등에 배경으로 출연했다. 그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신생대 제4기 화산활동으로 생긴 우도는 선사시대 주거지인 동굴 집 자리 흔적을 통해 옛 역사를 짐작케 한다. 1697년 말을 키우기 위한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헌종 10년 김석린 진사 일행이 정착했고 이후 입도한 주민들은 영일동, 비양동, 고수동, 주흥동, 우목동, 천진동 등 8개 마을을 만들었다. 조일리 비양동에서 만난 공순금(68세)해녀는 물질 나갈 채비가 한창이었다. “60명의 해녀가 물질을 나가지. 요즘엔 우뭇가사리, 소라를 잡아와~”라며 설명을 해준다. 해안선 곳곳에 옛 해녀들의 집회 장소이자 탈의실이 됐던 ‘불턱’의 흔적이 남았다. 해녀가 직접 하는 식당에 들어서 소라회 한접시를 먹었다. 접시당 만원의 횟감이 간단한 요기꺼리로 좋다.
우도팔경을 중심으로 포인트를 잡아 도는 것도 좋지만 해안선을 따라 숨은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다. 액운을 막기 위해 사다리꼴 또는 원꼴 모형으로 돌을 쌓은 방사탑은 하르방, 할망 2기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섬 북쪽 전흘동 망루와 등대는 1948년 제주도 4.3사건 이후 공비의 침투 등 해안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도 주민이 세운 것이다. 우도 서쪽에는 하얀 돌 때문에 ‘산호사해수욕장’이라 불리는 해변이 있다. 사실 산호사가 아닌 홍조류가 하얀 빛을 발산하는 것이어서 근래에는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 海濱)이라 불린다. 섬 남동쪽에는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검멀레가 하얀 해변과는 대조적인 매력을 뽐낸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섬 북동쪽에서 관광객을 유혹한다. 우도의 바다는 환상적이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섬을 떠나기 전 우도등대공원에 올랐다. 해발132m 우도봉 정상에 오르니 푸른 빛깔의 우도잔디와 하늘, 바다가 어우러져 마지막 선물을 안겨준다. 우도팔경 중 하나인 지두청사다. 제주 여행에서 우도 섬을 들러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길/
제주 성산포항에서 우도행 도항선은 항시 대기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우도발 첫배가 오전 7시, 성산발 마지막 배가 오후 6시 30분에 있다. 차량 운송도 가능하다. 우도 내에서는 순환버스가 섬 곳곳을 돈다. 자전거나 스쿠터를 대여해 이용할 수도 있다.
맛집/
일해식당/싱싱한 회를 내놓는다. 064-782-5204
일출회관/제주 흑돼지가 주 메뉴다. 064-783-0533
해달섬/우도에서만 나는 독특한 어류를 내놓는다. 우럭매운탕이 맛깔나다. 064-784-0941
늘봄가든/정갈한 일반정식을 내온다. 064-783-7615
해녀의집/산호사 근처에 있다. 물질하는 시기에 가면 해녀가 직접 따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숙박/
우도신라펜션민박/ 서빈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064-782-5502
바다가있는풍경/ 검멀레 앞에 있다. 064-784-8335
등머을 콘도/ 비양동에 있다. 064-784-3878
백악관/ 하고수동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064-783-0232
|
지두청사우도팔경을 다 보지는 못할지라도 우도등대공원에 올라보기를 권유한다. 푸른 빛깔의 우도잔디와 하늘, 바다가 어우러져 ‘지두청사’의 선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도면 제공) |
|
얼기설기 돌담조선시대부터 생겨났다는 우도 돌담은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바닷바람의 길을 내줬다. 그래서 얼기설기 무너질 듯 보이지만 몇백년 동안 섬을 지켜낼 수 있었다. 집담, 밭담, 바다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윤정기자) |
|
서빈해수욕장국내 유일 홍조단괴해빈이다. 산호사해수욕장으로 알려졌던 서빈해수욕장의 하얀 돌은 산호사가 아닌 홍조류가 괴사해 생긴 것이다. 하얀 돌을 들었더니 자갈보다 가볍고 까끌까끌한 감촉이 돈다. (이윤정기자) |
|
여름을 맞은 우도우도팔경의 하나인 서빈해수욕장이 여름을 맞았다. 서빈해수욕장도 아름답지만, 대조적인 매력을 풍기는 검멀레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빛나는 하고수동해수욕장도 환상적인 경관을 뽐낸다. (우도면 제공) |
|
해녀의 집해녀의 집에 들어서자 직접 잡은 소라 회를 한접시 가져다준다. 접시당 만원의 횟감이 간단한 요기꺼리로 좋다. (이윤정기자) |
|
우도박물관폐교된 연평초등학교를 보수해 운석관, 우도생활관, 해녀관 등의 학습체험장을 꾸몄다. 김철수해설사가 우도해녀복의 변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정기자) |
|
전포망도제주 본도와 우도사이 배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경관을 우도팔경 중 하나인 ‘전포망도’라 한다. 평평한 화산섬은 물위에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우도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