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목) 내변산 등산 '내변산 탐방지원센터~내소사 왕복'

[강기상]

현충일을 맞아 아들들과 산행을 계획했었다.

당초는 처가동네인 고창 방장산으로 행선지를 잡았는데 작년에 큰아들과 다녀온 기록을 확인해보니 6/18일, 날자가 무엇이 문제인고 하면...그때 인상 깊었던 게 고창고개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주능선에 뽕나무 오디가 엄청나게 열렸었다는 것.

당연히 지금 간다면 오디는 아직 익지 않았을 거라는 말씀.

그러다보니 산행후보지가 다양해진다.

방장산, 입암산, 내변산을 놓고 고민을 하던 끝에 내변산으로 결정.

전날 모의고사를 치루고 그 형편없는 결과 때문에 한바탕 실랑이를 했던 큰아들이 따라 나설지 의문이었지만 스마트폰까지 내려놓고 동참을 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출발을 앞둔 즈음에 안선생님까지 합류해서 넷이 되었고 점심은 김밥천국에서 천원짜리 기본김밥으로 8줄을 사는 것으로 준비 끝.

다른 사람들은 산에 한번 가려면 복장이며 먹거리를 엄청나게 준비를 한다는데 우리는 그냥 널린 기념품 가운데 하나씩 주워 입고 물이나 한병 챙기면 끝이니...

아들들을 생각한다면 먹거리도 좀 신경을 써야되는데 아빠의 기준이 워낙 헝그리 쪽이다보니...

9시에 집을 출발해 국도를 달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 이르러 10시25분 무렵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직소폭포까지는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산책길로 되어 있는데 잘 꾸며진 길과 함께 맑은 계곡이 이어지기 때문에 산행이 아니라 그냥 나들이길로도 그만일 것 같다.

아들들을 앞에 세우고 뒤에서 안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따라 가는데 도시락 배낭까지 진 해찬이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 계속 속보행진, 덩달아 형아 또한 힘들다 소리도 못하고 씽씽~ 진도가 아주 잘 나간다.

그냥 마구 지나치는 것 같지만 볼건 다 보는지 중간엔 뱀을 발견해 면밀히 관찰하기도 하고...거참 신통하네!

직소폭포는 여느해 요맘때 같으면 물줄기가 끊겼을텐데 올해는 봄에 비가 자주 내려서 적당히 보기좋은 수준으로 유지를 하고 있다.

좋은 계절에 좋은 곳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팍팍!

제백이고개라는 곳에서부터 가파른 길이 시작되며 관음봉 삼거리까지 바위를 넘고 철다리를 타는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중간에 한차례 물을 마신 것 이외엔 지체없이 계속 걸어 관음봉 삼거리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당초엔 관음봉과 세봉을 거쳐 가마소로 돌아 일주산행을 하려고 했는데 '관음봉~세봉' 구간이 공사중이라 탐방객 출입이 통제 된다고 표지를 붙여놓은 것.

관음봉을 거치지 않고 세봉을 올라가려면 천상 내소사까지 완전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허참!

결국 일단 내려가고 보자며 계획에 없던 방향으로 코스를 수정한다.

내소사까지는 그냥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까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지만 코스가 짧은 대신 급경사 길이기 때문에 올라오는 사람들에겐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기억을 되세겨보니 예전에 녹십자 시절 회사에서 단체로 내소사에 행사를 왔다가 관음봉을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땐 30살 전후로 무척이나 젊었음에도 지금 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체력의 차이가 났으니...

체감상으론 20년 더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20년 전보다 아니 일생을 통털어서 가장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

아무튼 일행은 내소사에 도착해 경내를 둘러보고 바람이 잘 통하는 개울가에서 챙겨온 점심식사를 알뜰하게(?) 마친다.

그 다음엔 고민이...

"너네들 다시 저 산을 넘어서 갈래? 아니면 아빠가 산을 넘어갔다가 차를 몰고 돌아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릴래?"

해찬맨은 여기까지 넘어오는 동안에 가진 힘을 모두 소진했는지 산을 다시 넘는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형아는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해찬을 따라서~

결국 안선생님과 둘이서 간편한 단독군장으로 재단장을 하고 산을 다시 넘어간다.

일주문까지 나갔다가 세봉삼거리로 넘어가는 길이 난이도로는 쉽겠지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가능한 검증이 되고 빠른 코스로 가려다보니 방금전 넘어왔던 바로 그 코스를 역순으로 타게 된다.

탐방안내소에서 내소사까지 1시간50분 가량 소요됐었는데 다시 넘어가는 길엔 1시간10분이 걸렸다.

산행안내판에 나와있는 표준시간대로라면 2시간 45분이 걸린다고 하는데...

내변산탐방안내소(10:25)~>직소폭포(10:56)~>제백이고개(10:21)~>관음봉삼거리(10:47)~>내소사 경내(12:15)

내소사 화장실(12:58)~>관음봉삼거리(13:18)~>제백이고개(13:30)~>직소폭포(13:47)~>탐방안내소(14:08)

싼타페를 몰고 변산해수욕장 방향으로 돌아서 내소사에 이르는 길은 약25km가량 된다.

애들에게 이야기 해 두었던 3시간 보다 훨씬 줄어든 시간에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해 합류.

기온이 30℃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밖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는 날씨라 그대로 차를 몰아 부안읍내로 들어가 목욕탕으로 풍덩!

식사는 마음 편하게 전주로 넘어가서 하기로 하고 또다시 차를 몰고 돌아오는 동안 해는 기울어가는데도 기온은 더 올라가고 있다.

전주 시가지에선 차량 온도계에 표시되는 것으론 33℃를 넘어서는데...완전히 삼복더위.

송천동 농산물시장에서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속에 회를 먹으니 여기가 바로 변산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