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江村>
청강일곡포촌류(淸江一曲抱村流)
장하강촌사사유(長夏江村事事幽)
자거자래당상연(自去自來堂上燕)
상친상근수중구(相親相近水中鷗)
노처화지위기국((老妻畫紙爲棋局)
치자고침작조구(稚子敲針作釣鉤)
다병소수유약물(多病所須唯藥物)
미구차외갱하구(微軀此外更何求)
두보<杜甫>
맑은 강물 한 구비 마을을 안고 흐르니,
긴 여름 강촌이 일마다 한가롭네!
스스로 왔다가 스스로 가는 마루 위의 제비
서로 친하고 가깝기는 물에 노는 갈매기네,
늙은 아내는 종이에 장기판을 그리고,
아들은 바늘 두드려 낚시를 만드네.
숱한 내 병은 오직 약만이 소용되나니,
미천한 이 몸은 이밖에 또 다시 무엇을 구하랴.
평평측측측평평(平平仄仄仄平平)
평측평평측측평(平仄平平仄仄平)
측측측평평측측(仄仄仄平平仄仄)
평평평측측평평(平平平仄仄平平)
측평측측평평측(仄平仄仄平平仄)
측측평평측측평(仄仄平平仄仄平)
평측측평평측측(平仄仄平平仄仄)
평평측측측평평(平平仄仄仄平平)
두보(杜甫)의 강촌(江村) 시(詩)는 49세 때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 서쪽 완화계(浣花溪)의 기슭, 백화담(百花潭) 북쪽에 위치한 곳에 초당(草堂)을 짓고 가족들과 함께 모여 살고 있을 때 지은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七言律詩)다. 두보 시를 보면 가족과 늘 떨어져서 살았는데 이곳 강촌(江村) 시(詩)에서는 가족과 함께 모여 살면서 일상을 읊고 있다. 맑은 강물을 마을을 휘감고 흐르고, 긴 여름 강촌 마을은 한가로운데, 제비는 마루 위에서 집을 짓고 지지배배 울고, 갈매기는 강물에서 짝을 지어 놀고, 두보 아내는 종이에다가 바둑판을 그리고, 아들은 침을 두드려 낚시, 바늘을 만들고, 두보 본인은 몸은 비록 아프지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심정(心情)을 시정(詩情)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율시는 압운(押韻)은 하평성(下平聲) 우통(尤統) 운족(韻族) 중에 류(流)·유(幽)·구(鷗)·구(鉤)·구(求)다. 두보는 철두철미하게 운(韻)의 기본원칙에 따라 평측 운을 맞춰 시를 짓는 것이, 위의 평측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를 시성(詩聖)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가 쓴 시가 당(唐)나라 역사(歷史)라고 해서 시사(詩史)라고도 한다. 두보의 시가 위대한 것은, 음풍농월(吟風弄月)이 아니라, 두보의 시(詩) 속에는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고 현실 사회를 개선하려는데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강촌(江村) 미련(尾聯) 입구(入句)인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구절 대신 다른 자료에는 친구가 자신의 녹미(祿米)를 나누어 주니<但有故人供祿米> 되어 있다. 두보는 평생을 가난하게 곤고 하게 살았다고 전한다. 그런 그에게 친구가 자기 녹봉(祿俸)을 쪼개서 두보를 도왔다는 증거다. 당나라가 망하는 것을 읊은 시가 춘망(春望) 시다. 전란으로 가족과 헤어져 살다가 가난에 시달린 친구가 이곳 강촌에서 모처럼 모여서 사는 것을 읊고 있다면 그 고마움 표시로 안빈락도(安貧樂道)로 족함을 보답하는 시로 보면 친구가 녹미로 자신을 도와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으랴? 가 시정(詩情)으로 보면 뜻이 훨씬 깊다. 두보를 도와준 친구는 검남절도사로 있는 배면(裴冕)이라고 전한다. 가족과 함께 강촌에 집을 짓고 사는지 첫해라고 하니, 후자 시구가 두보시(杜甫詩)답다고 생각이 든다. 강촌(江村) 율시(律詩) 수구(首句) 미구(尾句) 평측(平仄)을 맞춰보니 역시(亦是) 시성(詩聖)답다. 음운(音韻)에 맞춰 읽기만 해도 고저장단(高低長短) 음악(音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