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달개비꽃
소정 하선옥
파랑 달개비꽃. 병원을 돌아 나오다 병원 꽃밭 풀숲에서 빼꼼히 고개 내밀고 있는 파랑 달개비꽃을 보았다. 스쳐 지나면서 본 푸른 파랑 달개비꽃은 그 빛깔이 청아했고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깊고 고운 색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려서 엄마 따라 텃밭을 찾으면 텃밭 두둑에서 수없이 올라오던 게 달개비였다. 그때 엄마는 달개비 싹이 보이는 족족 뽑아서 밭 가의 덤불 속으로 던져버렸던 눈치꾸러기였다. 바로 그 눈치꾸러기 파랑 달개비꽃은 여름철 꼭 이맘때쯤이면 가지 끝에 신비스러운 색감의 파랑 꽃을 피우면 보는 사람 마음마저 신비스러운 기분에 빠지게 한다. 또한 생명력도 끈질겨 그늘진 습한 곳이라면 아무 곳에서나 자리 잡고 때가 되면 파랑 꽃을 피워 낸다. 파랑 달개비꽃을 본 탓인지 오늘 하루 내내 파랑 달개비꽃 닮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것만 같아서 마음 설레었다
바람이 산들거리니 은행잎 하나가 나풀거리면서 떨어진다. 그 사이로 나풀거리는 물체 하나 낙엽인가? 하며 다시 보니,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날아서 내게로 다가온다. 그립고 힘들어 문득 올려 다 본 파란 하늘가엔 흰 양 떼들이 푸른 풀밭을 뛰놀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 오고 있다
이 세상은 온통 탐욕과 이기심이 뒤덮여 정의와 온정이 메말라 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우리 세상의 꺼져가는 사랑의 등불을 밝혀주는 희망의 소식을 접할 때 너무 기분이 좋다. 그들은 이 세상의 내일을 책임질 젊은이들이기에 더욱더 믿음직하다.그들은 오늘 병원을 다녀오다 본 파랑 달개비꽃처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짜증이 나고 힘든 일이 생길 때에도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선행의 소식을 들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세상엔 달콤한 말에 속아서 어렵고 힘든 길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귀가 솔깃해지게 사탕발림으로 그럴듯하고 근사함을 포장하고 접근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그들의 수법에 얽혀들게 된다. 설마 그건(사기꾼) 아니겠지… 하면서도 그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살아보니 노력하지 않고 우리 삶에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도 쉬운 길도 없었다. 누구나 겪는 인생길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넘기 힘든 장애물과 어려운 고비도 생기고 건강도 허락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게 바로 부질없는 황혼의 인생이란 걸 느낄 때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 주인도 나 자신이며, 내 인생의 책임도 내게 있음」을 말이다. 한세상 그리 길지 않으니 그냥저냥 살아보자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고. ‘사랑할 수 없습니다.’ ‘짧은 즐거움’ 같은 달개비의 꽃말을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2023년 9월13일 소정.
첫댓글 파랑 달개비꽃이 눈앞에 성큼 다가옵니다.
새벽부터 달개비꽃을 수소문합니다.
고맙습니다 .