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여행기(3)
다음 날은 야생 동물을 구경하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서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공원 표지판에 들러 증명사진을 찍었다. 저 너머에는 「Roosevelt Arch」가 우뚝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개선문처럼 생겼다. 과거에 Roosevelt대통령이 이 지역 방문을 기리는 기념 조형물이라고 한다.
어제 들린 「Mammoth Hot Springs」지역으로 이동하는 길가의 황량한 들판의 초원에서는 일찍부터 풀을 뜯는 엘크 무리의 여유로운 모습이 보였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연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의 천국이었다.
동쪽으로 광활한 대지와 울창한 숲 그리고 계곡에 펼쳐진 주상절리 등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Tower Roosevelt」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준령(峻嶺)들이 속세와는 떨어진 깊은 산골임을 실감나게 하였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동물의 출현을 기대하며 「Lamar River」의 물 따라 계속 나아갔다.
여기저기에서 Bison이 한, 두 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끊임없이 나타났다. 차량 가까이에 다가와 길을 건너기도 하고, 어린 새끼를 데리고 천천히 풀을 뜯기도 한다. 그 무리 사이를 피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코요테를 보았으며, 조금 떨어진 개울가의 숲에는 이름 모를 사슴 무리가 떼를 지어 앉아 있었다. 여러 차량이 정차한 곳은 분명히 어떤 동물이 출현한 표시다. 역시 숲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검은 곰과 종류 미상의 동물을 보았다.
강 건너 깊은 「Lamar Valley」에는 늑대가 살고 있다지만 모습을 감춘 모습을 끝내 마주하지 못했다. 사진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Bison무리를 실컷 구경하고 「Trout Lake」에서 길을 돌려 돌아 나왔다.
공원을 구경하면서 준수해야할 규칙이 있다. 절대로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져서도 안 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해서 보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벌칙이 만만치 않다. 올해 5월 20일 경 이곳을 지나던 한 하와이 사람이 강둑을 기어오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어린 Bison을 구해준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새끼는 무리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배척을 받아 자꾸만 사람들에게 다가와 위협이 되므로 공원관리소에서 사살을 했다고 한다. 동시에 도움을 준 사람은 공원관리법 위반(고의적으로 야생동물의 생활을 방해한 혐의)으로 무려 1040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자연의 섭리를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방해한 대가였다.
설령 그 새끼가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낙오했더라도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제 역할을 하고 죽었을지 모른다. 과거 늑대의 멸종으로 사슴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초목이 황량해짐에 따라 다시 늑대를 풀어 놓아 균형을 이룬 전례가 있다. 가급적이면 인간의 무분별한 접근을 억제하고 자연은 자연에 맡기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Tower Roosevelt」에서 남쪽으로 제법 높으면서도 험한 산길을 달렸다. 온통 보이는 것은 곱게 뻗은 나무들이 마치 평원지대를 보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보아도보아도 끝없이 펼쳐진 울창한 수목이 운해와 개울물과 조화를 이루며 차창을 스친다.
난생 처음으로 보는 웅장한 나무숲의 위용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저 멀리 숲 사이로 간간히 스치는 이름 모를 조그만 강을 흐르는 힘찬 하얀 포말이 군데군데 폭포의 소용돌이치는 외양을 말해준다. 저토록 울창한 숲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겠는가!
드디어 기다리던 「Yellowstone Grand Canyon」을 구경하기 위해 「Canyon Village」에 당도하여 먼저 점심을 먹었다. 마치 우리의 불고기 백반과 유사한 식사를 했는데 아시아계 사람을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Canyon구경을 위해 안내소에 문의하니 북쪽 회랑은 정차가 심하니 먼저 남쪽 회랑부터 갈 것을 권한다.
이 곳은 그랜드캐니언 못지않은 웅장함을 자랑하는 협곡이 있고, 그 사이를 옐로스톤 강(Yellowstone River)이 지나면서 폭포(Upper/Lower Falls)를 만들어 낸다. 폭포 그 자체도 아름답거니와 협곡은 물론이고 주변의 나무와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비경을 연출한다.
두 폭포 바로 앞까지 길 따라 내려가 볼 수도 있다. 이 웅장한 지형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라는 곳은 반드시 가보는 것이 좋다.
먼저 「Upper Falls」의 천둥치는 물소리와 그림처럼 어우러진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어서 계곡을 따라 숲 사이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감탄을 연발하면서 걸었다. 중간에 사진을 찍으면서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에 연속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맑고 신선한 공기는 더욱 속세의 미진(微塵)을 닦아내며 마치 선경을 보는 듯하였다. 몇 차례나 걸음을 중단하면서 보고 또 보아도 신비하기만 하였다.
더구나 「Lower Falls」을 따라 연이어 형성된 계곡의 모습은 가히 그랜드캐니언에 버금가는 풍광이었다. 맞은편의 깊은 계곡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와 돌과 수목의 찬란한 빛깔의 색조는 한층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더구나 우연히 나무 사이에서 발견한 한 마리 사슴의 우아한 자태는 마치 선계(仙界)를 보는 듯하였다. 여하튼 2km 이상을 걸어 구경한 광경은 지금껏 경험한 최고의 자연이었다.
