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풀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원작을 보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원작에 대한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애니와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화의 화면으로 같은 화면을 연장해 보았다. 그러면 그럴 수록, 영화의 힘이 부치어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게, 스토리의 유기적 연결이다. 이 영화는 연우와 강숙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연우의 여인인 수영과 강숙의 여인인 하경이 이야기가 그 안에 삽입된다. 결국 이 이야기는 두 커풀의 연애담이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그 나열이 병렬적이기만 하여 답답함이 느껴진다.
이건 연출상� 문제로 보인다. 즉, 만화가 인터넷에 연재되어 있고 그 특성상 에피소드별로 내용이 펼쳐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화는 그 부분을 보완하여 기승전결의 유기성을 잘 살려야 했다. 그러나 그런 연출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니 보는 관객은 답답하다. 하나 하나 에피소드만 놓고 보면 즐겁고 유쾌하고 재밌고 아름답기까지 한데, 그게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여지면 '저게 왜저러는 거야?'라는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유기성 없는 에피소드의 나열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서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극적 감동을 주지 못한다.
강풀의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질 때, 흥행에 성공하지를 못한다고 한다. 이건, 강풀 만화의 문제라기 보다는 영화를 연출하는 연출자의 자기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원작이 만화이건, 소설이건 그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자기 해석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게 잘 반영된 영화는 만화나 소설이 주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보는 즐거움도 높여줄 수 있다.
감독들의 철학적 고민이 기반되지 않은 영화는 원작이 훌륭해도 절대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여 준 영화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