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12〉“좋은 벗과 선지식 만남이 수행의 완성”
낳은 사람은 부모, 완성시켜 주는 사람은 벗
수행자에 따라 깨달음 영향 달라
위산의 ‘경책문’에 상세히 기록
중국 당나라 때에 ‘일지선’으로 유명한 구지(俱?) 선사가 있다. 구지 선사는 법을 묻는 누구에게나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고 하여 그의 선을 일지선(一指禪)이라고 한다.
구지 선사가 젊을 적,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채 암자에 홀로 머물 때이다. 실제(實際) 비구니가 찾아와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들고 구지 선사의 선상(禪床)을 세 바퀴 돌고는 주장자를 선사 앞에 우뚝 세우며 말했다.
“화상이여! 한 마디 일러보십시오. 그러면 삿갓을 벗겠습니다.”
비구니가 세 번이나 물었지만 구지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님이 가려고 하였다. 구지가 ‘날도 저물었으니 하루 묵고 가라’고 해도 실제 비구니는 홀연히 떠나버렸다.
이후 구지가 탄식을 하고 지낸지 열흘 무렵쯤, 천룡(天龍) 화상이 와서 그에게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자, 그때서야 구지가 깨달았다. 구지가 발심하고 정각을 이루는데, 실제 비구니는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수행자에 따라 스승의 기연(機緣)으로 깨달은 선사도 있지만, 도반이나 주위 사람에 의해 깨달음을 이룬 선사도 많이 있다. 어느 선사는 스승보다는 도반의 가르침이 큰 경우도 있다.
당나라 때에 5가 7종의 선종이 확립됨으로서 북방불교의 선사상이 확립되었다. 이 선종 5가 가운데 산문을 최초로 열은 사람은 위앙종의 위산영우(山靈祐, 771~853)이다.
처음 위산이 위앙종을 개창할 때, 적극적으로 도운 사람은 서원대안(西院大安, 793~883)이다. 대안은 위산과는 스승 제자관계가 아닌 사형사제로서 서로 탁마하는 도반이었다. 대안은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위산에 머무르기 30년, 위산의 밥을 먹고 위산의 대변을 보았지만 위산의 선(禪)만은 배우지 않았다.”
일반 사회에서는 가르침을 받고도 선지식을 부정하는 막 되먹은 사람으로 여기겠지만, 선가에서는 깨달음의 본체를 얻은 사람으로 여긴다.
제자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기로 유명한 덕산선감(德山宣鑑, 782~865)의 제자로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과 암두전활(巖頭全, 828~887)이 있다. 당시에 ‘북쪽에 조주가 있고, 남쪽에 설봉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시 설봉의 선풍이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설봉이 공부를 하는데 있어, 스승 덕산보다 사형사제이자 도반이었던 암두의 영향이 매우 컸다.
어느 날 설봉이 암두에게 이렇게 물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뒷날을 어찌해야 합니까?”
“오는 뒷날 거룩한 가르침을 드날리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배운 여러 가르침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한 뒤,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와 이 세상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암두가 이 말을 끝내자마자, 설봉이 깨달았다.
위산의<경책문(警策文)>에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고, 나를 완성시켜 준 사람은 벗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틀림없는 말인 것 같다. 필자가 군더더기 말을 덧붙이는 것보다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잡아함 27권 <선지식경>에 의하면,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수행자에게 좋은 도반이 있으면 그 사람은 수행의 반을 완성한 것이 아닐까요?”
부처님께서 고개를 저으시며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렇지 않다. 좋은 벗이 있다는 것, 선지식이 있다는 것,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수행의 전부를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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