잔잔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어서 북쪽 회랑으로 갔다. 이 길에서는 각 폭포를 가까이까지 내려가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유량과 천둥치는 폭포수의 굉음은 마치 천지가 창조되는 순간을 연상시켰다. 까마득 저 아래를 흐르는 폭포수가 마치 한 마리 푸른 용이 꿈틀대는 모습이었다. 이 웅장한 지형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라는 곳까지 들어가 다시 한 번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 또 감탄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 점심을 했던 식당에서 치킨으로 식사를 하고 기념품 가게를 들려 소품을 구매하였다. 인근에 있는 통나무집에 여장을 풀었는데 울창한 수목사이에 있는 곳이라 그 신선함에 오히려 한기(寒氣)를 느꼈다. 생각보다 편리한 시설이 구비된 곳으로 생각 이상으로 비용 또한 고가의 숙소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인터넷의 불통이었다. 아마도 고비용이 드는 중계시설의 설치를 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본류답게 수익에 비해 많은 비용의 지불을 차단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은 잠시 주변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였다. 이어서 차비를 채려 「Yellowstone River」를 따라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갔다. 산성의 농도가 높아 그 냄새가 코를 찌르는 「Sulphur Caldron」과 그 인근에 있는 「Mud Volcano」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에 있는 「DRAGON MOUTH SPRING」에서 솟아나는 증기와 가스는 주변의 돌까지 녹여 진흙을 만든다. 아마도 두 곳은 해당 분야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뜻밖에 이곳에서 혼자 외로이 앉아 관광객을 무심코 바라보는 Bison을 만났다.
다시 북으로 「Canyon Village」를 경유하여 Norris 북쪽에 있는 「Roaring Mountain」을 찾아 산 중턱의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구경했다. 제법 높은 산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쉬지 않고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지형이었다. 이어서 한참을 남쪽으로 달려 「Fountain Paint Pot」를 찾았다. 염산과 같은 성분의 물에 진흙이 끓고 있고, 주기적으로 간헐천이 솟아오른다. 실제로 공원에서의 마지막 행선지였다. 이 지역 역시 드넓은 지역에 산재한 간헐천이 각양각색의 빛깔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었다.
여기를 벗어나 다음 숙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행운의 멋진 시간을 갖게 되었다. 비교적 근거리에서 새끼 두 마리와 함께 먹이를 먹는 잿빛 곰(Grizzly Bear)들을 본 것이다. 덩치도 어마어마한 어미 곰 일행이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전혀 무관심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서쪽 출입문이 있는 「West Yellowstone」을 경유하여 다음 숙소로 향했다. 전형적인 미국의 농촌 풍경을 구경했는데 소와 말떼를 키우는 일반 농장과 대형 스프링클러를 이용하는 밀밭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풍경이었다. 몇 시간을 달려 「Pocatello」시에 도착해서 일식집에서 저녁을 하고 숙소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휴식하였다. 그 옛날에 원주민의 주요 거주지라고 하는데 고지대에서 바라본 시내는 매우 넓은 대지에 퍼져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이동하여 「Salt Lake」시로 갔다. 역시 차창으로 스치는 농촌과 조그만 소도시 등을 경유하며 가면서 지난 며칠 동안에 구경했던 대자연의 아름다운 절경 등을 반추하였다. 마침 탑승 시간이 여유가 있어 몰몬교 본당을 찾아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잘 관람하였다. 오래된 본당에 대한 내진(耐震)보강과 리모델링의 대규모 역사가 진행 중 이었다. 음악당에서 연주하는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게 되어 보람이 있었다.
공항에 가니 비행기가 3시간이 연착되었다. 곰곰이 이렇게 끝나가는 여행길의 막바지에 어느 곳이 가장 인상에 남는가에 대한 대화를 하였다.
첫째는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Grand Prismatic Spring)」 구경이다. 아래와 위쪽에서 연이틀을 찾아갔던 명소이다.
둘째는 아무래도 실제 수증기와 함께 물이 하늘로 치솟는「Old Faithful」과 「Riverside Geyser」였다. 주기적으로 분출하는 다른 「Geyser」들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던 까닭이다.
셋째는 「Yellowstone Grand Canyon」의 황홀한 자연이었다. 남과 북의 회랑에서 바라본 광경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멋과 풍취가 다르게 다가왔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도 남는다. 그 부근을 지나면서도 공원의 북동쪽에 있는 「TOWER FALL」과 주상절리가 발달한 신비한 모습을 부분만 보고 말았다. 아울러 많은 동물을 목격했지만 늑대와 퓨마같은 맹수를 보지 못한 점이다. 그리고 「Yellowstone Lake」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점이다. 유명한 낚시터와 박물관 등의 시설은 물론이고 호수 특유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정경을 보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을 보존하고 아끼는 것이 곧 인간의 번영을 약속하는 지름길임을 새삼 느꼈다. 이를 위한 법규와 규정을 준수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어디라도 명소가 아닌 곳이 없고 각양각색의 간헐천은 이름만 보아도 그 특징이 드러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수많은 야생동물을 조우하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매우 즐겁고 유익한 여행으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후련함이 있다.
여행을 통해 재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잊지 못할 추억담을 쌓은 보람찬 시간이었다. 더구나 어린 외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최선을 다한 사위와 딸, 그리고 외손들에게 감사하며 내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2023.8.24.작성/2024.8.21발표)
※ 이상으로 3회의 연재를 마칩니다. 장문을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언젠가 한 번쯤 구경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