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2차 경남 통영 만지도 연대도(2023.6.1.)
오늘은 통영에 있는 만지도 연지도 트랙킹을 했습니다. 평소보다 1시간 빠른 6시 반에 출발하여 10시 배를 타고 만지도로 들어갔습니다. 날씨는 우산을 쓸까 말까 망설일 정도로 약한 부슬비가 내리고 약한 해무가 낀 정도여서 등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연대봉은 해발 220미터에 불과했지만 해수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육지의 산의 높이에 비하면 만만한 산은 아니었습니다. A조는 만지도와 연대로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를 건너 연대도의 연대봉을 돌아 만지도의 만지봉까지 풀코스를 주파하고, 일부는 연대봉만, 일부는 만지봉만, 그것도 아니면 몽돌 해변만 보고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출렁다리도 좋고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도 좋았습니다. 안개가 있어 수많은 섬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안개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섬의 모습이 오히려 신비감에 젖게 해서 좋기도 했습니다.
만지도는 한문으로 늦을 晩자에 땅 地로 쓰는데, 사람이 늦게 들어가 산 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자 세대가 아닌 요즘 사람들은 만지도를 ‘만지다’라는 말을 연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섬을 소개하는 선장의 안내말이나 책자에서 만지도를 마음을 어루만지는 섬이라는 뜻으로 소개합니다. 항구에 도착하니 ‘만지작 카페’라는 간판도 보이더군요. 경상도 말에 “내 아를 나아 도”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만지도는 경상도 말로 “만져 줘”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이름을 지은 사람의 뜻과는 관계없이 만지도는 피곤한 사람들의 심신을 만져주는 마음이 따뜻한 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섬 산행을 마치고 통영에 와서 회를 먹을 사람은 회를 먹고, 시장 구경할 사람은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번 온 곳이지만 항구를 제도로 둘러보지 못해서, 어물점에 가서 건어물 좀 사고 시간이 남아 통영항을 둘러보았습니다. 항구는 통영시 깊숙이 쑥 들어와 있고, 그 주변에 어시장과 음식점,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통영시의 이 높은 건물들이 주인이고 항구는 그냥 풍광의 일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항구가 통영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항구가 있으니 배가 있고, 배가 있으니 고기가 있고, 고기가 잡히니 사람이 모여들고, 사람이 모여드니 어시장이 생기고 어시장이 잘 되니 빌딩도 생긴 것이 아닐까요? 통영하면 충무김밥, 충무꿀빵 생각이 나겠지만, 김밥이나 꿀빵도 이 항구가 아니었으면 그 명성을 지금처럼 누릴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보면 아무 말 없이 통영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 항구가 통영의 주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통영시만 그럴까요? 우리 모두에게는 통영항과 같은 항구가 하나쯤 다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사람도, 단체도, 국가도 이 통영항 같은 항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통영항처럼 우리 목요천봉산악회를 만들고 유지하게 하는 항구는 무엇일까요? 회장님과 총무가 바로 그 항구일까요? 아니면 전국에 산재해 있는 명산들이 바로 우리 목요천봉의 항구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목요천봉산악회를 먹여 살리는 항구는 뭐니 뭐니 해도 산을 사랑하는 우리 산악회 회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를 이 나이가 되도록 먹여 살려준 나의 항구는 무엇이었을까요?
각설하고,
먼 길을 돌아 청주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더군요.
하지만 먼 길치고는 빨리 도착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자상하신 산행일지 감사합니다. 바라기는 박종완 회원님 팔 뼈가 많이 다니셨어요. 병원에서 깁스하고 집에 가셨는데 빠른시일내에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였지만
오히여 보슬비가 내리는 섬 트레킹은 운치있는 산행이 였습니다.
늘어선 명품 소나무들에 입이 떡 벌어졌고
아기자기 예쁜 섬에서 아름다운 노을과 일출도 보고 싶었던 곳 이였습니다.
비내리는 먼길 안전 운전해주신 부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기브스까지 하셨다는 박회원님...
빨른 쾌유를 기도하겠습니다.
멋진 산행기를 써주신 총장님 덕분에 많은 것을. 생각해봅니다.고맙습니다.
산행기!!
세세하게 써주신 총장님 감사합니다~^^
손 다친 종완 언니! 신경써주신 회원님들께 답글을 쓰고 싶어도 오른손을 다쳐서 문자 메시지를 못올린다 하시네요~빠른쾌유를 바라고 모든회원님들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